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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제주, 평화·공존 위한 동아시아공동체(EAC) 논의 필요”
“오키나와-제주, 평화·공존 위한 동아시아공동체(EAC) 논의 필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5.31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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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하라 가스히사 일본 세이조대 교수, 군사기지문제 해결 위해 EAC 제안
“중국·북한 위협론 등 과장된 안보담론, 국가주의적 논리 경계해야” 반론도
제14회 제주포럼 마지막날인 31일 제주대 평화연구소가 주관한 ‘제주와 오키나와 : 동아시아 섬의 미래’ 세션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14회 제주포럼 마지막날인 31일 제주대 평화연구소가 주관한 ‘제주와 오키나와 : 동아시아 섬의 미래’ 세션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최근 제주와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서 군사기지 문제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한 해법으로 ‘동아시아공동체(EAC)’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니시하라 가스히사 일본 세이조대 교수는 제14회 제주포럼 마지막날인 30일 제주대 평화연구소가 마련한 ‘제주와 오키나와 : 동아시아 섬의 미래’ 세션에서 이같은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우선 “오키나와는 역사적 상황이 제주와 비슷하고 심지어 하와이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 섬이라는 공통점과 한때는 독립국이었으며 본토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 병합됐다는 점, 전쟁 혹은 내전에 연루된 경험이 있고 현재 군사기지 이슈에 직면한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전략에 포함된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반(反) 기지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관광정책 개발을 위한 비전이 있고 국제적 도시를 지향하면서 평화의 섬을 꿈꾸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이같은 유사점으로 인해 이런 분야에 대한 평화 증진과 협업이 요구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최근 오키나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헌 운동과 류큐민족독립종합연구학회(ACSIL) 운동, 동아시아공동체(EAC) 운동, 반(反)기지 운동 등 4가지 사회운동을 소개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보면 제헌운동과 독립우동은 서로 다른 벡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화 지향적 사고, 비무장 지향, 반전(反戰) 사상, 반기지 구상 등 공통된 지향점이 다수 존재한다”면서 중국과 한국, 대만 등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담론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일본에서도 이런 운동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면서 “현 시점에서는 중국과 한국, 대만의 연구진이 같은 방향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니시하라 가스히사 일본 세이조대 교수가 31일 열린 제14회 제주포럼 ‘제주와 오키나와 : 동아시아 섬의 미래’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니시하라 가스히사 일본 세이조대 교수가 31일 열린 제14회 제주포럼 ‘제주와 오키나와 : 동아시아 섬의 미래’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과거 일제가 추진한 제국주의적 동아시아협의체 문제를 비판한다는 점, 현재 일본의 제국주의적 움직임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비전은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논의돼야 하며, 이 비전은 동아시아에 국한되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제주포럼과 같이 평화와 공존을 위해 EAC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동아시아공동체가 가능해지려면 국민국가에서 부상하고 있거나 잔존하는 패권주의가 종식돼야 한다”면서 특히 “중국·북한 위협론의 과장된 안보담론이 증폭되는 한 동아시아 역내에서의 갈등과 분단선(分斷線)이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가 가능해지려면 역내 국민국가 안에서 민주주의가 성숙돼야 한다”면서 “일본의 시민사회가 갈수록 우경화되는 아베 정권을 견제하거나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면 오키나와 문제나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는 공허한 담론이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최진석 일본 히로시마대 교수도 동아시아공동체 논의가 국가주의 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동아시아공동체를 논의하면서 일본, 한국, 중국 등 국가를 늘어놓으면서 구상하면 안될 것”이라면서 “국가주의 논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또 지금까지의 전쟁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극복되지 않은 동아시아의 과거 냉전을 떠맡고 있는 오키나와, 제주도, 대만 등 동아시아 섬들의 역사를 분유하는 것으로부터 구상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도청 앞 천막촌 연구자공방의 정영신씨도 니시하라 교수의 제안에 대해 “동아시아공동체 관련 논의는 여러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립 중심의 논의인데 그보다는 섬들을 중심으로 한 바다 지향의 통합적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면서 “제주와 오키나와, 대만이 연대해야 한다는 부분도 기존 국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고, 제주에서는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토론자들의 반론에 니시하라 교수는 유럽연합(EU)이 건설되기까지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들어 “동아시아공동체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학자들과 함께 계속 논의하면서 씨를 뿌리고자 하는 노력은 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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