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해군·경찰·국정원·기무사 등 권력기관 총동원”
“제주해군기지, 해군·경찰·국정원·기무사 등 권력기관 총동원”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5.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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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 강정해군기지 관련 조사 결과 발표
투표함 탈취 사건 해군 직접 개입, 반대측 활동 강경 대응방침도 논의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지난 2007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제주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투표함 탈취 사건에 해군이 직접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강정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공식 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 4월 30일까지 7개월간 조사가 이뤄졌다.

강정마을회 등이 강정마을 한복판에 추진되고 있는 군 관사를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망루 위에 올라가 쇠사슬을 묶고 버티고 있는 모습.
강정마을회 등이 강정마을 한복판에 추진되고 있는 군 관사를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망루 위에 올라가 쇠사슬을 묶고 버티고 있는 모습.

진상조사위는 우선 지난 2007년 4월 26일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가 향약에 따른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고, 총회 의제도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경돼 상정된 사실을 지적했다.

더구나 제주도가 실시한 해군기지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여론 반영이 사실상 배제됐다

특히 2007년 6월 19일 실시된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는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과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이 사전에 모의해 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경력 340여명을 동원, 배치해놓고도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의 투표함 탈취 등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경찰은 강정마을의례회관에서 단상을 점거하고 투표함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찬반 양츩 주민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발생하고 투표함이 탈취된 후에도 다시 투표를 실시하는 문제와 관련해 양측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이어진 끝에 투표가 무산됐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 중 누구도 이러한 행위를 제지하거나 경고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주민들이 112로 투표함 탈취 신고를 몇 차례 했지만 경찰은 ‘출동한다’는 말만 하고 실제 현장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투표함을 탈취한 직후 현장에 있던 서귀포시청 직원들끼리 ‘성공했다’고 대화했다는 증언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당시 상황으로 볼 때 투표함 탈취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예정대로 실행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사위는 “임시총회 결과에 따라 해군기지 유치 찬성에서 반대로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군은 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해군이 당시 상황을 주도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당시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은 마을회장의 민박집까지 찾아가 예정된 주민투표를 막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고, 해군 담당자도 강정마을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의 사전 회의에 참석해 주민투표를 막아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다시 열린 강정마을 임시총회와 주민투표 때도 해군은 찬성 측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후 투표가 끝난 시간에 귀가하게 하는 등 주민투표를 무산시기키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이 최종 결정된 후에도 경찰은 제주도와 해군, 서귀포시, 국가정보원 등 유관기관들은 반대 주민들의 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9월 17일 제주시내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 회의를 개최, 반대측 활동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진압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후 경찰은 반대측 활동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폭행이나 욕설,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고 무분별한 강제 연행, 특정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았다.

해군도 해상에서 시위중인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를 지원하고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들에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고, 해경도 폭행이나 고의적인 카약 전복, 해상 불법공사 신고를 외면하고 오히려 신고자를 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해군기지 강정마을 유치가 결정되고 반대측 활동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으로 일관하면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해군기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 697명이 경찰에 체포되거나 연행됐다.

특히 이같은 경찰의 강경대응 뒤에는 기무사와 국정원이 관여된 정황이 확인됐다. 다수의 경찰 관계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군과 국정원에 휘둘렸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이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 활동을 벌인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 등에 대해 정부가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 외에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 청구 철회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치유책과 향후 공공사업 추진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경찰에 대해서도 집회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 활동을 막기 위해 채증 활동규칙을 개정, 촬영행위의 요건과 방식 등을 제한하도록 하고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찰력 투입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하라는 등의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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