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똥물로 월정리 바다가 썩어간다”
“하수처리장 똥물로 월정리 바다가 썩어간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2.14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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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 해녀 60여명, '생존권 보장' 외치며 피해보상 촉구
“소라에서 썩은 냄새…해녀, 선장 등 구토에 시달리기도”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동부하수종말처리장에서 쏟아내는 똥물로 월정리 바다가 썩어가는데,

도에서는 ‘기다리라고’ 말 해. 지금 당장 해결해줘야 하는데... 왜 기다리라고만 하는지 모르겠어.”

나이가 지긋한 어떤 월정리 해녀의 말이다.

오늘(14일) 오전 10시, 월정리 해녀 60여 명이 ‘해녀 생존권’을 외치며 동부하수종말처리장 입구로 모였다.

바람이 거센 추운 날씨 탓에 목도리,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해녀들은 절반 이상이 7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다. 해녀들은 월정리 바다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2개월째 물질을 하지 못했다.

“바다에 다녀오면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쉬고 있습니다. 오늘 집회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에요. 그동안 제주도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해녀들이 이렇게 나선 거죠.”

월정리 해녀회의 이삼래(63) 회장은 “작년에 소라 수확량이 총 4만 킬로가 넘었는데, 올해는 2만 킬로도 채 안 된다”라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12월 14일, 동부하수종말처리장 앞에서 월정리 해녀 60여명이 모여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집회를 열었다.

이삼래 회장은 “두 달 전, 제주도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다. (집에) 돌아가서 기다리면 조치를 취해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조사 기간 2년을 또다시 기다리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해녀들은 지금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즉각적인 피해보상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실태조사 시행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피해 조사는 4계절에 대한 사례를 살펴야 해서 1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내년부터 조사를 시행하기 위해 용역 예산도 2억5000만원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는 “당장 먹을 게 없다”면서 “다른 마을 해녀들은 다 물질을 하고 있는데, 월정 해녀들만 못하고 있다. 똥물 때문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해녀도 있다”라며 제주도의 즉각적인 보상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월정리 앞바다.

월정리 어촌계 윤현정 간사는 “월정리 바다 오염으로 소라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마저 무너지는 중”이라고 말한다.

윤 간사는 “하수처리장 똥물 때문에 재작년부터 물건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를 한 물을 바다로 내보낸다고 하는데, 이렇게 악취가 날 정도면 정화가 거의 안 됐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간사는 해녀들이 소라를 채취해 오면 무게를 재는 일을 맡았다. 그래서 악취에 대한 공포와 해양 생태계 파괴 문제는 생생히 안다.

이어서 그는 “전에는 소라뿐 아니라 고장초, 전초, 톳 등도 제법 수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장초는 아예 안 나고, 전초와 톳은 양이 많이 줄었다”라면서 “전에는 미역도 바다에서 채취해 먹었는데, 이제는 냄새가 나서 안 먹는다”라고 말했다.

월정리 바다에서 나는 악취와 해산물 수확량 감소 문제에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무조건 동부하수종말처리장 탓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비가 올 때 흘러내려 온 오염된 우수 등 냄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라면서 동부하수종말처리장의 정화 시설에는 큰 문제가 없음을 피력했다.

또한, 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어업 보상은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해녀분들께도 이러한 절차를 설명해 드렸다”면서 피해 보상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이유를 전했다.

이러한 도 관계자의 입장에 윤 간사는 "정화한 물을 바다로 흘려보낸다 하더라도, '바닷물'에 '민물'이 섞이게 되는 것"이라면서 "바다 생물이 민물을 만났을 때, 살아가기 힘든 점"을 알렸다.

월정리 해녀들이 "동부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내보내는 오수 때문에 소라 수확량이 줄었다"면서 제주도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근에서 식당과 펜션을 운영하는 모씨는 “바다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식당 손님이 현저히 줄었다”라고 말했다.

바다가 오염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관광객들도 월정리를 피하게 됐다는 뜻이다.

그는 “식당 손님이 줄어든 것이 하수처리장 오수 때문이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바다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 뒤로 식당과 펜션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제주도는 2019년도 예산 총 2억5000만원을 ‘월정리 바다 오염에 대한 실태 조사’ 용역에 편성했다. 빠르면 내년 초부터 조사가 실시될 예정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조속히 피해보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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