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실질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 속해
“글자는 읽는데, 이해하는 문해력은 매우 낮아”
“가족간 책 읽기 프로그램으로 이야기 나누자”
책은 양식이라고 했다. 마음을 채우는 양식이란다. 책을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도 했다. 왜 사람들은 책을 양식이라고 부르고, 책을 매일 읽어야 하는 존재로 여겼을까. 과거의 이야기라서? 아니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일종의 자기과시여서? 아니다. 책이 그럴 리는 없다. 책을 품어야 하는 이유는 있다.
<미디어제주>가 올해부터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련다. 한우리제주지역센터와 함께 책읽기 운동을 벌인다. 연중 진행될 이번 운동은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 내놓은 ‘자녀 30분 책읽기 운동 실천지침’을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족 단위 책읽기 프로그램이다. 제주도내 가족들이 ‘온가족 맛있는 책읽기’ 주제의 프로그램에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참여하고, <미디어제주>는 참여 가족들의 실천 전후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책을 손에 쥐기 힘들다. 어른이나 아이나 매한가지이다. 책을 읽는 건 몸에 배야 한다. 마치 음식이 숙성되어 맛을 내듯, 자연스러운 활동이어야 한다. 물론 말은 쉽지만 책 읽기처럼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것도 없다.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을테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상 이야기가 널려 있고, 온갖 정보를 취득하는데 “왜 책이냐”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책을 읽는 것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서로 다르다. 책을 읽는 이들은 정독이 우선이며, 스마트폰은 흘려보기가 우선이다. 읽는 행위가 다르기에 뇌에 들어오는 정보도 달라진다. 순간의 흘려보기는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로서는 무척 빠르지만, 정확한 정보의 전달엔 한계가 따른다. 책은 그와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책의 중요성은 ‘문해력’과도 일맥상통한다. 문해력은 글자를 보는 행위가 아니라, 글자를 이해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는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자를 가지고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문맹률이 낮다. 문자를 읽어내리는 세계 최고의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즉 문자를 이해하는 문해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학자들이 주로 인용하는 통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DC)가 1994년부터 1998년동안 2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제성인문해조사(IALS, 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s)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이 조사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성인 문해력을 들여본 자료가 있다. 2001에 나온 이 자료는 <한국 성인의 문해실태 및 OECD 국제비교 조사연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런데 이후엔 문해력을 국제적으로 비교한 자료를 찾지 못하겠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2001년 조사 결과,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대한민국의 치부가 그대로 밝혀졌다.
IALS의 개인별 문해력 점수는 5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2001년 자료 발표 시점의 대한민국 성인들이 문서를 이해하는 문해력 점수는 평균 237.5점이었다. 100점으로 환산하면 47.5점이 된다. 웬만한 시험점수로 따지면 불합격이다.
그렇다면 가장 점수가 높은 최상위 5% 내에 드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점수는 얼마였을까. 문서문해력은 500점 만점에 316.4점이었다. 100점으로 따지면 63.3점이다. 겨우 탈락을 면하는 점수이다.
문서문해력 평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으로 305.6점이었으며, 노르웨이(296.9점), 덴마크(293.8점), 핀란드(289.2점), 네덜란드(286.9점) 독일(285.1점), 체코(282.9점) 등의 순이었다. 비록 비교 대상 나라의 숫자는 적지만 우리나라 문해력 수준은 매우 낮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런 문해력을 흔히 ‘실질 문맹률’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맹률과 달리 진정한 의미에서 문맹률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우리나라의 문서 문해력 평균은 IALS 등급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IALS는 5개 수준별로 특성을 나열하고 있다. IALS 수준 평균은 ‘레벨 3’(276~325점)이다. 우리나라 어른들의 평균(237.5)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레벨 2’(226점~275점)에 해당된다. ‘레벨 2’는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을 학습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요구에 부딪혔을 때는 문해능력이 부족하다”고 OEDC는 평가하고 있다.
교육방송(EBS)도 우리나라 문해력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판단, 지난해 기획물을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곤 했다. EBS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문해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문제해결은 책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문해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릴 때의 책 읽기 습관은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을까. 눈으로 글자를 읽는 수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책을 통해 생각을 확장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눈으로 읽는 글자가 아니라, 글자를 통해 세상이 요구하는 지식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거기서 맥락을 찾아내는 습관이 중요해진다. 책 한 권을 통해 정치도 배우고, 경제도 배우고, 문화와 사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내면 더욱 좋다.
때문에 어릴 때 책 읽기는 곁의 도움이 있으면 좋다. 곁은 바로 엄마와 아빠이다. <미디어제주>가 한우리제주지역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도 그런 프로그램이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엄마가 읽어주고, 아빠가 책을 읽어준다. 읽은 책을 세상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세상을 끄집어내고,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 프로그램에 녹아내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차근차근 발을 떼면 된다.
다음부터는 그런 책 읽기를 진행하는 가족들을 찾아간다. 어떻게 책을 읽었고,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은 뒤에 변화된 이야기는 분명히 있을테다. 아울러 가족들이 함께 읽은 책을 <미디어제주> 독자들과 공유하는 책 소개 시간도 있다. 자! 이제부터는 눈으로 글자만 보지 말고, 글자를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고, 글자를 마음껏 활용해보자.
책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아이에게 학습지보다 책을 더 많이 사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