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야 놀 수 있어요”
“보호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야 놀 수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1.23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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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14> 영국 런던의 놀이터⑥

세계 여러 나라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을 만들기에 열심이다. 우리나라인 경우 다소 늦었다. 2015년에야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해 모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선언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는 아무래도 선진국이 앞서 있다. <미디어제주>는 독일과 일본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엔 영국을 찾았다. 영국은 어떻게 놀이를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현장도 몇차례 둘러본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

 

이즐링턴 자치구의 모험놀이터에 대한 실험

비영리기구인 오썸CIC’가 지역 놀이터 맡아

맞벌이 부부 아이들 위해 방학중 점심제공

보호자 등록하고 주소 변경 사항도 정정해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런던 중심부인 ‘시티 오브 런던’의 바로 북쪽에 있는 자치구는 ‘이너런던’에 속하는 이즐링턴이다. 여기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일찍 놀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1970년대부터 모험놀이터(어드벤처 플레이 그라운드)를 만들고 운영해왔다.

마침 이즐링턴 자치구에 있는 모험놀이터 한곳을 볼 기회를 가졌다. 바너드공원에 위치한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였다. 공원의 남쪽에 있으며, 도로와 접하고 있다. 아쉽게도 문을 연 시간이 아니어서 밖에서만 둘러봐야 했다. 문을 여는 시간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탓도 있다.

런던 이즐링턴 자치구의 바너드공원에 있는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런던 이즐링턴 자치구의 바너드공원에 있는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는 비영리기구인 ‘오썸CIC’가 관리를 하고 있다. 오썸CIC는 이즐링턴 자치구에 있는 12곳의 플레이그라운드 가운데 절반인 6곳의 책임을 맡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모험놀이터는 평일(화~금요일)인 경우 오후 3시 30분에야 문을 연다.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를 방문한 때는 수요일 오전이었다. 내부 곳곳을 보진 못했으나 밖에서도 플레이그라운드를 바라보기엔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는 행정과 비영리기구의 조화가 넘친다. 행정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비영리기구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구성하는 노하우를 실현시키고 있다.

그러나 모험놀이터 구현이 쉽지는 않았다. 이즐링턴 자치구는 모험놀이터에 대한 예산을 줄이려 했다. 그때 탄생한 게 ‘오썸CIC’였다. 오썸CIC가 자치구 이즐링턴으로부터 모험놀이터 6곳을 운영하겠다는 허락을 2014년 얻어냈다. 모험놀이터를 되살려낸 오썸CIC는 나름의 모토가 있다. 모험놀이터를 관리하는 오썸CIC 운영자들은 ‘어린이는 우리의 보스’라고 외친다.

오썸CIC가 관리하는 모험놀이터는 이즐링턴 자치구에 사는 6살에서 13살까지의 모든 아이들에게 열려 있다.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를 비롯한 이즐링턴 모험놀이터의 특징은 방학기간 중에 맞벌이 가정을 위한 ‘점심시간’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일하러 갈 경우에 어린이들이 점심을 굶지 않도록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기면 된다. 물론 점심이 공짜는 아니다.

바너드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바너드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실내 공간을 갖춘 바너드 플레이그라운드. 방학중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점심시간도 운영한다. 미디어제주
실내 공간을 갖춘 바너드 플레이그라운드. 방학중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점심시간도 운영한다. ⓒ미디어제주

오썸CIC는 아울러 휴일에 직장을 가는 부모를 위해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열어두고 있다. 어찌 보면 오썸CIC가 관리하는 모험놀이터는 돌봄교실 기능을 한다는 느낌이다.

때문에 어린이 관리는 엄격하다. 이즐링턴에 사는 6살에서 13살까지의 모든 어린이들이 모험놀이터를 찾을 수 있지만, 아무나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 등 보호자들은 자신의 자녀를 모험놀이터에 등록해야 한다. 그래야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등록 양식은 1년에 한번은 갱신을 해야 한다. 보호자가 등록 양식을 작성하지 않으면 어린이가 놀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화번호가 바뀌거나 이사를 하더라도 즉시 직원에게 알려서 기록 변경을 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놀고 있던 아이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경우, 급히 연락을 하는 체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리 때문일까. 오썸CIC가 지난 2019년에 펴낸 <2018/19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운영자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6살 자폐아동 이사야의 엄마는 보고서에서 “이사야가 놀이터에 간다는 걸 알 때의 표현은 ‘일반적인 흥분’을 뛰어넘는 ‘완전한 행복’이다”며 “이사야는 자폐아동이며 사회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든 직원들로부터 안전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안전한 곳에 있고 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1000%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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