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0-09 21:41 (수)
“건축물은 지역풍토에 기반을 둬야 한다”
“건축물은 지역풍토에 기반을 둬야 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0.01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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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5> 쿠니켄을 만나다

오키나와 건축가그룹 쿠니켄 이끈 고쿠바의 건축
​​​​​​​오키나와 지역을 이해하는 건축물을 속속 내놓아
문비치 호텔은 사적 필로티를 공공영역으로 만들어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등 섬 지역의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건축가그룹인 주식회사 쿠니켄의 고쿠바가 설계한 문비치호텔. 미디어제주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건축가그룹인 주식회사 쿠니켄의 고쿠바가 설계한 문비치호텔. 일본 '신건축' 9월호에서 발췌. 사진=일본 '신건축' 9월호.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오키나와 건축은 바람과 햇빛을 이기는 건축이다. 오키나와 전통 건축이 그렇고, 오키나와 현대 건축도 그와 다르지 않다. 물론 오키나와에 있는 모든 건축물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기자가 만나본 건축물이나 직접 인터뷰에 응한 건축가들은 그랬다.

이번 기획부터는 오키나와 현대 건축물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시간이다. 오키나와는 나무를 소재로 쓰는 건축물보다는 콘크리트가 대세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오키나와의 강한 바람과 햇빛을 이겨낼까. 많은 건축가들이 있으나 이 사람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얼마 전에 세상과 고별한 고쿠바 유키후사를 우선 만나보고, 오키나와 현대 건축물을 본격 들여다보자.

고쿠바는 1939년 오키나와 나하시 출신으로 건축공부는 와세다대학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고향에 정착한 건 1967년이다. 자신의 형이 대표로 있던 주식회사 쿠니켄(國建)에 취직한 뒤 상징적인 건축물을 오키나와에 던져뒀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문비치호텔(1975), 나하시민체육관(1986), 오키나와 공문서관(1995), 추라우미수족관(2002), 나하시청사(2012)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이 작품이 있다.

고쿠바가 지닌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지역성에 있다. 그는 건축을 “인간과 자연의 대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풍토에 의해 건물은 변한다”고 말했다. 전자에 거론한 ‘인간과 자연의 대화’는 건축의 일반론에 가깝다. 그런데 고쿠바가 말한 지역풍토는 잘 새겨들어야 한다.

모든 땅에 세워지는 건축물은 그 땅을 알고 이해를 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지역풍토를 읽어내는 게 더 중요함을 고쿠바는 말하고 있다. 지역풍토는 그 지역의 바람도 되고, 기온도 된다. 온갖 기후여건을 고려한 건축물이 바로 지역을 이해하는 건축물임을 고쿠바는 이해하고 있었다.

우선 만나볼 건축물은 문비치호텔이다. 오키나와는 오랜기간 미군 지배를 받아왔다. 문비치가 들어선 해안은 유원지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걸 쿠니켄에서 사들였고, 지금과 같은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 호텔은 반달 모양의 모래사장 주변으로 양 날개를 편 건축물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낮게 드리워진 이 건축물은 외형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다. 애초 이 건축물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구상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사람이라면 호텔에 숙박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그 사람이란 바로 인근에 사는 지역사람들이다.

고쿠바의 작품인 문비치호텔. 오키나와 지역성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사진=일본 '신건축' 9월호.
고쿠바의 작품인 문비치호텔. 오키나와 지역성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사진=일본 '신건축' 9월호.
문비치호텔은 1층 필로티를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주식회사 쿠니켄에서 발간한 '빛과 바람의 건축'
문비치호텔은 1층 필로티를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호텔 1층 필로티에서 지역주민들이 쉬는 모습이다. 사진=주식회사 쿠니켄에서 발간한 '빛과 바람의 건축'

문비치호텔은 현대건축이 만들어낸 필로티 기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호텔의 아래층은 모두 필로티로 만들었다. 무려 3000평에 달한다. 그 공간은 바람을 끌어들이고, 사람도 끌어들였다. 필로티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지역주민들에겐 더위를 피하는 공간이었고, 호텔에 바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이기도 했다. 호텔이라면 사적 영역이다. 사적 영역이던 공간은 거대 필로티를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공공영역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무척 인상깊다.

물론 이런 필로티 구조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투숙객들에겐 불만이었다. 열린공간이었기에 미군들이 여기를 오가면서 문제를 일으켰고, 태풍이 불 때면 필로티는 위험한 공간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필로티 구조를 볼 수 없다. 슬라이드식 창을 만들어 언제든지 열린 구조를 차단하도록 만들었다.

문비치호텔 내부는 녹음이 가득하다. 아열대의 기후를 보는 느낌이다. 김형훈
문비치호텔 내부는 녹음이 가득하다. 아열대의 기후를 보는 느낌이다. ⓒ미디어제주

문비치호텔의 또다른 점은 ‘녹음(綠陰)’이다. 호텔에 푸르름을 주기 위해 각종 식물을 덧입혔다. 그래서 이 건축물은 ‘빛과 바람과 녹음의 건축물’이라고도 불린다. 실내엔 줄기식물이 길게 매달려 있다. 마치 정글에 와 있는, 혹은 아열대의 느낌을 간직하고 가라고 줄기식물들이 말을 건넨다.

문비치호텔의 스스무 키나 전무이사는 “손님들이 이 건물을 향해 멋있게 나이를 들어간다고 얘기를 해준다. 매년 견학하고 싶은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면서 “건물이 지어지기 전의 검토자료를 보면 지역에 있는 식물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고 이 건축물은 애초부터 지역식물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는 걸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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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8-10-02 01:05:31
아주 좋은 건축물 내용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도의 도시재생도 이를 바탕으로 하면 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