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기후를 생각하며 건축활동을 해야”
“지역의 기후를 생각하며 건축활동을 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1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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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9> ‘섬 속의 섬’의 건축
[인터뷰] 미야코지마의 70대 건축가 이시미네씨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지역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고온다습한 미야코지마에 맞는 에코하우스 도입

표정 없는 아파트에 소통 강조하며 표정 집어넣어

“보여주기식 건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축을”

미야코지마. 오키나와 본섬에서 300㎞ 떨어져 있다. 오키나와 본섬의 남서쪽이어서 본섬보다 더 덥다. 평균기온이 20도를 넘는다고 하니, 아열대보다는 열대우림에 더 가까운 곳이다. 이 섬엔 우리나라 나이로 일흔하나인 여성 건축가가 활동하고 있다. 작은 섬에서 그의 열정은 전통이 뭔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는 이시미네 도시코다.

일본 오키나와 본섬에서 300km 떨어진 미야코지마에서 건축 활동을 하는 건축가 이시미네씨. 그가 제주대 이용규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일본 오키나와 본섬에서 300km 떨어진 미야코지마에서 건축 활동을 하는 건축가 이시미네씨. 그가 제주대 이용규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건축가 이시미네씨는 지역을 잘 이해한다. 미야코지마 출신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고향에 정착을 하면서 지역을 제대로 이해를 하게 됐다고 한다. 대도시 삶에 익숙하던 그는 대도시의 건축을 도입하려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지역성을 담뿍 담은 건축활동을 해오고 있다.

에코하우스로 불리는 대표적인 작품이 이 섬에 있다. 시가지형과 교외형 에코하우스를 남겨뒀고, ‘가타아키노사토’라는 숙박시설도 그의 작품이다. 에코하우스는 앞서 소개를 했기에, ‘가타아키노사코’를 잠깐 언급한 뒤 이시미네씨의 건축관을 들어보자.

가타아키노사토는 모두 7동이다. 지난 2010년 일본 국토교통성의 ‘지역주택모델 보급 추진사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오키나와의 전통 건축물을 닮았다. 주변은 방풍림이 쳐 있고, 낮은 담도 있다. 방풍림과 담은 미아코지마의 강한 바람을 일차적으로 잡아준다. 문제는 더위를 어떻게 견딜까에 있다. 건물 곳곳은 바람이 스며들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지붕은 바람이 통하게 설계돼 있다. 그 바람은 단열 효과는 물론, 습도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을 보면 미야코지마 사람들이 자연을 이기기 위해 건축활동을 했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시미네씨가 설계한 가타아키노사토. 미야코지마의 지역성이 반영돼 있다. 미디어제주
이시미네씨가 설계한 가타아키노사토. 미야코지마의 지역성이 반영돼 있다. ⓒ미디어제주

“기후를 생각하며 설계를 합니다. 어떤 재료가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죠. 특히 습도가 높기 때문에 나무를 재료로 많이 씁니다. 아울러 북쪽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이 집을 어떻게 쾌적하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그래서 북풍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하죠.”

그는 지역성을 건축에 반영하려 노력한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건축풍토는 그래서 미야코지마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에 외부의 건축디자이너들이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하곤 합니다. 멋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지역과 맞지 않아요. 여기 사람들은 그런 건축은 무덤같다고들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아파트에도 다양한 표정을 담으려 한다. 그가 지역에 설계한 아파트로는 히라라단지가 있고, 기타단지가 있다. 모두 독특하다.

“아파트는 도시의 표정을 없애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아파트에 마을의 표정을 담으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파트 단지에 있는 복도는 마치 마을의 길처럼 시끌벅적하게 아이들로 넘쳐나는 공간으로 변했죠. 오키나와 전통 집이 지닌 특성을 공동주택으로 전환시킨 것이죠.”

그가 아파트 단지에 표정을 담은 이유는 있었다. 사건사고가 많은 집은 집의 구성이나 동선이 폐쇄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설계를 독특하게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재미없는 공간은 지나쳐도 재미있는 공간은 머문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야코지마의 지역성이란 무엇일까. 그의 입에서 ‘태풍’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미야코지마의 지역성을 담은 건축활동을 하는 건축가 이시미네씨. 미디어제주
미야코지마의 지역성을 담은 건축활동을 하는 건축가 이시미네씨. ⓒ미디어제주

“미야코지마의 지역성을 얘기한다면 태풍을 이기는 건축, 아니 태풍과 함께하는 건축이어야 해요. 거주를 하려면 쾌적해야 하겠죠. 홋카이도는 추위를 이겨냄으로써 쾌적을 찾고, 미야코지마는 외부공간이 열리면 열릴수록 쾌적해집니다. 같은 논리여도 기후에 따라 다르죠. 이런 게 지역성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건축은 콘크리트를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 내부 재료는 나무를 가져다 쓴다. 태풍을 이기는 데는 콘크리트가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콘크리트만으로는 고온다습한 지역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라는 재료를 가져다 쓴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집은 대대로 이어서 오래 가야 합니다. 건축가라면 지속가능을 고민해야 합니다. 집은 남에게 보여주려는 곳이 아니죠. 요리를 하지 않는 집에 비싼 부엌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건 본질이 아니고 사치일 뿐이죠.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과의 관계맺음입니다.”

그는 70을 넘긴 나이임에도 건축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고, 더 강렬해지고 있다. 아마도 지역성에 대한 고민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미야코지마라는 섬에 심고 있기 때문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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