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등 한국 과거사 문제, UN 인권이사회에서 다뤄지다
4.3 등 한국 과거사 문제, UN 인권이사회에서 다뤄지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9.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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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 국제연대포럼, 인권이사회 공식발언·토론회 참여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대표 “지난 70년간 정의도, 배상도, 회복도 없었다”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4.3 학살 당시 작전통제권 미군정에”
지난 9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4.3유족회 국제연대포럼 일행이 유엔본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지난 9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4.3유족회 국제연대포럼 일행이 유엔본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 국제연대포럼이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2차 UN인권이사회에 참석해 UN인권이사회 발언과 토론회, 거리집회 등을 통해 4.3 등 한국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UN인권이사회 방문 일정에는 4.3유족회를 비롯해 4.9통일재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진실의 힘 등 국내 과거사 관련 단체들이 함께 했다.

11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공식 세션에서는 유엔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의 연례 보고서 발표에 이어 4.3유족회 국제연대포럼 회원인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대표가 공식 구두발언을 통해 4.3과 한국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백 대표는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3만여명이 학살당했다”면서 “한국 정부와 당시 전시 작전권을 갖고 있던 미국 정부가 경찰의 폭력과 분단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심각하게 탄압했다”고 밝혔다.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대표(사진 앞줄 맨 왼쪽)가 지난 11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공식 세션에서 제주4.3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대표(사진 앞줄 맨 왼쪽)가 지난 11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공식 세션에서 제주4.3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이어 백 대표는 피해자들이 50년 동안 침묵을 강요받다가 2000년이 돼서야 국가 차원의 조사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희생자들을 위한 통합적이고 개인적인 배상이나 회복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지난 70년간 정의도, 배상도, 회복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그는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 사회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특별보고관의 발언을 재확인한다”면서 “피해자들의 배상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12일에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한국의 전환기적 정의 : 제주4.3과 한국전쟁’, ‘일제강점기 하의 인권 침해 ; ‘위안부’와 강제동원’ 토론회가 유엔 회의실에서 잇따라 열렸다.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토론회에서 4.3과 미국의 책임에 대한 발표에 나선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대부분의 4.3 학살은 미 군정이 끝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11월부터 약 4개월간 소위 ‘초토화작전’ 때 일어났지만 대한민국 군대와 경찰에 대한 작전 통제권은 여전히 미군이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2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4.3 당시 미 군정의 책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2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4.3 당시 미 군정의 책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이승만 대통령과 하지 주한 미군사령관이 1948년 8월 24일 체결한 한미군사협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군대와 경찰에 대한 전면적인 작전상의 통제를 행사하는 권한을 주한 미군사령관이 갖고 있었으며, 이는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형식적인 조항이 아니었다는 얘기였다.

김 전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제주4.3의 학살에 대해 미국은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미국 정부는 4.3 당시 이뤄진 무분별한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미 군정과 미 군사고문단의 역할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3 당시 채 한 살도 되지 않았던 김춘보 4.3유족회 상임부회장도 자신을 “군경 토벌대에게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소위 ‘폭도의 자식’이라는 말을 늘 의식하면서 살아왔다”고 토로, “8촌끼리 모여 벌초를 하게 되면 정작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무덤이 없어 벌초를 못해 그리운 마음이 사무치게 된다”고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하소연했다.

김 상임부회장은 “어떤 것으로도 4.3의 피해를 회복할 수는 없지만 4.3이라는 아픈 과거를 덮을 수 없는 만큼 앞으로 그러한 무자비한 비극을 겪지 않으려면 후세대에게 4.3을 잘 가르쳐야 한다”면서 “평화롭고 인권의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다음날인 13일 오전에는 유엔 본부 앞 광장에서 거리집회가 진행됐다.

4.3유족회 회원 등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유엔본부 앞에서 4.3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4.3을 알리는 영문 소책자와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나눠주면서 홍보활동에 나섰다.

또 정의기억연대, 4.9평화통일재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참가자들과 함께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국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오승익 제주4.3유족회 국제연대포럼 위원장은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 방문 일정에 대해 “공식 발언과 토론회, 집회 등을 통해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처음으로 4.3을 알리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면서 “유족회 차원에서 과거사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4.3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국제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참가 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 공식박언과 토론회, 집회 외에도 세계고문방지기구(OMCT), 국제인권협회(ISHR) 등 국제 NGO단체 및 유엔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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