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4.3 피해자 피해 회복, ‘전과자’ 낙인 지우는 일부터”
“4.3 피해자 피해 회복, ‘전과자’ 낙인 지우는 일부터”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12.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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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전 4.3중앙위 전문위원 등 ‘4.3 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결과
“4.3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노무현 대통령 사과가 가장 큰 긍정 요소”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 피해자들은 제주4.3특별법을 개정, 피해 배상과 군법회의 무효화를 통해 ‘전과자’라는 낙인이 지워지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들은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남겨두어야 하며, 후세대에 대한 4.3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4.3 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를 통해 그동안 피해 사실의 진상 규명에 주목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진행돼온 제주4.3 관련 연구와 달리 4.3이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살펴보기 위해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결정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다변적 상호작용 관점에 주목해 조사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김 전문위원을 비롯한 연구진은 4.3 피해자들이 ‘공산주의자’로 지목돼 연좌제를 통해 취업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제약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 이런 상황이 피해자들의 회복탄력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분석의 기준점을 민주화운동 이전과 이후로 구분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4.3 피해자의 일상 사회생활과 연좌제 등 사회제도, 공동체의 변화가 피해자 개인의 회복탄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4.3 피해자들의 회복 탄력에 가장 큰 긍정 요소로 작용한 일은 4.3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였다는 연구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사진은 지난 10월 18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4.3 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총궐기대회 모습.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4.3 피해자들의 회복 탄력에 가장 큰 긍정 요소로 작용한 일은 4.3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였다는 연구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사진은 지난 10월 18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4.3 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총궐기대회 모습.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분석 결과 우선 민주화운동 이전에는 사회 환경(정치, 경제, 법, 문화)이 직접 개인의 행위를 강제하는 시기로, 이 시기 회복탄력의 요인은 ‘가정경제’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경제였고, 공공기관 취업이 제한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직업은 ‘농업’이었다. 처음에는 수익이 낮은 잡곡 농사를 지으며 절대 빈곤 상태였지만 1960~70년대부터 감귤 농사로 고수익을 얻게 되면서 경제적 안정이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4.3 피해자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경제 활동에 나서거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가정 경제의 안정을 이루면서 회복탄력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어 1987년 시작된 민주화운동으로 시민 역량이 강화되고 공동체 의식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4.3 피해자들의 회복 탄력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됐다.

민주화운동 이전에는 4.3 문제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었지만, 민주화운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4.3문제에 대해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화운동 이전의 4.3 피해자는 타인과 대화 중 ‘폭도 새끼’,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멸시를 받았다. 이로 인해 많은 심적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지만 민주화운동 이후 점차 지역사회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해 그런 모멸적 표현을 하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결국 민주화운동이 4.3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줬고 심적인 아픔을 치료하는 데도 한 못을 했다.

민주화운동 이후 4.3추념일이 제정되고 4.3평화공원 조성, 4.3평화재단 설립도 피해자들의 회복탄력에 도움을 줬고 위령제 참석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연구진은 제주4.3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피해자들의 회복 탄력에 가장 큰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진은 또 “사회 환경의 변화, 특히 정치의 변화는 4.3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정치 변화는 공동체의식과 사회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개인의 회복탄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 환경이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정치 변화가 개인의 회복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증언도 나온 데 대해 연구진은 “4.3 피해자의 아픈 경험이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4.3 피해자들은 현재 제주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4.3특별법 개정’을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피해자들은 4.3특별법 개정으로 피해 배상은 물론 군법회의 무효화를 통해 ‘전과자 낙인’이 지워지기를 희망했다”며 피해자들이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남겨두어야 하며, 후세대에 대한 4.3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4.3 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는 (사)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가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의 올해 제주학 연구비 기획주제 공모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연구가 진행됐다.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이 연구 책임을 맡았고 한상희 서귀포시교육지원청 장학사, 강남규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이사장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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