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야구부 사안을 통해 고민해보자, "엘리트체육의 명과 암"
제주고 야구부 사안을 통해 고민해보자, "엘리트체육의 명과 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9.24 20: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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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엘리트체육이 낳은 각종 문제들, 해결 방안 고민해보기
종목별 특성 고려한 '학교-공공스포츠클럽' 연계, 대책 될 수 있어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아이들의 행복"

제주고 야구부 해체 논란, 학교와 학부모 견해차 “팽팽”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고 야구부를 존속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제주고 야구부의 존속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체육교육의 방향성과 미래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교육에서 ‘체육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이를 논하기 전, 먼저 현재 논란이 되는 제주고 야구부의 상황을 잠시 소개하겠다.

지난 9월 2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고 야부구 해체 반대' 기자회견.

지난 9월 5일, 제주고등학교는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발표했다. 요강을 살피면, 제주고는 ‘체육특기생 전형’을 통해 총 6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야구’ 종목이 제외되어 있다. 더는 학교에서 야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존 3학년 학생이 졸업하게 되면 제주고 야구부 학생 수는 7명이 된다. 야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을 시, 인원 미달로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즉, ‘2020학년도 야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라는 결정은 사실상 ‘야구부 해체’의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석문 교육감, ‘국내 초·중·고 엘리트체육 현실, 녹록하지 않아”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9월 24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제주고 야구부 사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9월 24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그동안 드러내지 못한 여러 사정을 알렸다.

이 교육감은 이번 사태가 비단 제주고 야구부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 ‘엘리트체육’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엘리트체육 인력이 점점 줄고 있어, 선수단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엘리트 체육이란, 생활체육의 반대 개념에 속한다. 재능이 있는 소수의 학생을 선발, 초·중·고·대학교 과정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났다.

특히 1971년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스포츠 정신 생활화를 통해 나라를 위해 언제든 사리를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의 ‘엘리트체육’ 발전이 이뤄졌는데, 태릉선수촌과 체육특기자 제도 등도 엘리트체육 정책의 일환으로 생겨난 것들이다.

엘리트체육의 장점은 분명하다. 소수의 재능있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은 올림픽 메달을 따는 데 효과적이다. 즉, 엘리트체육 정책은 ‘프로 선수 양성’에 용이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운동부 학생들의 ‘삶의 질’이다. 나름 엘리트체육 명문이라 손꼽히는 학교 중 상당수는 운동부 학생들의 수업 참여 일수를 최소한으로 잡는다. 공부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운동부 학생들은 점점 운동 외 학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운동을 하다 부상 등으로 도중에 은퇴하게 되면, 운동선수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다. 다시 학업으로 복귀하더라도 새길을 모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엘리트체육의 지향점은 '1등'. 각종 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엘리트체육의 그늘은 또 있다. ‘성과’를 무엇보다 강조하다 보니 ‘인성’에 대한 교육은 소홀하기 마련이다. 이에 일부 감독이나 코치, 선배의 폭력 혹은 갑질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2019년 초, 대한민국 체육계는 연이은 성추문 폭로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테니스, 쇼트트랙, 유도 등의 종목에서 코치, 감독 등에게 학창시절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이는 체육계의 '미투' 운동으로 확산되었는데, '1호 미투'는 테니스 코치 김은희(28)씨였다.

이외에도 선배가 후배 선수의 ‘군기’를 잡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펼쳐지는 가혹 행위, 승부조작 행위 등의 문제는 성과만 강조해온 ‘엘리트체육’ 정책의 폐해 중 하나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소수의 프로 선수를 양성하기 위한 엘리트체육의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서부터, 당장 엘리트체육을 없앤다면 이를 대체할 방안이 없다는 것까지.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 없이 제자리걸음인 모습이다.

현재 논란의 중심인 제주고 야구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간 제주고 야구부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꽤 있었다. 2014년에는 승부조작 의혹이, 2017년에는 모 학생이 음주 상태에서 후배 선수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야구부 해체’에 대한 논의가 수 차례 있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2020학년도 야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라는 학교 측 결정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이 교육감의 입장이다.

 

스포츠클럽-학교 간 연계, “엘리트체육의 대안 될까”

이석문 교육감은 “특정 한두 종목을 제외하면, 엘리트체육 학생을 확보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도내 엘리트체육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교’로 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잘하는 학교’에 속하지 못하는 학교인 경우, 운동선수(학생) 확보가 쉽지 않다.

특정 엘리트체육 종목이 활성화되어 있고, 이미 성과를 내고있는 학교 운동부라면 굳이 당장 폐부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 다만, 선수 수급이 어렵거나 재정 사정 때문에 폐부가 논의되는 학교의 경우는 다르다. 학교 소속 운동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대안으로 꼽히는 방안이 하나 있다. 지역 스포츠클럽과 학교가 연계해 팀을 만들고, 전문 선수를 위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엘리트체육 중심의 학교체육 정책을 지양하고, 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비롯됐다. 학교체육시간 외, 주말 등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운동 경험을 해보고, 이들 중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을 선수로 선발하는 방식. 이것은 지역의 스포츠클럽과 연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충남, 전북, 전남, 광주, 부산 등에서는 정부 주도의 ‘공공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스포츠클럽은 ‘지역 체육시설을 거점으로, 다세대․다계층의 회원에게 다종목 프로그램과 전문 지도자를 제공하는 개방형 비영리법인’을 뜻한다. 지도자의 30% 이상을 은퇴선수 출신으로 채용해 선수들에게는 일자리를, 국민에게는 양질의 체육 교육을 제공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지역별 클럽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엘리트체육반을 구성해 전문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정부가 그린 '스포츠클럽'의 비전체계도.

