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 진보’적인 제주도 진보(?) 교육감
[기고] ‘안 진보’적인 제주도 진보(?) 교육감
  • 김형훈
  • 승인 2020.05.04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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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홍동 주민 김상범씨

1. 지난 3월 제주도 학생들은 도민들과 학생들 1002명의 서명을 받아 제주도의회에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청원서를 전달했고, 두발과 복장 제한 문제, 특정행사 학생 강제동원, 교무실에서의 청소, 여학생들의 여성성 강조 등의 인권침해 사례와 학생의 정치 참여 제한, 선거권자의 자격과 입후보 자격, 휴대폰 소지에 관한 조항 등 도내 총 15개 고교의 474개 반인권적, 구시대적 교칙에 대해 지난 4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뉴스.

그러나 기 제출된 ‘학생인권조례 청원의 건’을 심의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결정을 보류하고 교육 주체간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주도교육감에게 청원 건을 이송했고 제주도교육청은 자신들이 나설 계재는 아니고 도청이나 도의회에서 안을 마련하면 의견을 덧붙이겠다는 등 소극적인 입장이라는군요. 즉 아이들의 요구에 대하여 책임 있는 어른들은 서로 핑퐁게임처럼 미루기만 하고 있는 게지요.

2.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 광주, 서울, 전북 등에서 이미 제정되었습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주요 내용을 보자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자유 등 사생활의 자유 보장 △양심·종교의 자유 보장 △집회의 자유 및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설치 등 학생인권침해 구제 등인데요,

이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처럼 보이나요? TV 뉴스에 나온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성소수자 문제 등 민감한 조항이 있고, 교사의 권리와 충돌할 문제 등이 있으니 유보적”이라는 입장.

3.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 받아선 안 된다는 조항을 곧바로 동성애 합법화로 사고하는 도교육청 관계자의 인권지수 또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설사 어른들 시선에서 마음에 안 드는 조항이 있다손 치더라도 인권 조례 취지의 대강은 인정한 속에서 학생 당사자들과의 상호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고쳐 가는 게 21세기 바른 교육인 것이지 회피해 버리거나 폄하하는 건 교육자다운 처사인가요.

4. 조례 청원을 제출한 학생들은 제주도의 대표적 고교축구대회인 백호기 대회 시기의 학교별 반강제적 학생 동원 응원 문화를 폐단으로 꼽았어요. 맞는 말이죠. 1990년과 1991년 내가 다녔던 서귀고(현 서귀포고)의 경우에도 봄철 백호기 축구를 앞두고 강제적, 반강제적으로 응원 연습을 시키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응원가 대부분이 군가였던 것에서 보듯 교련이 존재하던 시절 지극히 집체적인 군사문화의 한 가닥이었던 것. 30년 가까이 된 아직도 이것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강요된다면, 아니 최소한 선택권과 지속 여부 판단은 당사자인 학생들 스스로의 공론에 부쳐보려는 노력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닌가요? 전통의 효용이라 우길 거라면 30년 전 성적을 쏙쏙 올려대던 체벌 문화도 존속시키자고 우길런지요?

5. 학생들이 정성으로 손수 제출한 학생인권 조례 청원에 대하여 제주도 내 일부 수구 기득권 어른 단체들에서 ‘나쁜’ 학생인권조례라 칭하며 반대 캠페인을 한다는 뉴스. 허허 참, 학생인권조례가 나쁘다고 느껴진다면 반대 캠페인을 벌일 게 아니라 ‘좋은’ 학생인권조례안을 내놓고 공론에 부치면 될 일 아닙니까. 학생들의 순수한 노력마저 특정 조항을 시비 걸며 이념으로 재단하려는 당신들이 바로 못된 어른이자 인권의 못된 장애물입니다.

6. 오늘 드리고 싶은 얘기는, 소위 전교조 지부장 출신의 재선 진보교육감이라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왜 어째서 학생인권조례에 저리 소극적인 걸까 하는 의문입니다. 소극적인 게 교육감의 의중이 아니라 관료적 도교육청만의 의견이면 좋겠습니다만, 도교육청의 공식 인터뷰가 도교육감 취지와 배치되게 됐을 리 만무하니, 결국은 진보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소극적인 ‘안 진보적인’ 행태라는 말인 건데.,.

이석문 교육감은 언제 어디서부터 안 진보적이게 된 걸까요? 걸핏하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석문 교육감의 그럴싸한 캐치 프레이즈 속에는 아이들 입장에서 사고하고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본디 뜻이 아니라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어른들의 관리관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실망과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거듭 스스로에게 씁쓸히 자문합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언제 어디서부터 안 진보적이게 된 걸까요? 그는 지금도 본인을 진보 교육감이라고 소명하는, 본인만 스스로를 진보교육감이라고 믿고 있는 게 아닐는지.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요청에 대하여 기껏 그 무슨 보호 조례로 대체하겠다는 도교육청의 한심한 답변, 그러한 인권의식의 희미함. 어디서부터 이석문 교육감은 눅눅해진 걸까요? 언제 어디서부터 도교육청이 이리 악화된 걸까요?

그리고 거듭 우리 양심에 물어봅시다. 인권은, 누구 맘대로 언제까지 교문 앞에서 멈춰야 하나? 제주도 교육위원회와 제주도 교육청 소위 어른들은 더는 꼰대가 아니 되시려면 학생들의 피땀이 모아진 학생인권조례 청원에 대한 폭탄 돌리기를 중단하고, 책임성 있게 전향적으로 학생 당사자들을 비롯한 관계 기관들 상호 공론장을 열어갈 주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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