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집을 보려면 그 마을과 도시를 봐야 합니다”
“집을 보려면 그 마을과 도시를 봐야 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2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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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 ‘모다정 마실 가게 마씨’
제주의 초가와 와가를 직접 들여다보는 기회 가져
건축가 김석윤씨 “문화재 관리를 하려면 공부해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시 화북은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옛 제주시의 중심인 제주목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통로였고, 뱃길도 열려 있는 곳이다.

때문에 제주국제화센터와 제주마을미디어협동조합이 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다정 마실 가게마씨’ 프로그램에서도 화북은 중요하게 다뤄졌다.

1팀은 ‘너영나영 별도에서 노닐다’를 주제로, 화북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1월 10일 역사탐방에 이어, 17일은 화북마을의 생활사를 다뤘다. 3차 탐방은 24일 진행했으며, 사람들이 살아온 집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갔다.

제주의 집을 얘기하려면 초가를 뺄 수 없다. 현재 남아 있는 초가는 성읍민속마을 외에는 찾기 쉽지 않다. 화북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초가가 없기에 화북과 이웃한 삼양으로 향했다. ‘강운봉 가옥’으로 불리는 곳을 찾아 제주초가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날 탐방은 건축가인 김석윤씨(김건축 대표)가 맡았다.

건축가 김석윤씨가 삼양동 강운봉 가옥에서 제주 초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건축가 김석윤씨가 삼양동 강운봉 가옥에서 제주 초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그는 삼양동 초가의 원래 주인은 강운봉이 아니라고 했다.

“집이 좋으면 인물이 많이 나오죠. KBS가 제정한 제1회 해외동포상을 받은 강재언 박사가 이 집에서 살았아요.”

강재언 박사는 지난해 운명을 달리했다. 한국근대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재일 역사학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어쨌든 현재는 ‘강운봉 가옥’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다. 안타까운 건 복원공사를 하면서 제멋을 많이 잃었다는 점이다.

“돌담도 옛맛이 없어요. (건축재료로 쓴) 나무도 달라져 있군요. 제주에서는 소나무를 쓰지 않는데, 수입산 소나무를 사용했어요. 안거리 뒤를 ‘안뒤’라고 부르며, 밧칠성을 모시는 공간이어서 밖에서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안뒤는 은밀한 공간이죠.”

강운봉 가옥은 그런 점이 ‘옥에 티’가 돼 있다. 너무 가공해버린 돌담, 건축재료의 모순, 생활공간을 살려내지 못한 복원이 문제이다. 문화재를 관리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강운봉 가옥을 향해 ‘참 좋은 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로 답사를 데리고 오면, 보는 이들마다 좋다고 해요. 안거리와 밖거리 툇마루에 마주 앉아 얘기할 수 있는 맛이 좋다는 겁니다. 육지부의 안채와 바깥채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잖아요.”

바로 그랬다. 제주의 집은 남녀공간의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을 하는 이들은 이 집에 오면 다들 좋다고 했던 이유였다. 복원은 다소 엉성하지만 제주초가가 주는 느낌만은 다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다.

“제주초가는 우리 주택건축의 원초적 형태였고, 원초형 한옥으로 부를 수 있어요.”

이 초가는 대문도 없다. 삼양동이 개발되기 이전엔 이 초가는 골목의 끝이었다. 별도로 대문을 두지 않은 집이었다. 그만큼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1팀은 삼양을 뒤로 하고, 화북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화북에 다다른 곳은 ‘김석윤 가옥’이다. 건축가 김석윤씨가 살았던 집으로, 지금은 문화재가 돼 있다. 그의 아버지인 청탄 김광추 선생의 기운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석윤 와가에서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김석윤 와가에서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집을 보려면 마을을 봐야 합니다. 또한 집을 보려면 도시를 봐야 하죠. 상업이 중요시 되면서 화북도 커지는데 이런 집들이 꽤 많이 지어집니다. 절을 많이 지었던 목수가 이 집을 지은 것 같아요.”

김석윤 가옥은 평대문이 있고, 이문거리에 또 다른 대문을 갖추고 있다. 예전엔 협문도 뒀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협문은 이문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밖거리로 진입하도록 만들어진 문이었다.

“안거리가 높아요. 아마도 새로운 생각을 가진 목수였던가 봅니다.”

어찌 보면 김석윤 가옥은 제주의 안거리와 밖거리 풍경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삼양동 초가는 안팎이 동등했으나, 김석윤 가옥은 그와는 다르다. 아무래도 와가여서 그런 모양이다. 특히 제주도 와가는 바람을 견디도록 큰 기와를 쓴다는 특징도 설명했다.

1팀의 기나긴 여정은 아쉽게도 마감됐다. 내년에 또다른 마을 탐방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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