이러한 공공스포츠클럽은 제주에도 있다. 2013년에는 제주서귀포스포츠클럽이, 2018년에는 제주스포츠클럽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육감은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존속이 어려운 엘리트체육 종목에 한해, ‘거점 지역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한 ‘학교연계형 공공스포츠클럽 운영·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논의 중인 사안이다. 제주도교육청에도 관련 공문이 내려왔고, 도교육청은 현실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다만 이 교육감이 언급한 ‘거점 지역 스포츠클럽’은 공공스포츠클럽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 공공스포츠클럽은 학교체육, 엘리트체육, 생활체육 모든 방식의 체육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반면, ‘거점 지역 스포츠클럽’의 경우 선수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욱 다채롭게 준비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부산, 남원, 광주 세 곳에 거점스포츠클럽이 있다. 이들 중에는 엘리트체육은 물론, 지도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제주고 야부구 문제 해결 위해서는 “야구 종목의 특성 이해해야”

다시 제주고 야구부 문제로 돌아와 보자.

현재 학부모 측은 난감할 따름이다. 야구의 경우 최소 9명. 부상 등을 고려할 경우 18명은 되어야 제대로 된 팀을 꾸릴 수 있다. 내년에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 제주고 야구부 소속의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수가 없다. 현재 3학년 학생이 모두 졸업하면, 7명의 선수만 남기 때문이다.

도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부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이들의 수는 약 40여명. 이들 중 제주고등학교 야구부로 진학을 원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제주고 야구부가 해체되면 제주를 떠나야 한다.

또한, 이 교육감이 언급한 ‘거점 지역 스포츠클럽’이 학교와 연계된다 하더라도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 문제다. 야구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야구 경기에 출전했던 성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따르면, 스포츠클럽 팀은 고교야구 대회에 참여할 수가 없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니 경기 성적을 만들 수 없고, 대학 진학도 어렵다.

스포츠클럽 팀의 대회 출전이 불가능한 이유는 있다. 지역 야구스포츠클럽과 전문지역(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의 전력 차이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지역(고등학교 야구부) 선수와 스포츠클럽 소속 선수가 경쟁할 경우, 투구 시 구속(공의 속도) 등 경기력 차이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에 협회는 클럽과 전문지역 선수들 간 대회를 금지한다.

다만, 협회 관계자는 팀 등록을 하는 스포츠클럽이 많아질 경우, ‘클럽팀’을 위한 대회 개최를 논의해볼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선택 가능한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제주고가 2020학년도 야구부 신입생을 받는 방법이다. 전학생은 소용이 없다. 대한야구협회의 규정 때문이다. 타 시·도 학교 야구부 학생이 제주고로 전학을 할 경우, 해당 학생은 6개월 간 경기 출전을 하지 못한다. 이는 학교 간 무분별한 선수 이적을 막기 위해 대한야구협회가 만든 규정이다. 따라서 기존 야구부 학생들이 제주고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방법은 '신입생을 받는 것' 뿐이다.

두 번째 선택안은 제주고 야구부를 해체하는 것이다. 야구부가 해체될 경우, 소속 선수(학생)는 "전학 시 6개월(제주에서 타 시·도로 전학하는 경우 1년) 대회 출전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실력만 따른다면, 다른 학교에서 즉시 주전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

야구는 '엘리트체육'에 속한다. 많은 야구부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육감은 24일 마련된 간담회 자리에서 ‘당장 제주고 야구부에서 신입생을 받는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는 한 야구부 존속이 어렵다는 점’을 알렸다.

이 교육감은 “(제주도내 야구부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좋은(잘하는) 아이들이 다 나간다”라고 말했다. 소위 말해 야구부 ‘에이스’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타지역으로 스카우트되어 제주를 떠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구 명문 학교는 계속해서 ‘에이스 선수’로 구성된 팀을 꾸릴 수 있다. 그렇지 못한 학교는 2군, 3군 선수로 팀을 꾸리게 된다. 결국 이는 전국체전의 ‘성과’로 이어진다. 이 '성과'는 스포츠 종목별 학교의 서열화로 이어진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운동부 학생들은 끊임없는 경쟁 구도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학부모 측도 이러한 상황을 모두 안다. 다만, 이들은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기존 학생들과 제주 야구의 미래를 위해 도교육청에서 나서 야구부를 살려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혹여 야구부가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하더라도, 그 결정은 지속적인 대화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복'
"엘리트체육의 방향성, 함께 고민해요"

이렇게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지만, 이들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사실이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학교 측은 적극적으로 학부모와 소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학부모 측도 '내 아이'의 미래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하겠다.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2년을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학생들.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려는 목적으로 밤낮없이 혹독한 훈련을 치르는 운동부 학생들.

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1등을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배움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학교연계형 공공스포츠클럽 운영·지원 계획’을 당장 고등학교 야구에 적용하기란 분명 한계가 있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차근차근 변화를 주거나, 경우에 따라선 ‘엘리트체육’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제주고 야구부 해체’ 논란으로, 엘리트체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제주고 야구부 학생들 미래, 그리고 모든 ‘엘리트체육’ 정책 아래 오늘도 땀을 흘릴 운동부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과 위주가 아닌,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논의해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정책을 수립하는 교육청 관계자, 학부모, 학생 모두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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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2019-09-25 08:56:12
정확한 꿈을 가지고 꿈을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제주고는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무참히 짓밟고 있네요..

정순금 2019-09-24 22:34:57
맞습니다.교육은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입니다
교육감교장의 학교가 아닙니다
교육감의 정책에 따라 학생들이 희생양이될수없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해듣기만하고 아이들면담한번없이 이루어진 행보가 선생님일까요

득을따지는 사업가입니까?
초.중 50명이 제주에서 버려지네요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