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담동 소음피해 주민을 헤아리는 공복의 마음을 당부하며
기고 용담동 소음피해 주민을 헤아리는 공복의 마음을 당부하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5.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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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녹색당 전 제주도지사 후보 고은영
고은영 녹색당 전 제주도지사 후보
고은영 녹색당 전 제주도지사 후보

강 선생님, 잘 지내셨나요? 행사가 많은 5월이네요. 도청 창가에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을 자주 보게 되는데, 격무에도 건강은 챙기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불철주야 노고에도 행정에 실망한 도민의 눈총도 종종 받으시겠지만, 그건 그만큼 공직 사회가 4년짜리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공복으로서 성실하고 중심이 분명한 행정을 기대하는 마음, 격려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아시다시피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요. 오늘 오후에는 용담2동 항공소음대책위원회에서 공항 소음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현 제주공항 확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혹시 자리에서 직접 의견을 청취하고 대화를 나누셨나요? 저는 대책위 분들을 두 번째 뵌 자리였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4월 24일 농어업인회관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제2공항 대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였습니다. 용담2동 등 제주공항 소음피해 지역 주민들은 제주공항 확장을 반대하며 토론회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토론회를 잠시 중단한 발표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주민들이 절절한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일제시대 정뜨르 비행장 조성으로 보상도 못 받고 강제 이주 당한 오랜 기억으로부터 이야기 시작됐습니다. 항공유 매연, 확장 공사 분진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도 거론됐고, 가장 큰 문제인 소음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일상대화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그건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일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실제 공항소음포털에 따르면, 2013년 80.18웨클이던 소음이 2018년에는 81.73웨클로 증가했습니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75웨클부터 신체적 이상이 발견되어 정신장애 위험이 따르고, 85웨클 이상부터는 실제 청력 저하 현상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동행동 발달 과정에 있어 치명적입니다. 고소음 지역일수록 감기, 식욕부진, 친구 관계 부적응 등의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2018년 제주공항 소음 측정결과. /자료=공항 소음포털
2018년 제주공항 소음 측정결과. /자료=공항 소음포털

항공기 소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공항 건설이나 확장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만 하는지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제 근처에 앉아있던 성산읍 수산1리 청년회 회장이 동행한 동네 어르신에게 속삭이는 소리도 들렸지요.

“우리 마을도 공항 들어오면 똑같은 일 겪을 겁니다. 잘 들어둡써.”

제주공항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제2공항 예정부지 성산읍 주민들이 그 피해를 상상하며 두려워하던 그 날은, 제게 참 안타까운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주 사회의 혼란스러운 단면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선생님께서도 들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요. 그 동안 제주공항 인근 주민들의 삶을 세심하게 고려한 도청의 정책들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울분을 토하셨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그 날, "지금은 하루 471대가 뜨고 내리지만 앞으로는 하루에 673대가 뜨고 내리게 되어 있는데 확장하면 피해가 더 커진다." 호소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헤아리면 연간 24만6000대인데, 언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연간 17만2000회 비행기가 운항되고, 하루 471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마무리 중인 제주공항 단기 확충계획 1단계 공사가 끝나도 673대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5년마다 공항주변 소음피해대책 지역을 조사하고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산정된 2022년의 제주공항의 운항횟수를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현 제주공항은 2022년 하루 673회(민항 연 24만2733회, 기타 소형 및 군용 8회 등) 운항 계획을 이미 갖고 있었고, 그 기준에 따라 소음피해지역이 지정된 상태인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미 운항횟수와 피해까지 산정한 현 공항 운항 계획은 지난 제2공항 기본계획 중간 보고회에서 추정한 2055년 제주도의 공항이용객 추정치 4109만 명을 웃돕니다. 결론적으로, 제2공항이 필요하지 않게 된 셈이네요. 어떻게 된 일이지요? 반대로 용담2동 대책위는 현 제주공항 확충 토론이 더 많은 운항과 소음을 가져올 거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 혼란은 누가 만드는 것입니까? 그 명백한 오해를 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시지요? 혹시 소상히 정정을 하셨는지요?

지난 해 지인께서 도백에 도전하는 저에게 여러 차례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헤아려라.” 헤아릴 수 있는 것에는 마음, 숫자 두 가지가 있지요. 도민의 마음과 상황을 미리 헤아리고 예측해서 예산을 헤아리라 배웠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현장에서 도민을 만나 경청하고 헤아려야지요. 무엇이 불편한지, 원하는 것이 공항인지 지역 균형 발전인지, 공항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10년 전에 만들어진 정책이 과연 지금도 유효한지 살펴보는 일 말입니다.

강 선생님, 의원 하나 없는 녹색당에 전화해 날마다 우시는 수많은 갈등 지역의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용담2동 대책위의 목소리를 두 번째로 듣기도 했고요. 뭔가 크게 잘못됐습니다. 밤늦도록 불 켜져 있는 도청에서, 헤아리는 일은 대체 누가 하고 계시나요? 주민 삶과 효율을 저울질하고 계시는지요? 간담회 비용은 끝없이 청구되는데, 혹 국토부 관계자나 수혜를 받는 주민들만 만나시는 건 아니겠지요? 공직 사회에 월급을 주는 사람들은 도지사가 아니라 도민인 것을 혹시 잊고 계실까, 염려가 됩니다.

지금도 많은 도민들은 신뢰하고 싶은 성실하고 헤아리는 행정을 기대합니다. 지금이라도 주민 삶의 공간으로 나가 소음 공포에 떠는 주민들을, 공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성산읍 주민들을, 골목 상권 상인들을, 제주에 오래도록 살아갈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그 마음을 헤아려 공복으로서 중심을 갖고 정책을 입안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것만이 제주가 살 길이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실현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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