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인데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살 수 있어요”
“더운 여름인데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살 수 있어요”
  • 김형훈
  • 승인 2018.10.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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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6> 오키나와에서 지역성이란

오키나와 건축물의 90% 이상은 콘크리트구조물
구석구석 바람 소통하는 건축설계로 더위 물리쳐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등 섬 지역의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건축축제가 제주에서 열렸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중요했다. 제주도는 섬으로서, 다른 지역과 교류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해야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숙명일지 모른다.

이번 건축문화제는 그런 제주의 숙명인 다른 지역과의 교류를 조명했다. 대만에서부터 오키나와, 큐슈에 이르는 지역을 돌며 건축가를 만나고, 각각의 지역에서 이뤄지는 지역성을 탐구했다.

그렇다면 지역성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지역은 중앙에 예속되는 개념은 절대 아니다.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나름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걸 건축에서 찾아야 하지만 그 답을 쉽게 해주는 건축가도 많지 않다.

어찌 보면 기자와 함께 오키나와를 찾은 교수와 건축가들은 그에 대한 일말의 답을 찾았을 수도 있다. 그것도 개인마다 온도차는 있다. 기자가 찾은 오키나와의 지역성은 풍토를 이해하는 그들의 방식이었다. 오키나와의 풍토는 거센 바람과 더위이다. 이걸 이겨내는 방식이 바로 지역성이다. 오키나와 건축가들이 만든 작품을 통해 그들의 지역성을 만날 수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 반환되기 이전엔 미국이 점령을 하고 있었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1960년대는 베트남 전쟁기지로서 중요성을 더했다. 때문에 미군과 미군가족들이 살 공간이 필요해졌고, 건축수요가 증가했다. 그런데 군 정부는 목조주택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태풍이 많은데다, 흰개미 피해로 인해 목조주택을 꺼렸다. 콘크리트 주택을 지을 경우 다른 주택에 비해 자금대출 혜택을 주면서 콘크리트 주택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여기에다 에어컨이 보급되면서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붉은기와 지붕도 사라져갔다. 쉽게 말하면 평지붕에 박스형태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오키나와는 전후 부흥주택에서 1950년대는 목조와 시멘트, 기와 등이 혼재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1960년대부터 콘크리트가 보급되기 시작한다. 1960년 오키나와 건축물의 93.3%가 목조였으나 1969년은 68.8%로 줄어든다. 지금은 완전 역전되어 콘크리트가 90%를 넘고 있다.

건축가 네로메씨의 작품인 '풀이 얹혀진 집'이다. 바람이 잘 통한다. 김형훈
건축가 네로메씨의 작품인 '풀이 얹혀진 집'이다. 바람이 잘 통한다. ⓒ김형훈
사진처럼 바람이 들게 만들어 여름철에서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다. 김형훈
사진처럼 바람이 들게 만들어 여름철에서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다. ⓒ김형훈
오키나와건축상을 받은 건축가 네로메씨의 작품. 이 주택 역시 바람이 통하도록 설계됐다. 김형훈
오키나와건축상을 받은 건축가 네로메씨의 작품. 이 주택 역시 바람이 통하도록 설계됐다. ⓒ김형훈

사실 콘크리트는 오키나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금은 친구가 돼 있다. 오키나와 건축가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덥지 않을까라는 편견을 깨고 있는 것도 현지에서 만난 건축가들이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면 당연히 에어컨을 켜고 살테지만 현지 건축가들의 작품은 그걸 배격하고 있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오키나와는 제주도보다 더 더운 지역인데 말이다. 실제 현장을 둘러보면 그 느낌을 알게 된다. 그건 바람을 받아들이려는 건축가의 욕망이 작용하고 있다. 바람이란 오키나와의 특성인데, 그 바람을 막는 설계가 아니라 바람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설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뜰리에 네로 건축사사무소’ 대표인 네로메 야스후미는 그런 오키나와의 지역성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인 ‘풀이 얹혀진 집’은 지붕에 잔디를 깔았다. 파스건축연구소이기도 한 이 건축물은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았는데도 시원했다. 방과 바깥을 구분짓는 대문 위에 바람이 통하는 길을 뒀다. 또한 집안 곳곳에 바람이 통하게 만들어졌다.

건축가 네로메씨 작품 가운데 최근 오키나와건축상을 받은 ‘지넨의 집’도 바람을 받아들이는 구조로 돼 있다. 언덕을 그대로 활용한 이 집은 언덕을 깎거나 메우지 않고, 바닥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습기를 제어하는 건 물론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환기를 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 집 역시 ‘풀이 얹혀진 집’과 마찬가지로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바람을 활용하는 주택으로는 이 집도 빼서는 안된다. 오키나와 본섬과는 먼거리에 있는 미야코지마로 달려가야 이 주택을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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