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동주택 사례 연구_제원아파트-III
제주 공동주택 사례 연구_제원아파트-III
  • 김형훈
  • 승인 2020.04.27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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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19년 11월호] 건축연구
김태성 /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연구위원회 위원·(주)티에스에이건축사사무소

구조계획

제원아파트에 살던 시절 필자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2개의 세대를 연결하여 살고 있는 내 친구집이 2~3집 되었다. 이 부분은 오랫동안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불법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위해 조사하다 보니 이러한 세대병합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원아파트는 라멘구조라는 사실과, 이러한 구조는 그 시대의 경향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원아파트 25평형 기준층 구조평면도.
제원아파트 25평형 기준층 구조평면도.

위 도면은 주식회사 바로구조 김은태 소장으로부터 받은 구조평면도이다. 확인해보면 기둥의 크기는 200×(500~800)이며, 주요 보는 200×(500~700) 구조였다. 벽체가 없는 거실부분의 보는 부득이하게 G3의 보는 800×220으로 계획되었고, 이는 아래 단면도에서 확인 가능하다. 지면 관계상 도면은 첨부 못하지만 기초는 각 기둥에 독립기초로 구성되었고, 기초의 크기는 보통 1800×2400×h700으로 설계되었다. 계단실도 기둥을 이용한 라멘조로 설계되었다는 것이 독특하다. 이렇게 지금 시각으로 보면 적용하기 어려운 폭 200짜리의 기둥과 보를 가지고 설계되었는데, 30년 이상을 굳건하게 견디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그동안 얼마나 구조기준이 강화되어왔는지 알 수 있다.

제원아파트 25평형 기둥배근도, 보 일람표 일부.
제원아파트 25평형 기둥배근도, 보 일람표 일부.

현행 건축법에서는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의 경우 높이 및 용적률을 완화해 주면서 이를 장려하고 있다. 이 사실과 비교해 보면 1970년대 공동주택이 오히려 구조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일까? 시원하게 스스로에게 답하지 못한다. 그동안 구조계획 부분에 있어서 건축사들이 구조기술사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서 의문점이 또 하나 생기는데,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로 설계 및 건축된 제원아파트는 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이 진행되는 것일까? 이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볼 사항이다.

 

단면설계

바로구조에서 받은 자료를 확인해보면 각층 및 지붕슬래브는 120으로 계획되었으며, 기준층 층고는 2650이며, 최상층(5층)은 2900이다. 도면에는 기준층의 경우 천정슬래브에 바로 천정지를 발라서 2400의 천정고(C.H)를 확보한 것으로 표현되었으나, 필자의 기억과 답사로는 당시 천정틀이 있었고, 천정고(C.H)가 2200~2250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낮은 층고와 라멘조라는 2가지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구조평면도에서 G3으로 표현된 와이드보가 단면도에서도 확인되는데, 220×800 크기의 이 와이드 보는 기준층에서는 역보로 계획된 것이 독특하다.

제원아파트 25평형 종단면도 일부.
제원아파트 25평형 종단면도 일부.

 

발코니 계획

발코니는 85제곱미터라는 국민주택규모 면적의 한계와 맞물려 현재 사회적, 건축적, 법률적으로 공동주택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공간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의 발코니 계획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거의(제원아파트의) 발코니처럼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제원아파트의 발코니 활용의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제원아파트의 이 발코니는 준공후 몇년 지나지 않아서 일명 발코니 새시가 설치되었고, 사용자 편의에 의해 다용도 공간으로 변하였으며, 무질서하게 설치된 새시는 도시미관을 심각하게 해치게 되었다는 부분에서 그렇다. 발코니의 변화는 계획자의 의도보다는 사용자의 요구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진화되어왔고, 이를 계획적 관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의미없다고 생각되며, 도시미관적 관점에서도 과거보다 현재가 더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난방방식

제원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의 대부분의 아파트가 중앙공급식 난방으로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온돌난방 방식보다는 라디에이터 방식으로 계획된 아파트가 많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당시 계획가들이 아파트를 서구적인 생활양식에 적합한 주거형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과 근대화를 서구화로 동일시했던 사회분위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전체를 라디에이터 방식으로 계획하던 흐름에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침실은 온돌난방으로 계획하고, 거실 등은 라디에이터 방식으로 계획되는 것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제원아파트는 침실 및 거실 등 전체를 온돌난방으로 계획되었고, 이는 서울의 주요 단지형 아파트보다 빠르게 변화를 앞서 나간 것으로 의미가 있다.

 

재건축에 대한 생각

제원아파트의 재건축을 기대하며 당연하지만 잘 해결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2가지의 생각을 해본다.

첫 번째는 도시와의 연결성에 관한 생각이다. 최근의 아파트 단지들의 문제점은 일명 ‘그들만의 단지’, ‘캐슬’ 등으로 불리우는 게이티드 커뮤니티화(gated community)에 의한 도시와의 단절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국내의 재건축, 재개발 등의 사례를 보면 도시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많은 길들이 사라지고, 폐쇄적인 단지계획으로 기존 가로체계를 변형시키는 문제점이 대부분 발생한다. 앞서 배치검토에서 이야기했듯이 제원아파트는 도시의 도로가 단지와 혼합되면서 아파트단지라기 보다는 마을과 공유 또는 연장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의 아파트단지계획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존 제원아파트의 장점을 유지하는 열려있는 단지계획을 기대한다.

두 번째의 생각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성냥갑 아파트라고 비아냥거리고, 도시경관의 저해요소로 비판했던 가장 큰 요인은 개인적으로 성냥갑 형태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규모 단지에서 동일한 높이 형성에 따른 도시의 스카이라인의 획일화라고 판단된다. 제원아파트 역시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의 도시경관 제어의 특징은 최고높이의 규제로써 개발규모를 억제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며, 이를 제원아파트에 적용한다면 과거의 잘못된 대형아파트 단지의 스카이라인 구성의 답습이 예상된다. 이러한 대규모 단지의 경우는 최고높이의 규제 방식이 아니라 용적률로써 제어하면서 도시경관의 흐름을 반영하는 스카이라인이 형성되게 유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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