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가들이 말하는 제주도는 무엇일까
젊은 건축가들이 말하는 제주도는 무엇일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7.23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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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건축가다] <1> 시작하며

6세대로 불리는 젊은 제주건축가 이야기
지역 건축과 땅에 대한 이야기 듣는 자리

제주는 하나의 ‘붐’이다. ‘붐’을 딱히 다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년 전부터 제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그런 ‘붐’을 타고 갖가지 ‘붐’이 연결됐다. 부동산 붐이 있고, 건축 붐이 있고, 제주살이 붐이 있듯이.

붐은 관심이 있어야 생긴다. 사람들이 제주에 대한 관심을 이처럼 높게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고려말 목호의 난 때 학살의 현장을 진두지휘한 최영 장군, 아주 가까이는 1948년 4월 3일 이후 이승만 정권이 제주에 보여주었던 도를 넘은 빨갱이에 대한 집착. 아마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두 사건과 관련된 붐은 실제 사람을 죽이는 관심이었고, 지금의 붐은 땅을 유린한다는 또다른 관점이다. ‘땅을 유린한다’는 말이 좀 과하긴 하지만, 최근 몰아닥친 붐은 실제 제주 땅에 수많은 고통을 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 붐을 두고 제주 건축계는 ‘제주현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들고 왔다. 5년 전인 2015년이다. 제주 건축의 새로운 지역성으로 ‘제주현상’을 던졌다. 제주현상은 2015년 당시 제주가 안고 있던 사회상을 말한다. 살고 있는 사람과 새로 들어온 사람, 도시개발의 확장으로 달라지는 농촌의 풍경, 거대자본이 밀려오는 현장, 거기에다 제주의 본모습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건축 행위 등을 ‘제주현상’에 담았다.

제주현상을 요약한다면, 제주 붐에 따라 정착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어나는 모습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있겠고, 조용하던 농촌의 변화도 제주현상은 감지하고 있다. 더더욱 건축물이 없던 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건축물에 대한 논의과정을 해보자는 게 제주현상이다.

지금 제주현상은? 5년 전에 비해서는 다소 더디다. 제주에 정착했던 사람들은 떠난다. 떠나는 이들은 유목민처럼 제주에 왔다가 제주를 떴다. 건축 행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5년 전과 지금은 같지 않다. 그렇다고 제주현상이 달라진 건 아니다. 어쩌면 제주에 어떤 건축 행위가 이뤄져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 왔다. 수많은 건축 행위를 하느라 급하게 달려왔다면, 이젠 자중을 하며 제주도를 바라봐야 한다. 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건축가이다.

기자가 건축 관련 글을 쓴 건 전임 직장에서다. <제민일보> 경제부 기자로 있으면서 건축 이야기를 했다. 기자 10년차였던 1999년이다. 건축도 모르면서 ‘도시의 표정을 바꾼다, 제주의 건축물’이라는 100회 기획특집을 내보냈다. 기획을 하라고 거든 이는 당시 30대 젊은 건축가였다. 기자를 건축계에 발을 집어넣은 인물이다. 덕분에 지금도 건축 기획을 쓴다. 덕분에 건축물 이야기를 하고, 도시재생 혹은 도서관 이야기에 집착할 때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50대가 된 그 건축가 덕분에 건축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됐다. 1999년도부터 썼으니 햇수로 21년째이다. 건축에 매달린지 오래되었으니 건축을 좀 알겠거니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기자는 아직도 건축을 모른다. 여전히 배워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기획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이하 제주건축가회) 신임 회장과의 통화에서 시작됐다. 현 회장은 건축가 문석준이며, 20년 전 건축기획을 할 때 만난 인연이 있다. 당시는 팔팔한 30대였고, 제주에서 막 건축작업을 하는 열혈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회장이 되었고, 20년 전 건축기획을 쓸 때처럼 젊은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혼자만 묵히지 말고, 여러 사람과 공유하려는 의욕이 생겼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담는다. 제주도라는 땅은 왜 중요한지, 제주에 맞는 건축은 어떤 게 있는지, 지역 건축가의 역할도 들을 수 있다.

건축은 흔히 ‘양식(樣式)’을 이야기하곤 한다. 양식은 하나의 틀인데, 양식만 고집할 수는 없다. 양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건축가에겐 그런 겉으로 드러나는 ‘양식(樣式)’보다는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양식(良識)’이 더 중요하다. 제주건축가로서 ‘양식(良識)’을 지녀야만 제주 미래를 보장할 건축 ‘양식(樣式)을 만들 수 있다.

제주 성읍마을 풍경. 지금에 맞는 건축은 뭐가 있을까. 미디어제주
제주 성읍마을 풍경. 지금에 맞는 건축은 뭐가 있을까. ⓒ미디어제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건축가들이 새삼 떠오른다. 더운 여름이었다. 오키나와의 여름은 제주보다 더 덥다. 습도도 높다. 그런데 오키나와 건축가 안내로 만났던 집은 에어컨도 없이 시원했다. 알고보니 바람을 이용한 건축물을 만들었다. 그제서야 지역에 맞는 건축이 무엇인지 알았다. ‘양식(樣式)’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건축가회에 속한 젊은 건축가들과의 만남이다. 제주건축가회 자체적으로는 6세대로 불리는 이들과 만나게 된다. 1세대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이름 모를 건축가들, 2세대는 김한섭과 박진후 등 일제강점기 때 건축 교육을 받고서 제주 근대건축에 기여한 인물들, 3세대는 해방전후 태어나서 제도권 교육을 받고 활동한 이들, 4세대는 1950년대 후반 이후 베이비부머 시대의 건축가를 칭한다고 한다. 5세대는 196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나서 육지부에서 공부를 하다가 IMF전후로 고향에 내려온 건축가들이라고 한다. 기자는 1세대와 2세대 건축가를 만난 일은 없지만 3~5세대는 대부분 아는 이들이다. 6세대는 1970년대에 태어나 제주대에서 배운 이들이거나 육지부에서 활동하다가 고향에 내려온 이들이라고 한다. 7세대도 있다는데 그들은 거의 모른다.

기획은 매주 목요일 표출할 예정이다. 1주일에 한번씩 할 예정이며, 약속이 잘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기획엔 땅 이야기가 들어간다. 건축가가 포인트로 잡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건축의 길로 들어서게 했거나, 건축의 틀을 잡게 해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있다.

건축은 시대를 설명한다. 시대를 그렇게 설명해야 할 사명을 지닌 이들은 건축가들이다. 근대건축의 거장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인간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그의 말처럼 건축물엔 건축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그러기에 건축가들은 건축을 통해 시대를 설명하는 이들이며, 때문에 그들은 늘 부담을 어깨에 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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