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보육원 덮친 태풍 수마(水魔),
"함께라서 우린 괜찮아요!"
보육원 덮친 태풍 수마(水魔),
"함께라서 우린 괜찮아요!"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9.21 12: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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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태풍 피해 제주보육원의 '특별한 추석맞이'

제11호 태풍 '나리'가 제주지역을 엄습한 9월 16일. 80여명의 초·중·고교생이 모여 있던 제주시 소재 한 보육시설에도 어김없이 태풍 '나리'가 그 괴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날 낮 12시30분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80여명의 아이들은 강한 비와 바람, 그리고 금방이라도 자신을 덮칠 것 같은 급류에 처음으로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드나무가 있는 작은 마을 '제주보육원'. 제주도 제주시 내도동에 위치한 제주보육원은 지난 1951년 4월 1일 문을 열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꿈을 위해 오늘도 희망이 싹 트고 있는 곳이다.

"순식간이었습니다. 16일 낮 1시를 전후해 월대천이 범람하면서 집(제주보육원)을 휩쓸어 버렸어요. 집 담벼락은 맥 없이 무너지고, 대부분의 건물이 침수됐지요. 끔찍했습니다."

제주보육원 강도아 원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보육원을 휩쓴 태풍으로 담벼락이 모두 허물어지고, 1층 건물 모두가 물에 잠겼어요. 그 높이만 해도 왠만한 아이들의 키를 넘어섰죠."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인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옆에 위치해 있던 제주보육원은 당시 만조가 겹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월대천의 범람은 지역주민 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일대를 초토화 시킬 만큼 위력적이었다.

"급류가 파도와 함께 순식간에 집을 덮치자 아이들을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10분만에 물이 허리까지 찼을 정도였죠. 당시 아이들은 울고 불고 난리였습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그랬죠. 하지만 창고로 사용하던 컨테이너가 급류에 휩쓸려 10m 가량 움직이면서 혹시나 집을 덮치지 않을까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보육원에서 중.고등학생의 생활지도와 아이들의 총괄지도를 맡고 있는 이상구 선생님(32)의 설명이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무척 겁이 났습니다. 그래도 다친 아이들이 없어서 천만다행입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보육원은 많은 재산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80명의 아이들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보육원의 사전교육과 급류가 휩쓸자 전기를 차단하고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등 5명 선생님들의 발빠른 대처였다.

제주보육원은 월대천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바로 앞에는 바다가 있어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1년에 정기적으로 생활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의 내용도 아주 구체적이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어느 곳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까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선생은 "사전 안전교육이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월대천이 바로 옆에 있는 집의 특성상 대피훈련을 1년에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육원 아이들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난리가 났었어요. 죽는 줄 알았어요." 보육원에 있는 구모 어린이(9)가 툭 내뱉았다. 그의 말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이어 강모 어린이(11.여)가 말했다. "책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들어왔어요. 거짓말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물이 넘쳤다고 했지만 안 믿었거든요. 하지만 보니까 정말 물난리가 났던 거예요.(웃음)"

"물이 넘치는 걸 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먼저 났어요. 괜찮으신지..., 어린 동생들이 대피하고 난 후 2층에 모여 책을 읽으면서 진정시키기 시작했어요." 주위에 있던 초등학생 중 맏 언니격인 강모 어린이(12)가 어른스럽게 말했다.

순식간에 보육원이 물에 잠긴 것도 잠시 이후 30여분이 지나면서 물이 차츰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할 말을 잃고 막막한 심정 뿐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나흘째인 9월 20일. 제주보육원은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침수됐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급류가 남기고간 진흙 등을 정리하면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날은 보육원 곳곳에 방역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느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주보육원은 빠른 시일내에 피해복구를 마치고 추석 준비를 할 계획이다. 예년 같았으면 여유를 갖고 차례 음식을 마련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다소 어려움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제주보육원은 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추석을 보내기 위한 준비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강도아 원장은 "이번 추석에도 예정대로 아이들과 뜻깊은 추석을 보낼 것"이라며 "추석 전까지 피해복구를 마무리하고 아이들이 추석연휴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여가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에도 가구 싶구요" "방방(트램펄린)도 타구 싶어요"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싶어요" "용돈도 벌고 싶어요" "얼른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태풍 '나리'를 딛고 일어서 추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도 천진난만해 보였다. 태풍이 제주를 덮쳐도 함께 이였기에 무섭지 않았던 이 아들에게서 희망은 계속 싹트고 있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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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2007-09-21 17:48:43
원장님 성함이 잘못 기재 되었네요...첫부분만... 강도아 원장님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