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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광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기고 관광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11.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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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동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 관광경영학 박사
신동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신동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동양의 고전인 ‘장자(莊子) 인간세편(人間世篇)’에서 장자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개발과 보전의 경계에서 고민에 빠진 제주가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 바로 무용지용이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선진관광지라 불리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연간 3천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방문하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도쿄 디즈니리조트’가 도쿄만 쓰레기매립지 위에 세워진 테마파크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연간 1천 8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싱가포르는 동남아 최고의 관광대국으로 불리지만 과거에 자원하나 없고 쓸모없는 땅이라는 이유로 말레이시아가 포기한 땅이었다. 여느 나라와 같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나 유적은 고사하고, 특별히 빼어난 자연경관조차 없는 곳이 싱가포르이다. 하지만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쓸모없는 것의 쓸모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세계적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가 쓸모없어 보이는 사막 위에 지어진 별천지라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프랑스 최고의 휴양관광지로 유럽인들에게는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랑독-루시옹’이 사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주민 100여 명만이 생활하던 늪지대였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쓸모없던 땅은 프랑스 정부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관광대국의 하나인 프랑스 내 관광수입 4위의 도시로 탈바꿈하였고, 이로 인해 주민들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면서 타지로 떠났던 주민들까지 다시 돌아와 정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북부의 소도시 베로나는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와 견줄 만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줄리엣 동상은 물론 줄리엣의 집과 무덤까지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작가 셰익스피어의 소설임을 알고 나면 베로나가 쓸모를 만들어낸 노력이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낡고 오래되어 폐쇄된 교도소, 생명력을 잃은 탄광 동굴, 용도가 다한 하수도관이 특별한 경험을 주는 최고의 호텔로 거듭나기도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쓸모없는 사막을 세계 유일의 사막골프장으로 꾸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관광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감성자극을 통해 만족과 불만족의 사이를 오가는 관광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쓸모없는 것도 얼마든지 매력과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따라 그 가치는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성공 사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점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가치를 배가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 역시 과거에는 척박하고 거친 환경으로 유배지로나 여겨지던 땅이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제주는 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이다. 쫓겨 오던 땅에서 찾아오는 땅으로 변한 것이다. 부족하나마 관광을 통해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해내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제주에는 쓸모가 많은데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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