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막는 담도 같고, 돼지를 키운 변소까지”
“바람을 막는 담도 같고, 돼지를 키운 변소까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9.1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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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3> 제주와 오키나와의 닮은꼴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등 섬 지역의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사진으로 남은 구엄마을의 차면담은 힌푼과 닮아
돼지를 키운 ‘통시’와 ‘후루’는 자연친화 시스템
재료 차이에 따라 같은 구조를 다르게 보이게 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기획을 통해 오키나와 건축을 선보이고 있다. 기획 2번째 코너에서 힌푼이 존재하는 ‘오키나와의 전통 건축’이라는 소주제를 달고 글을 썼다. 그러자 연락이 왔다. “제주에도 힌푼이 있다”는 전화였다. 힌푼은 오키나와에서 만날 수 있는 차면담이다. 집안과 집밖을 차단하는 기능도 있고, 오키나와의 자연특징 중 하나인 강한 바람을 차단하는 벽이다. 그게 제주에도 있다는 말이었다. 정말일까.

전화를 준 이는 신석하 제주국제대 교수였다. 제주의 전통건축을 늘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관련 연구도 많이 해온 그였다. 글을 쓴 기자에게 오키나와 전통 건축을 더 연재한다면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1회로 끝내려던 ‘오키나와 전통 건축’을 더 연장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메일을 통해 받아본 사진은 애월읍 구엄마을 한질에 있는 담이었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마을에 존재했던 차면담. 한질 입구에 놓여 강한 바람을 막아줬다. 지금은 해안도로 개발로 사라졌다. 신석하 교수 제공
제주시 애월읍 구엄마을에 존재했던 차면담. 한질 입구에 놓여 강한 바람을 막아줬다. 지금은 해안도로 개발로 사라졌다. ⓒ신석하 교수 제공

위 사진을 보며 설명해보겠다. 구엄 바닷가에서 한질로 진입하거나, 혹은 한질에서 바닷가로 나가면 마주하는 게 사진에서 보이는 담이다. 솔직히 이 담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적절한 용어가 없기에 그냥 ‘제주형 차면담’이라고 하겠다.

제주형 차면담은 보기에도 강한 바닷바람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진 속엔 바다가 보인다. 겨울이면 강한 북서풍이 불어올테고, 그 강한 바람은 한질을 파고들어 올레까지 강타할 게 분명했다. 제주형 차면담은 그런 바람을 일차적으로 막아준다.

특히 제주형 차면담은 좌우로 터 있어 사람들이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오키나와 힌푼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점이라면 힌푼은 집에 속하는데 비해, 제주형 차면담은 집이 아닌, 마을 한질 입구에 놓였다는 점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이런 형태의 차면담은 구엄리에만 존재했을까. 다른 지역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인다. 다만 마주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이유는 개발로 인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엄마을의 차면담 역시 해안도로가 나면서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오직 이 사진 한 장으로 말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일반주택에도 힌푼이 많이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주택도 힌푼이 내외부를 차단해준다. 김형훈
오키나와의 일반주택에도 힌푼이 많이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주택도 힌푼이 내외부를 차단해준다. ⓒ김형훈

오키나와는 지금도 힌푼을 설치해 집안과 집밖을 구분하는 집이 있다. 예전엔 힌푼의 왼쪽으로는 여성이 진입하고, 오른쪽으로 남성이 진입한다고 했다. 오키나와 집의 평면을 보면 왼쪽에 부엌이 있었기에 여성들은 힌푼의 왼쪽으로 출입을 했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제주와 닮은 점이 많다. 제주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제주형 차면담’도 그렇지만, 통시도 빼놓을 수 없다. 오키나와에서는 통시를 ‘후루’라고 부른다. 대게는 ‘후루’라고 하지만 ‘후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주의 통시가 그렇듯 오키나와의 후루는 돼지를 키웠고, 돼지는 사람들이 몸에서 뱉어내는 인분을 먹으며 자랐다. 후루는 돌로 만들었고, 지붕은 돌이나 짚으로 씌웠다. 현재 남아 있는 후루는 대게는 돌지붕이다.

후루의 역사는 얼마나 되며, 이런 전통을 지닌 지역은 또 어디일까. 인분으로 키우는 돼지는 중국에도 있었다. 2500년 전 진나라 때 보급된 생활방식이었다고 한다. 오키나와에 보이는 후루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제주도의 통시는 어느 지역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문화가 오키나와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덧붙이면 두 지역은 오래전부터 자연순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키나와 후루는 제주와 달리 돌로 잘 다듬어진 게 특징이다. 바닥도 돌을 깔았다. 제주도 통시는 바닥을 짚으로 깔아서 비료로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오키나와 후루는 사람이 볼일을 보는 ‘투시누미’라는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대변이 배설되면 아래에서 기다리는 돼지가 먹는 구조로 돼 있다.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주변에 있는 '오키나와 향토촌'. 오키나와 근대 민가의 모습을 재현해두고 있다. 사진은 후루이며, 빨간색 원이 사람이 앉아 볼일을 보던 투시누미이다. 김형훈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주변에 있는 '오키나와 향토촌'. 오키나와 근대 민가의 모습을 재현해두고 있다. 사진은 후루이며, 빨간색 원이 사람이 앉아 볼일을 보던 투시누미이다. ⓒ김형훈
오키나와의 국가 중요문화재인 나카무라주택. 여기는 투시누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형훈
오키나와의 국가 중요문화재인 나카무라주택. 여기는 투시누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형훈

그런데 오키나와에서도 보존이 잘 돼 있다는 나카무라 주택의 후루엔 ‘투시누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카무라 주택은 1972년 일본의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1979년 수리를 했고, 1988년에도 보수를 거쳤다. 나카무라 주택의 투시누미는 보수과정에서 사라진 건 아닐까. 아니면 나카무라 주택 내부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외부형 투시누미를 둘 필요가 없어서였을까.

그건 그렇고 통시와 후루는 근현대에 와서 모두 사라진다. 먼저 사라진 건 후루였다. 후루는 오키나와가 19세기 이후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점차 사라졌다. 20세기 초엔 후루의 신규 개설이 금지됐고, 1945년 오키나와 전쟁 후에 미군의 지배에 놓이면서 완전 없어진다. 제주의 통시는 이보다는 다소 늦은 1970년대까지는 활용이 됐다.

후루와 힌푼 얘기를 위주로 두 지역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살펴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재료가 미치는 영향이다. 후루와 힌푼을 보면 아주 잘 다듬어진 돌임을 알게 된다. 힌푼은 바람이 들어갈 구멍이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다. 제주의 차면담은 이와는 다르다. 이유는 있다. 오키나와 장인들의 돌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서였을까. 그건 아니다. 제주의 현무암은 매우 단단해서 가공하기가 쉽지 않았던 반면, 오키나와는 산호가 퇴적된 석회암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다음엔 오키나와의 전통 건축을 해석한 건축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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