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을 덜어주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요”
“학교 일을 덜어주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3.22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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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현장을 찾다]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지원센터
‘산고’ 끝에 탄생…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업무 등 맡아
박승윤 센터장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확신을 느낀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살다 보면 모르는 게 넘쳐난다. 궁금해도 그냥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다. 직업이 기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모르고 기사를 쓰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제주 도내 교육계를 시끄럽게 달군 것 가운데 ‘학교지원센터’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조직개편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다.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서부터, 조직개편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런 기운까지 감지될 정도였다. 곡절 끝에 학교지원센터는 가동되고 있다. 어렵게 세상에 태어나는 바로 그 ‘산고’의 과정이었다.

학교지원센터는 올해 2월 1일 제주 도내 2곳의 교육지원청에 새로 만들어졌다.

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시학교지원센터' 직원들. 늘 토론을 하며 해결점을 찾는다. 미디어제주
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시학교지원센터' 직원들. 늘 토론을 하며 해결점을 찾는다. ⓒ미디어제주

센터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기자는 솔직히 몰랐다. 센터의 업무도 몰랐고, 때문에 궁금증은 더욱 촉발됐다. 제주시교육지원청 별관에 있는 제주시학교지원센터를 찾았다.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자를 맞은 건 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센터에 소속된 7명의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의 문제점 해소에 대한 이야기였다. 늘 이런 식의 토론은 이뤄진다. 다들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토론이 없고서는 문제점을 찾지 못한다.

“이맘때가 학교는 제일 바빠요.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확신을 갖게 됐어요.”

박승윤 센터장이 ‘확신’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그렇다면 종전엔 ‘확신’을 장담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유는 있다. 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을 하고 있다.

학교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학교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학교내에 들어간 조직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학교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을 하지만, 센터 업무를 가동하면서 학교에 직접 들어가는 것보다는 밖에서 지원하는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든다.

제주시교육지원청에 있는 학교지원센터가 관할하는 학교는 초·중 21개교이다. 센터는 이들 학교의 방과후학교 업무, 초등돌봄교실 업무, 보건 업무, 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업무, 유치원 방과후과정 업무, 어린이 놀이시설 및 학교환경위생관리 업무 등 6개 업무를 하고 있다. 전부 돈과 연결되는 일이다. 그 일을 학교에서 가져옴으로써 교사들이 품의서를 쓸 일을 줄였다. 그러다 보니 7명이 21개 학교의 업무를 맡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21개 학교를 모두 돌아다녔어요. 업무를 해가면서 제 길을 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죠.”

제 길은 뭘까. 학교에서 ‘제 길’은 교육이 서는 일이다. 교육이 서려면 학생을 위해 모든 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교사는, 학생의 얼굴을 직접 바라보며 교육 본연의 일을 하기보다는 그 주변에 널린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을 덜어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그렇게 되질 않는다. 학기 초는 더 그렇다.

“작은 학교는 돌봄 간식을 선생님이 마트에 가서 직접 사오는 경우도 있어요. 방과후학교는 업무가 더 많아요. 방과후학교 담당 선생님이 만일 6학년 담임이면 일은 넘칩니다. 6학년이라면 수학여행 업무까지 해야 하고요.”

학교 현장을 찾아 교사들을 직접 만나는 날은 어깨가 축 처진다고 한다. 교사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이 하는 일을 듣고 나서, 교육 이외의 업무에 매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선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산고’로 태어난 센터는 산고과정의 힘 이상을 발휘하고 있다.

'산고' 과정을 통해 태어난 학교지원센터여서인지 학교의 일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는데 골몰한다. 미디어제주
'산고' 과정을 통해 태어난 학교지원센터여서인지 학교의 일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는데 골몰한다. ⓒ미디어제주

애로 사항 중 하나인 간식 구매 문제는 일괄 구매 형식으로 전환을 시도중이다. 도리초·도평초·광령초 3곳을 한데 묶어 간식 업체를 선정,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시범운영을 하자 주변의 학교는 “왜 우린 해주지 않느냐”고 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몇천 원짜리 간식을 마트에 가서 사고 해야 하는 그런 번거로운 일은 사라지게 됐다. 곧 일괄업체를 선정, 간식지원 문제에서 교사들을 해방시켜 주게 된다.

방과후학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읍면지역 학교는 방과후 활동이 쉽지 않다. 멀다는 이유로 강사들이 나서지 않는다. 수익자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방과후학교는 학생 1인당 1만원이 좀 넘는다. 과목별로도 부담 금액이 다 다르다. 학기 초에 A과정을 받던 아이가 B과정으로 옮기게 되면 정산과정도 힘들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센터가 떠맡는다.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 강사료 지급을 우리가 할 겁니다. 현재 방과후학교는 지난 연말에 계약이 이뤄졌기에 올해는 강사 선정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방과후학교가 잘 운영될지 하나의 틀을 만들고 있어요. 그 틀이 만들어지면 읍면 지역의 학교도 강사들이 투입되고, 선생님들의 짐도 덜어질 겁니다.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수익자부담으로 하는 1인당 금액이 적습니다. 적은 금액을 정산하는 게 더 어려운 점이 있어요. 무상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할 수 없는가라는 고민도 하고 있어요.”

하나 둘 바뀌는 과정에 있다. 21개 학교엔 3500명을 넘는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 학생들이 더 알찬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간의 만남이 자주 일어나야 한다. 센터가 해 줄 일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교사를 만나고 와서 처지던 그들의 어깨는 으쓱 올라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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