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첫 크루즈항 입항..."베니스 전철 밟을까 우려"
강정 첫 크루즈항 입항..."베니스 전철 밟을까 우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3.02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월 2일, 강정에 들어선 첫 크루즈 '퀸 메리2호' 환영식 열려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당일 입항식 반대 활동 없어
"지역 경제 낙수효과" vs "주민의 둥지 내몰림 우려" 찬반 의견
3월 2일 열린 '서귀포 강정 크루즈항 첫 입항 환영식'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평화의 땅, 제주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안 된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논란이 일고 있는 강정에 첫 크루즈가 입항해 새 국면이 예상된다.

3월 2일, 오전 8시 열린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는 '서귀포 강정 크루즈항 첫 입항 환영식'이 열렸다. 이날 입항한 크루즈명은 '퀸 메리 2호(Queen Mary 2호)'다.

퀸 메리 2호는 디럭스급 크루즈선으로, 길이 345m, 높이 72.5m,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초호화 유람선이다. 이 배는 총 118메가와트(MW)에 달하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는 인구 25만명 규모의 도시를 밝힐 수 있을 정도다. 객실 수는 1296개, 탑승객 수는 약 2620명이며, 승무원 수만 해도 약 1253명에 달한다.

이날 환영식에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포함한 제주도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의 크루즈항 입항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제 모습을 갖추고, 기능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의 말처럼, 강정에 설립된 크루즈항은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지만, 군항 외에 크루즈항으로 활약한 전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이하 반대주민회)는 강정마을이 군사기지화 될 것을 우려해 꾸준히 ‘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퀸 메리 2호의 입항식에서 반대주민회의 반대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해군기지 반대를 외쳤던 반대주민회의 입장이 유보된 탓이다. 

강정에 걸린 전쟁을 반대한다는 현수막.
강정마을에 걸려 있던 "전쟁을 반대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

현재 반대대책위에는 크루즈항을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반면, 크루즈항이 제대로 정착되더라도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졍평화활동가 엄문희씨는 "크루즈항 활성화가 군사기지 문제를 견제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군사주의의 본질인 자본주의가 마을과 서귀포 일대를 잠식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문희씨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은 군사주의를 보편적으로 내면화하는 미사여구다"라고 말했다. 해군기지를 강정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제주를 군사기지화 시키려는 본래의 목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투어리즘도 일종의 테러리즘”이라며 “현재 엄청난 쓰레기가 (군함을 통해) 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제주인데, 강정마저 앓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이번에 들어온 퀸 메리 2호 크루즈는 기존 핵 항공모함보다 3만톤이 더 크다”면서 “퀸 메리 2호는 제주의 육상 전력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 이는 차량의 몇백 배에서 몇천 배에 달하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에 따른 낙수효과를 믿는다는 주민 의견에 그는 “반짝 특수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주민의 삶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대의 버스가 크루즈 선박에 탑승한 관광객을 매일같이 실어 나르게 되면, 주민은 이동권을 침해 받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 의식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상태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니스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거대 유람선이 들어오고 있는 베니스 도시의 풍경. 마치 합성 사진처럼 어색한 경관이다.
거대 유람선이 들어오고 있는 베니스 도시의 풍경. 마치 합성 사진처럼 어색한 경관이다. 사진은 1월 19일 열린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 문화제.

베니스는 1955년 17만5000여명이 상주하는 도시였지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체증, 소음, 쓰레기, 집값 상승 등의 문제로 2017년 기준 5만 4000명으로 급감한 바 있다.

2016년 9월 26일에는 베니스를 향해 다가오는 대형 크루즈를 향해 시민들이 “관광객은 꺼져라(Tourists, Go Away!)라는 깃발을 흔들며 행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정 지킴이 관계자는 “베니스의 낮, 대다수 집은 비어 있는 상태”라며 “아름다운 고택들은 전부 숙박시설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크루즈가 입항하지 않는 날, 베니스가 유령도시처럼 변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크루즈가 입항해야 사람들이 몰려 마을을 채운다는 것이다.

크루즈 입항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순 있어도, 결국 집값, 물가 상등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둥지 내몰림을 당했던 베니스처처럼. 강정이 그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다.

‘오버 투어리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지금. 강정에 첫 크루즈항이 입항하며 맞이하게 될 새 국면의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