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해녀의 첫 잠수, 그 두려움을 공감해요”
“아기 해녀의 첫 잠수, 그 두려움을 공감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3.1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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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이 작가, 미국 레드윙 아트갤러리 초대 개인전 개최
"제주에 대한 향수로 시작한 해녀 그리기, 작품으로 탄생"
미국 '레드윙 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재이 작가의 개인전 포스터.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해녀를 주제로 한 그림 작품전이 미국에서 펼쳐진다. 바로 미국 미네소타에 위치한 ‘레드윙 아트갤러리’의 초대 개인전, ‘해녀’를 통해서다.

2011년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제주로 이주했다는 김재이 작가는 2017년, 미국으로 떠났다. 남편의 늦깎이 유학을 보필하기 위해서다.

약 6년간의 짧은 제주 생활이었지만, 40여 년 살아온 서울보다 제주가 더 고향 같다는 김재이 작가. 그에게 물었다. 서울 토박이 작가가 제주 해녀를 주제로 미국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2017년 제주를 떠났던 해, 저는 꼬박 한 해가 가는 동안 몸살을 앓듯 심하게 아팠습니다. 제주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죠. 제주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난 후 ‘고향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재이 작가.

비록 나고 자란 고향은 아니지만, 제주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던 어느 날. 그는 해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된다.

“TV를 틀었는데, 열네 살부터 물질을 해왔다는 해녀 할망의 인터뷰가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칠순은 해녀 할망인데,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할망의 어린 시절이 말이죠.”

TV를 통해 접한 해녀 할망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 서둘러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보았다는 김 작가. 하지만 ‘어린 해녀’의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해녀 할망의 모습에 어린아이의 얼굴을 대어보거나 했는데,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입혀 보기로 했어요. 해녀복을 입은 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그려보니 꽤 마음에 들더라고요. 저의 ‘해녀’ 그림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김 작가는 자신의 ‘해녀’ 그림 작품들을 볼 때면 마치 ‘닥종이 인형’을 보는 기분이란다. 적당히 촌스럽고, 적당히 수수한 모습이 자신의 어린 시절 같다면서.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마치 아기 해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미지의 세계로 첫 잠수를 했던 칠순 할머니의 아기 해녀 시절 모습 말이에요.”

김 작가는 요즘도 거울을 보며 상상한다고 했다. 아기 해녀가 된 듯 입을 삐쭉 내밀어보기도 하고, 볼 바람을 넣어 보기도 하며 할망의 어린 시절을 헤아려본다고.

“해녀 할망은 어린 시절, 두려움에 떨면서도 울며 물질을 배웠다고 해요. 어린 동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밥을 먹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그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아파요.”

바다로 A sea_pen and Acrylic on wood 24x18 in 
A world where night and day coexist, is that a dream?
밤과 낮이 공존하는 세상, 그것은 꿈인가요.

김 작가의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하면서도, 두려움에 망설이는 듯한 해녀의 모습. 몽환적이지만, 묘하게 사실적인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해녀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일 터.

“저는 그림에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제 그림을 보는 분들께서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와 저의 심정을 함께 공감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 예술 세계지만, 김 작가는 ‘소통’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특히 자신의 그림을 보고 위안을 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된다고.

“제가 이번에 미국 ‘레드윙 아트갤러리’의 상시 작가로 선정되었는데,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전시회를 통해 인연을 잇기로 했어요. 그래서 해녀 작품들을 모두 이곳에 남겨두고 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답니다. 그만큼 제주에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더 작품 활동에 전념하려 해요.”

이어 그는 레드윙 아트갤러리에서 있었던 재미난 사연을 하나 소개했다.

“어느날 미모의 큐레이터 한 분이 해녀 그림을 보고는 꽤 심각하게 묻더라고요. ‘해녀복을 구매할 수 있느냐’라고 말이죠. 제가 ‘이렇게 소박한 노동복이요?’라고 되물으니 ‘정말로 입어보고 싶다’면서 재차 강조하더군요. 전혀 농담 같지 않았어요. 후에 ‘7등신 금발 미녀 해녀를 그려볼까?’ 상상하며 혼자 미소 지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바다로 A sea_pen and Acrylic on wood 24x18 in 
The road will be filled with hardship and adversity.
그 길에는 고난과 역경이 함께 하겠지요.
집으로 Come Back Home_pen and Acrylic on wood 24x18 in 
A dream of returning home.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

오는 6월 귀국할 예정이라는 김재이 작가. 그토록 그리워한 제주에서 새롭게 탄생할 그의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물었다.

“저의 해녀 그림에는 해녀의 모습뿐 아니라 내면의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처럼 앞으로도 단순한 그림이 아닌,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그리려 해요.”

김재이 작가의 미국 전시는 3월 22일부터 5월 15일까지, 레드윙 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제주를 그리워하며 그린 해녀 시리즈 4점을 포함해 총 17점의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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