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과 한국군의 베트남 학살이 주는 가르침은?”
“제주4.3과 한국군의 베트남 학살이 주는 가르침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0.0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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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똑똑 콘서트’, 베트남 학살 사건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설명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강조
강우일 주교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 함께 하는 ‘똑똑 콘서트’가 9일 오후 3시부터 중앙성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 함께 하는 ‘똑똑 콘서트’가 9일 오후 3시부터 중앙성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존경하는 꽝남성 대표자 여러분, 그리고 하미마을의 유가족, 주민 여러분.

17년 전 이 자리에 위령비가 서고 45주기 위령제 때 향을 피우고 머리를 숙였던 그 세월을 지나 50주기를 맞는 오늘 여전히 우리는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으로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요. 삶을 다하지 못한 아까운 생명들, 차가운 비석에 이름으로만 남은 그들, 아니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그들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형제와 이웃을 잃은 하미의 당신들께 뭐라 위로를 전해야 할까요. 그저 깊은 위로의 마음으로 하미의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비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우리의 죄스러움을 더할 뿐입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약속합니다. 하미 학살 50주기를 맞는 지금 이 순간 새로운 평화의 반세기를 시작하겠노라고 말입니다. 엎드려 용서를 구합니다. 한국의 가톨릭 교인을 대신하여 강우일 주교, 의료인, 교사, 농민, 문화예술인, 시민사회단체, 학생, 국회의원이 오늘 이 자리에서 135위 하미 영령과 유가족들 앞에 삼가 엎드려 사죄 드립니다.

부디 그날의 원망과 슬픔과 억울함과 분노 다 내려놓으시고 평안히 잠드소서.”

올 3월 11일,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135명의 민간인을 추모하는 하미 마을 학살 50주기 위령제에 참석했던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 주교가 직접 현장에서 읽었던 추도사 내용이다.

하미 마을은 한국군의 학살이 기록된 비문을 연꽃무늬 대리석으로 덮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마을이다.

9일 오후 3시부터 제주교구 주교좌 성당인 중앙성당에서 강우일 주교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 함께 하는 ‘똑똑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 진행을 맡은 홍순관씨는 강 주교가 베트남 하미 마을까지 가서 엎드려 사죄의 뜻을 전한 이유를 콘서트에 참가한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이 추도사 내용을 그대로 다시 읽었다.

강 주교를 비롯한 순례단 일행이 희생자와 유족들 앞에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은 베트남의 유력 일간이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강 주교는 “1968년. 50년 전 베트남 여러 마을에서 잊을 수 없는, 그러나 한국 국민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참극이 벌어졌고, 베트남 주민들은 50주년을 기억하면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면서 “그 아픔에 동참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사죄드린다는 의미로 다녀왔다”고 말했다.

추모제 당시 느낀 감정을 얘기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순례단 40여명이 참여해 제사를 지낸 후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전원이 땅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사죄의 절을 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제사 때 제관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초혼가 같은 느낌의 노래를 부르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쭉 불렀다. 그 노랫소리가 단장의 곡이라고 할까. 애끓는 창자를 찢는 듯한 아픔의 노랫소리였다. 30분이 넘게 그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있으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고 지난 50년 동안 이 분들이 어떻게 살아왔을까, 가족과 형제가 한국군에 의해 찢겨지고 죽어가는 것을 목도했거나 들었을 그들이 지난 50년간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왔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씻기지 않을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고 당시 소회를 그대로 전했다.

강 주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난 2016년 9월 창립됐다. ‘한국의’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성찰하고 치유하면서 베트남전 진실 규명, 사과와 반성, 희생자 추모, 피해자 및 지역 지원은 물론 참전 군인의 고통까지 아우르는 평화운동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이미 1999년부터 시민사회 진영에서 벌여온 ‘미안해요 베트남’ 평화운동의 결실인 셈이다.

지난 4월에는 베트남 전쟁 피해자 두 분을 초청,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정의와 양심의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시민평화법정 재판부는 대한민국에 ‘유죄’를 선고, 시민들에게 평화의 책무를 확인시켜줬다.

강우일 주교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 함께 하는 ‘똑똑 콘서트’가 9일 오후 3시부터 중앙성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 함께 하는 ‘똑똑 콘서트’가 9일 오후 3시부터 중앙성당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강 주교는 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인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곧바로 ‘제주 4.3’ 얘기를 꺼냈다.

그는 “2002년 제주에 와서 가장 놀란 일은 4.3에 대한 진실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전에도 제주에서 큰 일이 있었다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도민들의 얘기를 듣고 여러 자료를 접하고 유적지를 찾아보면서 너무 끔찍했다. 국가의 군대가 국민을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게 짓밟고 제노사이드를 벌일 수 있었을까. 독일이 유대인들을 집단학살한 것과 뭐가 다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도민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남녀노소, 어린 아이들까지 학살을 당했는데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왜 죽었을까, 하느님께서 왜 그런 일을 허락하셨을까 하는 질문이 자신의 마음 속에 끊임없이 솟구쳤다”면서 “후손들이 이 분들의 죽음과 고통을 밝히고 어떤 가르침을 받았을 때 그 분들의 한과 억울함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4.3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억울한 죽음에 대해 후손들이 제대로 기억하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며, 다시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의 부끄러움과 치욕적인 기억들이 무의미하게 사라지고 내일의 역사가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학살 사건을 제대로 조명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똑똑 콘서트’는 한베평화재단과 천주교 제주교구 복음화실 공동 주최로 오는 21일까지 열리고 있는 ‘한마을 이야기 – 퐁니·퐁넛’ 기록전 프로그램으로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군의 베트남 학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한 시간 남진 진행된 ‘똑똑 콘서트’가 끝난 후 강우일 주교가 자신의 저서 '희망의 길을 걷다'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한 시간 남진 진행된 ‘똑똑 콘서트’가 끝난 후 강우일 주교가 자신의 저서 '희망의 길을 걷다'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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