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도시’를 위한 보행권 외면, “철학이 없다”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한 보행권 외면, “철학이 없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8.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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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녹색당, 대중교통체계 개편 1주년 앞두고 ‘반쪽짜리’ 혹평
“과도한 재정 투입 준공영제 아닌 공영제 확대로 가야” 강조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희룡 제주도정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1년에 대해 ‘반쪽짜리’ 대중교통체계 개편이라는 혹독한 평가가 나왔다.

제주녹색당은 25일 한국 도시계획학계 제1세대인 故 강병기 선생의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라는 얘기를 인용한 제목의 논평을 내고 오는 26일로 시행 1주년을 맞는 원희룡 도정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과정에서 살고 싶은 도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특히 제주녹색당은 중앙로의 대중교통 전용차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보행로를 줄이고 차도를 넓혀 휠체어와 유모차의 통행이 불편해진 데다, 여전히 통학로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 도정이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보행권을 도외시함으로써 향후 도시 교통정책의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4일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행에 앞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옆 주차장 부지에서 대중교통체계 개편 출정식이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해 8월 24일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행에 앞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옆 주차장 부지에서 대중교통체계 개편 출정식이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우선 제주녹색당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포화상태인 제주에서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보행권 확보를 전제로 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대중교통의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공공교통수단에서 차별과 배제를 전제로 함으로써 제주도가 추구하려는 유니버셜 디자인의 기본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자가용 중심의 도시교통문제를 해결하려면 버스(Bus), 도시철도(Metro), 보행(Walking)을 이용하자는 ‘BMW’가 필요한데, 도시철도가 없는 제주 실정에서 버스와 보행 이용을 활성화해야 함에도 보행은 도외시한 채 버스 중심으로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제주녹색당은 “제주도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에는 ‘사람의 행복’이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진행과정이 관료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진행방식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녹색당은 “지난해 8월 26일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행 시기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주녹색당은 “민선 자치단체장의 특성상 선거시기를 염두에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정책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은 보다 신중하게 여론을 수렴해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준공영제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 이후에 변화시키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서 제주녹색당은 “준공영제는 과도한 재정 투입을 비롯한 경영의 효율성 문제와 버스기사 채용, 재정 집행과정 등에서 경영의 투명성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1년이 지난 지금 도의회가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재정 투입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재정 집행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버스 기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 시행주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제주녹색당은 “지금부터라도 준공영제를 축소하고 공영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제주도의 경우 이미 공영버스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자가용과 버스, 보행과 버스, 자전거와 버스 등 교통수단간 연계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버스 이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보행환경 개선이 최우선 과제임에도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중교통 전용차로 확대에 대해서도 제주녹색당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진행과정에서 도민과의 소통이 우선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느리게 가더라도 도민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주차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고, 자가용 속도를 낮추고 버스 속도를 높이겠다고 홍보하면서 한쪽에서는 비자림로를 넓혀 자동차 통행 속도를 높이겠다고 하고 버스를 다니게 하기 위해 보행로를 좁히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집행되고 있는 데 대해 “철학이 없다”고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녹색당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철학을 가지고 대중교통체계 개편 1년 이후를 준비해주기 바란다”면서 “말로만 ‘도민’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책 준비와 진행과정에서 도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도민과의 무한 소통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원희룡 지사는 26일 오전 11시 도청 기자실에서 대중교통체계 개편 1주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태풍 피해 후속조치와 정기인사 등 긴급 현안 처리를 위해 회견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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