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생산된 건축재료를 쓴다면 그게 곧 지역성”
“지역에서 생산된 건축재료를 쓴다면 그게 곧 지역성”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1.06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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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8> 오키나와의 지역성을 말하다
[인터뷰] 아뜰리에 네로건축사사무소 네로메 대표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지역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오키나와 건축가 네로메씨. 김형훈
오키나와 건축가 네로메씨. ⓒ김형훈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50대의 젊은 건축가를 만났다. 어쩌면 그 나이대가 가장 열정이 가득할 시기인데다, 자신만의 건축 언어를 가지려고 도전을 마다하지 않을 때이다. ‘아뜰리에 네로 건축사사무소’ 대표인 네로메 야스후미(54). 오키나와를 지키고 있고, 오키나와의 건축을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직접 시공을 한 건물에 건축사사무소를 두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짓는 건축물을 봐왔다.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의 시공을 아버지가 하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그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설계 및 시공에도 동참

외부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이며 공간 연출 극대화

“건축주가 애착을 가지고 집을 짓는 것도 지역성”

“예전 오키나와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집을 지었어요. 지금은 시공회사에 의뢰를 하지만요. 그러다 보니 집과 사람의 관계는 멀어졌어요. 저는 시공 과정에 직접 참여를 합니다. 콘크리트도 직접 다집니다. 거주자(건축주)는 설계에도 참여하고 시공에도 참여를 하죠. 건물을 짓는 과정에 다들 참여를 하는 겁니다.”

건축주는 설계를 의뢰하고, 건축가는 그에 따라 설계를 한다. 그게 끝나면 시공자가 나타나서 공사를 한다. 건물이 올라가는 과정엔 건축주와 건축가는 잘 되고 있는지 지켜본다. 이게 흔한 건축물 작업이다. 하지만 네로메 그가 만드는 건축물은 설계 과정엔 건축주를 참여시키고, 시공 과정에도 자신은 물론 건축주도 참여를 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를 하게 되면 사용자가 더 애착을 갖게 되죠. 애착을 가지고 자신이 살 집을 짓게 됩니다. 그게 바로 지역성이 아닐까요.”

건축에서의 지역성은 지역에 담긴 언어를 어떻게 건축으로 풀어내는가에 있지만, 네로메는 건축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도 지역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좀 더 본질적인 건축의 지역성을 그에게 물어보자.

오키나와 대부분의 건축물은 콘크리트로 지어진다. 이젠 목조건축물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예전 오키나와 사람들의 삶이 곧 목재로 집을 짓는 것이었는데, 재료로서의 콘크리트가 지역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콘크리트가 오키니와 건축의 중요 요소로 정착했어요. 예전처럼 목재를 사용하려면 외부에서 나무를 들여와야 합니다. 그런데 콘크리트는 지역의 재료에서 구하고 있어요. 지역 건물을 짓는 것은 재료와 기후에 솔직해지는 겁니다. 그게 지역성이라고 봅니다.”

현재 오키나와는 콘크리트가 대세이지만 초창기엔 부정적 이미지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콘크리트를 ‘큰 무덤’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젠 그런 이미지도 바뀌었고, 특히 그는 금이 가지 않는 콘크리트를 직접 만들어내는 장인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더구나 콘크리트는 오키나와의 재료로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그는 그게 지역성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가 선보이는 건축물의 특징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거리가 별로 없다. 애초에 흙바닥이던 부엌공간이 내부로 진입한 모양새다. 일본어로 하면 ‘도마’, 우리 식으로는 방이 아니었던 ‘봉당’이나 ‘토방’이 건축 내부에 자연스레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는 왜 바깥공간 성격을 지닌 그런 공간을 안으로 집어넣었을까.

건축가 네로메씨가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다. 김형훈
건축가 네로메씨가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다. ⓒ김형훈

“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역을 만들어준 겁니다. 건축주와 그들의 자녀들이 공간을 찾아다니며 쓸 수 있게 해주고 싶었지요. 건물은 단순하게 짓는 것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닙니다. 더 오래가고 가치 있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겠죠. 건축물이 ‘패스트푸드’는 아니니까요.”

바깥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집안 내에서의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해졌다. 어찌 보면 내부로 진입한 바깥공간은 집안 내부의 또다른 사회적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그걸 보면 건축물은 완성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네로메의 생각을 읽게 된다.

하지만 건축가인 네로메와 같은 생각을 지닌 이들은 몇이나 될까. 최근 오키나와도 제주도처럼 이주민이 늘고 있다. 때문에 이주민이 지향하는 건축물은 그가 꿈꾸는 건축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 상황에서 네로메의 생각은 빛을 발할까. 어쩌면 네로메는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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