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3.2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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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당신에게 묻다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가요?"

<1> 공항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 전 세계적인 상황으로, 대한민국과 제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2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광사업 관련 업체가 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길 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감소하자 당장 사용할 경영자금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경영안정자금 신청 건수와 금액이 2015년 메르스 때(213건, 691억원)보다 각각 4.5배와 1.8배 증가한 965건과 1247억원 수준임을 밝혔다.

현재 제주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과 도민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6차산업 인증업체를 대상으로 택배비를 업체당 100건까지 50% 지원하고, 식품제조가공업체에 물류비와 홍보비를 지원하는 등 관련 지원은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이처럼 자치단체에서 직접 나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에 대한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그래서 <미디어제주>가 직접 만나 물었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당신.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가요?”

 

“매일 사용하는 마스크만이라도 지원해준다면 좋겠어요”

공항 택시 승장장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택시들.

모 라디오 방송사의 교통 특파원으로도 활동 중인 A씨.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인택시를 운행한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10시간을 운전하지만, 하루 순수익은 2~3만원 수준. 이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연료값(LPG가스)을 뺀 순수익이 8~9만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평일엔 2~3만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수입이 거의 없어요. 평일에는 그나마 도민분들이 출퇴근하러 나오시니까 손님이 있는데, 주말엔 나들이 손님이 뚝 떨어졌거든요. 관광객도 전혀 없으니까.”

A씨는 “평일이었던 어제 번 돈이 3만2000원이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개인택시가 아닌, 사납금이 있는 회사 소속 택시 기사의 경우 더 딱한 사정이라는 것이다.

“회사 소속의 택시인 경우, 사납금이 9만5000원에서 13만원까지 다양해요. 저는 개인택시라 따로 나가는 돈 없이 버는 돈이 모두 수입이 되지만, 영업용 택시인 경우 매달 나가는 차 임대료 값을 빼면 적자인 경우가 많아요.”

당장의 생계는 배우자의 수입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A씨. 그가 바라는 실질적인 도움은 무엇일까.

“일단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마스크 지원이라도 해준다면 좋겠어요. 매일 마스크를 바꿔 사용해야 하는데, 마스크 5부제로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가 일주일에 2장밖에 안 되잖아요. 주변에 기사님들 보면 일회용 마스크를 샴푸로 빨아서 다시 사용하는 분들도 계세요.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는 매일 한 장씩 사용할 수 있도록 마스크를 보급해주는 정책이 실시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원이요? 저번에 개인택시 조합 차원에서 세 번 정도 차 소독하고, 손 소독제 하나씩 받은 것 외에는 없어요. 당장 필요한 건 마스크인데 말이죠. 택시 기사들의 고충을 누군가 좀 들어주고, 마스크라도 지원해준다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 아닐까요”

공항 입구를 벗어나, 도로변까지 길게 줄을 서 있는 택시들의 모습.

제주에서 21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B씨.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일 제주공항으로 출근하고 있다. 공항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다.

“공항이 아니면, 손님 태우기가 쉽지 않아요. 보통 시내 돌아다니다 보면, 관광객분들이나 도민분들 태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그나마 항공편을 이용하는 손님이라도 있는 공항으로 출근합니다.”

개인택시 기사 B씨는 택시 승차장 입구로부터 한참 떨어진 공항 실내주차장 후문 쪽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공항에서 손님을 태우려면 운이 좋으면 한 시간 반. 아니면 2시간 반정도 기다려야 돼요. 이 줄을 좀 보세요. 시내에 손님이 없으니 이렇게 공항으로 택시가 몰리거든요. 손님 한 분이라도 더 태우려고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B씨의 말이 끝나자 동료 기사 C씨도 말을 이었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 택시를 운행하고 있거든요. 회사에서 사납금을 낮춰주거나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회사에 내야 하는 하루 납부금이 10만8000원인데, 하루 벌이가 5만원도 채 안 되거든요. 2~3만원 벌 때도 많고요.”

회사 택시를 운행 중인 C씨는 택시를 운행해도 적자인 상황에서, 무급 휴가라도 얻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이를 허가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무급 휴가를 쓰려면, 사직서를 내고 나갔다가 나중에 재입사하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회사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데, 저희 같은 사람들은 정말 막막합니다.”

“저는 개인택시 기사라 사정이 좀 낫지만, 차 할부금이 있거든요. 원래 몰던 택시가 오래돼서 차를 바꾸는 바람에 한 달에 차 할부금이 65만원 나가고 있어요. 택시 기사 모두가 난리입니다, 난리.”

생활비 지출을 위해 은행 대출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기대출이 있어 은행에서 거절당했다는 B씨는 정부와 제주도에 바라는 점은 “물질적인 지원”이라고 말했다.

택시 줄의 끝자락. 공항 주차장 인근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다.

길게 늘어선 공항의 택시들. 마치 줄을 선 것처럼 길게 늘어선 택시 줄의 끝은 어디일까. 택시 승강장으로부터 한참을 걷고, 공항 밖으로 나와 공항 주차장 입구 부근에 도착해서야 그 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어요. 제가 택시 경력이 24년인데, 외환위기, 신종플루 다 겪어봐도 이런 건 처음이에요.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제주도에서 기초생활비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초생활비 지원'. 택시 줄의 끝자락에서 만난 D씨가 한 말이다. D씨는 취재 차 사진을 찍던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꼭 이 이야기를 해주세요. 솔직히 기본소득 이런 건 사회주의 국가에서 하는 거라,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는 할 수 있다면 해줬으면 해요. 너무 힘들어요. 먹고 사는 게.”

D씨는 정부 차원에서 힘들다면, 제주도에서 나서서라도 도민 모두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금 지급이 힘들다면, 지역 상품권 형식으로 지급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저희 같은 택시 기사들도 생활에 보탬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24일 오전 제주공항 주차장의 모습. 빈 공간이 많다.
렌터카 셔틀버스 주차장도 텅 비어있다.
길게 늘어서 있는 택시 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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