최종편집 2024-03-19 14:21 (화)
“미얀마 사태, 제주 4.3과 5.18 광주가 걸었던 바로 그 길”
“미얀마 사태, 제주 4.3과 5.18 광주가 걸었던 바로 그 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04.15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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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4.3 73주년 기념 미사
문창우 주교 “미얀마와 제주가 함께 걷는 십자가 여정에서 부활의 빛을 마주하길”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 4.3 73주년을 기념하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기원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미사가 15일 오후 제주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삼위일체대성당에서 봉헌된 미사는 4.3 추념식 행사장에서도 불려지지 않았던 ‘잠들지 않는 남도’가 입당 성가로 불려지면서 시작됐다.

영성체 후 특송으로는 ‘그날이 오면’이, 파견 성가로는 미얀마 시위 현장에서도 불려지고 있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졌다.

특히 미사 예물로는 미얀마 군부의 폭력적 억압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과 연대, 비인간적 폭력사태가 중단되고 하루 빨리 민주주의가 회복돼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미얀마 국기가 봉헌됐고,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날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꽃처럼 4.3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에도 긴 겨울을 지나 진정한 봄이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붉은 동백꽃도 함께 바쳐졌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문창우 주교가 15일 저녁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제주 4.3 73주년 기념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문창우 주교가 15일 저녁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제주 4.3 73주년 기념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사를 집전한 문창우 주교는 강론에서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배‧보상의 근거를 마련해 위자료라는 명목으로라도 제주 4.3의 해결 의지를 모을 수 있었고, 앞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공식적인 국립센터 활동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형인들의 재심 결정을 통해 모두가 당시 군법재판이 불법임을 인정받아 무효 선언, 다시 말해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온 오랜 세월의 고리를 끝낼 수 있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과정들은 수난의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 예수님의 행보와 겹쳐지면서 우리역사 속에 묻어온 죄와 어둠, 나약함과 인간 욕심, 교만과 폭력, 미움과 부정, 분열과 파괴, 상처의 질곡을 넘어 제주 4.3이 부활의 시간을 맞이했음을 알게 해준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문 주교는 “과거의 제주4.3이 오늘날 미얀마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면서 73년 전 4.3의 아픔을 겪은 제주와 미얀마 사태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역설했다.

문 주교는 “지금 이 순간에도 70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국가 폭력으로 인해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들이 겪는 오늘의 현실은 73년 전 제주도민의 상처와 아픔이기에 형제애 차원에서도 반드시 동참해야 하는 일”이라며 “오늘날 미얀마가 걷는 골고타 언덕은 73년 전 제주 4.3이 걸었고, 41년 전 5.18 광주가 걸었던 바로 그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그런 차원에서 제주 4.3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이제 미얀마와 제주가 함께 걷는 십자가의 여정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부활의 밝은 빛을 함께 마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호소했다.

특별히 이날 미사에는 제주에 이주 노동자로 와있는 미얀마 청년 15명과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뜻으로 베트남 청년들이 함께 참석,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

미얀마 민주화 기원 미사에 참석한 미얀마 청년들이 미사를 준비하고 함께 기도해준 제주교구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얀마 민주화 기원 미사에 참석한 미얀마 청년들이 미사를 준비하고 함께 기도해준 제주교구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얀마 청년 대표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제대에 선 떠진씨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미얀마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미사를 준비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미얀마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의 관심과 기도로 우리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굳은 다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의한 탄압과 민주화 시위 현장은 1948 4월 3일의 제주이고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라며 미얀마 사태가 한국의 아픈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대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유권자 명단에 문제가 발생하자 군부가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헌법 폐지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뒤 진행된 악의적이고 불법적인 조치”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죽음을 각오하며 비폭력과 불복종으로 세 손가락을 치켜들며 애타게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민초들에게 탐욕과 무지로 가득한 군부들은 총과 칼, 탱크를 앞세워 전쟁을 불사한 무자비한 피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며 “미얀마 군부의 명분 없는 가혹한 탄압은 미얀마 모든 사람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무참히 짓밟은 잔혹한 만행”이라고 울분을 토해 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미얀마 국민들은 민간 정부를 지지함으로써 민주주의 진전을 앞당겼다”며 “모든 사람은 무자비한 폭력을 통한 군부 권력의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군부 쿠데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제주 4.3 73주년 기념미사가 15일 오후 8시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제주 4.3 73주년 기념미사가 15일 오후 8시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15일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제주 4.3 73주년 기념미사가 진행된 삼위일체대성당 제대 앞에 제주4.3을 형상화한 배경을 뒤로 하고 미얀마 국기와 동백꽃이 봉헌돼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15일 미얀마 민주화 기원 및 제주 4.3 73주년 기념미사가 진행된 삼위일체대성당 제대 앞에 제주4.3을 형상화한 배경을 뒤로 하고 미얀마 국기와 동백꽃이 봉헌돼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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