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리자라면 학교 공간을 이렇게 바꿀래”
“내가 관리자라면 학교 공간을 이렇게 바꿀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1.05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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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을 바꾸자] <6> 서귀중학교의 도전①

우리 곁엔 획일적인 공간이 너무 많다. 건물 하나만 보더라도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공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야 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무턱대고 맞춰진 공간에 사람을 끼워 넣는 형태였다. 특히 학교공간이 그랬다. <학교 공간을 바꾸자>라는 기획은 제주 도내에서 학교공간을 바꾸려는 이들의 활동과, 이를 통해 실제 공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1학기 때 학교공간 이해하는 프로그램 진행

안전 교과에 안전한 학교 캠페인접목시켜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면서 개선방안 도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학교공간은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 정해진 답은 없다. 남이 해둔 걸 그대로 베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축물은 나름의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똑같은 건축물이 있을 수 없는 이유이다.

학교공간은 어때야 할까. 서로 달라야 하고, 나름의 특성을 지녀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학교공간은 ‘그게 그것’처럼 보인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한 모습이다. 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까. 분명 도심에 있는 학교와 자연경관에 잘 어울리는 곳에 있는 학교의 모습은 달라야 할텐데 말이다.

그렇게 된 데는 학교공간에 대한 고민을 덜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시설은 ‘공간’이라는 관점보다는 ‘설치물’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을 심어온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 이젠 그런 공간을 벗어던지고, 학생들이 요구하는 시설로 바뀌길 요구받는다.

서귀포중학교는 교내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학교공간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1학기 때는 ‘안전’을 키워드로 공간 바꾸기를 시도했다. 2학기는 건축답사라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1학기 때의 ‘안전’을 먼저 보자.

올해부터 중학교 과정에 ‘안전’ 단원이 추가됐다. 예전에도 안전은 중요한 키워드였고 학교 과정에서 안전을 가르치긴 했으나, 올해는 아예 기술가정 시간에 필수단원으로 못박혔다.

문제는 안전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고민이다. 사실 교과과정에 든 안전은 교육하기에 딱딱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졸림을 유발하느냐, 아니면 학생들의 호응을 받으며 안전을 이해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서귀포중학교는 그런 고민을 해결하려고 ‘학생주도’를 내세웠다. 2학년을 맡고 있는 양태서 교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섰다.

서귀포중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 공간을 바꾸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1학기 때는 학교 공간을 바꾸는 수업을, 2학기엔 건축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진행된 건축답사 모습. 미디어제주
서귀포중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 공간을 바꾸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1학기 때는 학교 공간을 바꾸는 수업을, 2학기엔 건축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진행된 건축답사 모습. ⓒ미디어제주

“고민이 많이 됐죠. 수행평가에 집어넣을까 했는데 그렇게 하진 못했고 학생들이 주도를 하면서 안전을 체험하도록 해봤어요. 일종의 시도였어요.”

대체 어떤 시도였을까. 서귀포중은 2학년을 대상으로 ‘안전한 학교 캠페인’을 진행했다. 목표는 이랬다. 2학년 학생 스스로가 관리자라면 학교 공간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바꿀지였다.

‘안전한 학교 캠페인’은 2학년 모든 학생이 참가한 프로그램이다. 4명이 1개 팀이 되어 공간 바꾸기에 나섰다. 조를 모두 합치니 49개 팀이 만들어졌다. 아이디어는 49개가 나왔고,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각 반의 대표 아이디어를 수합했고, 그 아이디어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수업 때마다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학생들이 직접 하게 만들었다.

“학교에 구령대가 있는데 운동장과의 높낮이가 큽니다. 운동장에서 구령대의 높낮이는 2~3m는 될 겁니다. 그러다 보니 구령대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요. 이 문제를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바꾸게 됐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은 건축물 내부만 따지곤 한다. 사실 공간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건축물 내외부 공간이 모두 포함된다. 서귀포중의 구령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양태서 교사의 말을 더 들어본다.

“처음엔 펜스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1개 팀의 의견인데, 다른 학생들은 그 의견에 어떤 생각을 가질지 궁금했어요. 다른 의견을 들어보니 펜스는 학생들이 넘어 다녀서 더 위험하고, 나무로 바꾸자는 의견이 도출됐어요.”

학생들의 의견은 곧바로 관리자인 교장에게 전달됐다. 서귀포중 교장은 조경업자와 대화를 나눴고, 나무보다는 수국을 심는 게 낫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위험했던 공간은 그렇게 ‘안전’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다.

서귀포중에 있는 농구 골대도 애물단지였다. 담벼락에 바짝 붙어 있어서 벽에 부딪치는 사고가 잇따랐다.

“애들은 농구 골대 뒤에 쿠션을 달자고 했어요. 교장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쿠션은 유지보장이 안된다면서 땅에 박힌 골대를 아예 이동하는 선택을 했어요.”

학교 공간을 안전하게 바꾸는 일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학교 내부도 들여다봤다. 계단에서 자주 미끄럼 사고가 발생하자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붙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대게는 계단 끝에 스티커를 붙이는데, 학생들이 실험을 해본 결과 계단 끝에서 더 안쪽으로 붙여야 안전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서귀포중의 사례는 학생들에게 공간을 직접 이해하도록 만들고, 의견교환을 통해 더 바람직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점을 일깨웠다. 그게 주인의 역할이니까.

서귀중학교의 공간 바꾸기 작업은 더 있다. 다음 편에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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