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녀석들과의 삼세판
강력한 녀석들과의 삼세판
  • 홍기확
  • 승인 2018.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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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조각모음]<6>

#1. 평온한 일상의 강력한 외적(外敵)들

한창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뜬금없는 손님이 온다. 식당에서 밥을 주문해 먹고 있는데 전화가 세 통이나 온다. 뜬금없는 손님과 밥 먹는 데 걸려온 불편한 전화만으로 인생의 교훈은 도출된다.

세상 일 예측 못한다. 삶의 안정과 평온은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2,500년 전의 소크라테스도 이렇게 말했다던가?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성공에 들뜨거나 역경에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고

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부른다. 굉장한 방해다. 기껏 물어보는 게 점심 뭐 먹을 까였다. 10시부터 꼭 그걸 고민해야 하나.

세상에서 나눌 수 없는 대표적인 것이 있다.

첫 번째는 고독. 고독은 전염되지만,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외로운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다. 고독이 옮는다.

둘째는 딴생각. 딴생각은 확장되지만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하기 보단 듣는 걸 좋아한다. 들으며 딴생각 한다.

거의 평생을 수도원에서 지낸 독일의 신비주의자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 1380~1471)의 말이 공감된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외적(外敵)을 방어하기는 벅찬 일이다.

 

#2. 평온한 일상의 강력한 내적(內賊)들

뇌과학자인 다니엘 에이먼(Daniel G. Amen)은 말한다.

“당신이 18살에는 당신에 대해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한다. 40살에는 당신에 대해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60살이 되면 알 것이다. 어떤 누구도 당신의 모든 것에 대해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위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언뜻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등산을 하러 가보면, 수십, 수 백 만원 어치의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히말라야 등반을 하러 온 사람인 듯한 40~60대가 대부분이다. 동네 야트막한 뒷산을 가도 이쑤시개 같은 걸 손에 잡고서 산을 오른다. 뭐라더라. 등산스틱? 아무튼 뒤에 쫓아가다 여러 번 찔릴 뻔 했다.

해외여행갈 때도 한국 사람은 특히 주의사항을 받는다. 한국사람 인 것 다 티 나니 도둑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브랜드 운동화, 맞춰 입은 듯 눈에 띄는 고가의 등산복(심지어 평상시에도 입는다!), 고급 선글라스 등으로 인해 절도의 표적이 된다고 한다.

사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다만, 당신이 땅을 사거나, 주식이 대박나면 신경 쓴다. 배가 아프니까.

당신에 대해 궁금한 것도 없다. 궁금할 이유도 없다. 다만, 당신이 잘못 행동했을 때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만 궁금해 한다. 소문내야 하니까.

《공부의 배신(Excellent sheep)》에서 예일대 윌리엄 데제러위츠 교수는 말한다.

“똑똑한 양이어도 괜찮다. 괴짜가 아니라도 괜찮다. 누군가는 똑똑한 양이라고, 괴짜라고 뭐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게 다수가 원하는 것이든 나만 원하는 것이든 그게 안정이든, 모험이든”

내적(內敵)을 방어하기는 벅찬 일이다.

 

#3. 강력한 녀석들과의 삼세판, 첫 번째 승부

첫 번째 승부. 쓸데없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면, 명확한 게임의 규칙이 없다면, 게임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피곤하지 않다.

요즘 핫(hot)한 4차 산업에서 승리하려 하는가? 주인공이 되려 하는가? 앞으로 잘 나갈 직업으로 바꾸려 하는가?

무려 1950년에 미국수학자 노버트 위버가 한 말이다.

“자동화 기계는 경제 분야에서 노동하는 노예나 다름없다. 그런 노예와 경쟁을 벌이는 노동자라면 그 노예의 노동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4. 강력한 녀석들과의 삼세판, 두 번째 승부

두 번째 승부. 불필요한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 돈이 모이는 곳에 가야 돈을 벌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들 한다. 시끄럽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 나쁜 사람을 만날 확률과, 돈이 모이는 곳을 가면 돈을 잃게 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적게 만나고 그 안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돈이 없는 곳에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면 인생에 큰 손해 없다. 피곤하지도 않다.

내가 회사 다닐 때 득도(?)한 선배가 술자리 참석의 법칙을 알려 준 적이 있어, 약속을 잡을 때 철칙으로 지금도 지킨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는 내가 그래도 지구에서 인간과 북적이며 살 수 있는 이유다. 이 충고는 희한하게 술자리 뿐 아니라, 모든 인연을 판단하는 경우에 지금까지 잘 통하고 있다.

“네가 현재 주인공이거나 향후 주인공이 될 술자리는 빠지지 마. 네가 불필요한 술자리는 차지하지 마. 판단하기 애매하거나 어정쩡한 술자리는 굳이 네가 없어도 될 자리니 무조건 가지 마. 술로 흥한 자 술로 망한다고 할 때는, 보통 마지막 경우인 ‘판단하기 애매하거나 어정쩡한 술자리’에 참석을 하는 사람들의 말로(末路)라 보면 돼.”

 

#5. 강력한 녀석들과의 삼세판, 마지막 승부

마지막 승부.

첫 번째 승부는 승부를 하지 않았으니 무효다.

두 번째 승부는 이길 때도 질 때도 있으니 무승부다.

마지막 승부만 이기면 된다.

마지막 승부는 소설가 한강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마친다. 그녀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상 수상으로 인해 조용했던 일상이 세상의 진상으로 어긋나자 얼마나 속상했는지 한강이 말했던 내용이다.

나 역시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한강처럼 의문의 1승을 한다. 매일 굴속으로 파고 들어가진 않지만, 가끔은 파고 들어간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가끔은 행복한 거랑 비슷하다. 매일 행복하지 않다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듯이, 매일 굴속으로 파고 들어가지 않는다 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어쨌든 나를 성가시게 하는 강력한 녀석들과의 삼세판은 총 전적 3전 1승, 1무승부, 1무효로 나의 승리다.

“그는 수상 이후 전과 달라진 게 있는지 묻자 웃으면서 ‘바라건 데 그냥 아무 일 없이 예전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 글을 쓰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일상의 조각모음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관광통역안내사(영어)
현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현 서귀포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지식과감성#
         『느리게 걷는 사람』, 2016년,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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