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어를 생활 속에서 꽃 피우도록 하는 게 중요”
“제주어를 생활 속에서 꽃 피우도록 하는 게 중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3.26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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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연구센터, 26일 ‘제주어 종합상담실’ 오픈
김순자 박사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어란 무엇일까. 과연 ‘언어’로서의 지위는 획득하고 있을까. 물론 독립된 언어로서 ‘제주어’를 거론하는 건 쉽지 않다. 학자들마다 견해는 엇갈린다. 하지만 제주어는 ‘소멸 위기’라는 점엔 모두가 공감한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1년 제주어를 향해 ‘소멸 위기의 언어’라고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제주어는 독립된 언어의 개념을 떠나, 사라져가는 언어로서 이야기되고 있다.

사라진다는 건 어떨까. 사라지면 슬프게 마련이다. 우리가 애지중지하던, 곁에 두고 있던 물건들이 사라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언어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물건이야 사라지면 어찌어찌 복원이라도 하겠지만, 언어는 다시 읽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제주어는 더 가치를 지닌다.

제주어를 살려야 한다는 건 의무가 됐다.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순자 박사에겐 제주어는 지켜내야 할 생명과도 같다. 그는 학부 시절 제주어를 접했고, 석·박사도 제주어였다. 대학 졸업 후엔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그때 역시 그에겐 제주어가 살아 움직였다.

“기자생활을 하며 제주 맥을 찾는 이야기를 연재할 때였어요. 제주도 동쪽인 구좌읍의 해녀소리를 하는 어르신을 취재하는데, 무릇을 ‘뭇’(서쪽은 물릇이라고 함)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서야 제가 하려 했던 게 바로 이거구나라고 느끼게 됐죠.”

제주어를 생명처럼 지켜내려는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김순자 박사. 미디어제주
제주어를 생명처럼 지켜내려는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김순자 박사. ⓒ미디어제주

그래서 더 매달리게 됐다. 제주도의 언어지도(전문적 용어로는 ‘언어지리학’이라고 함)에 박차를 가했다.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취재를 할 때 ‘뭇’이라고 했던 그 어르신의 단어 한마디의 힘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이젠 더 중요한 게 있다. 연구도 연구이지만, 제주어를 생활속 깊숙한 곳에 자리를 틀도록 만드는 일이다. 26일 문을 연 ‘제주어 종합상담실’은 그런 의지의 표현물이다.

“지난해 제3차 제주어발전 기본계획‘이 마무리됐어요. 그 계획에 따라 제주어 종합상담실이 마련됐어요. 상담실이 제주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창구가 됐으면 합니다.”

제주어 종합상담실은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언어를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할 준비를 마쳤다. 생활화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있다. 전통적인 농촌사회였더라면 제주어는 활성화됐을테지만, 현재는 그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70대 이상의 어르신들만이 그런 세대에 속한다. 50대와 60대는 어휘를 활용하는 단계이며, 40대 이하는 일부만 제주어 구사가 가능하다. 때문에 제주어 종합상담실은 무거운 짐을 얹은 어깨와도 같다.

“상담실을 많이 찾아주면 몸집도 커지겠죠. 몸집이 커지면 인력도 늘어나겠죠. 그렇다고 제주어 종합상담실이 모든 걸 할 순 없어요. 사단법인으로 활동하는 제주어보전회와 제주어연구소 등지에도 예산을 지원해줘서, 이런 곳에서도 제주어를 상담해주는 활동이 이뤄졌으면 해요. 그래야 제주어가 널리 확산되지 않을까요.”

26일 문을 연 제주학연구센터 '제주어 종합상담실'. 미디어제주
26일 문을 연 제주학연구센터 '제주어 종합상담실'. ⓒ미디어제주

제주어 종합상담실은 ‘들어봅서’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제주어 ‘듣다’는 말 그대로 ‘듣는다’는 의미와 함께 궁금한 걸 ‘물어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중의적인 표현을 통해 제주어를 널리 퍼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화는 제주 지역번호가 아닌 ‘전국’을 타깃으로 했다. 1811-0515로 전화를 하면 된다. 특히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 5월 15일이기에 제주어도 세종대왕의 힘을 빌어보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제주어에 대한 궁금증은 전화로만 가능한 건 아니다. 전자우편(jejueo0515@hanmail.net)도 된다.

시작일 뿐이다. 종합상담실이 알차지면 누리집도 만들 계획이다. 나중엔 상담을 했던 이야기들을 자료로 묶어 내보낸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 이제 제주어가 궁금하다면 ‘제주어 종합상담실’의 문을 두드려보자.

“궁금허거나 몰른 거 싯건 들어봅서양(궁금하거나 모른 것 있거든 물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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