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 구분 채용 합격선 달리해놓고 5년 후 순환근무 말도 안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가 도와 행정시를 구분해 지방공무원 채용 시험을 치르면서 결과적으로 점수가 높은 응시생이 탈락하고 점수가 낮은 응시생이 합격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 위원장인 강성균 의원(더불어민주당, 애월읍)은 12일 오전 도 총무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나섰다.
강 위원장은 “도지사가 인사권을 갖고 치르는 채용 시험에서 350점을 받은 응시생은 불합격하고 310점을 받은 응시생이 합격한다면 이게 합리적인 거냐. 이유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이영진 총무과장은 이에 대해 “서귀포시로 배정을 받은 합격자들이 불만을 제기해 도와 행정시를 구분해서 채용 시험을 치르다 보니까 합격선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최초 임용부터 5년 동안 행정시에 근무한 후에 순환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의 이같은 답변에 강 위원장은 “공무원이 그렇게 낭만적으로 일하는 자리냐. 합격자들이 서귀포시에 근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무원을 따로 채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주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보임을 받은 곳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가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는 거냐”고 추궁했다.
이 과장이 “2010년 이후에는 도에서 일괄적으로 합격자를 선발, 성적순으로 배치했는데 불만이 많아서 이렇게 바꾼 거다”라고 다시 설명했지만, 강 위원장은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져 시장이 직접 공무원을 채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 도지사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한 이 문제는 당장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대해 “같은 시험 문제를 갖고 인사권자가 채용시험을 시행하면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불합격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현재 시스템대로라면 서귀포시에 임용된 경우 정년이 될 때까지 서귀포시에서만 근무하는 거냐.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 나중에는 자신의 편의에 따라 옮기겠다는 거 아니냐”고 현 채용제도의 불합리성을 질타했다.
이 과장이 “특별자치도에 채용되면 제주시든 서귀포시든 한 번씩 가서 근무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강 위원장은 “지금처럼 채용이 이뤄진다면 서귀포에서 채용된 사람은 서귀포에서만 근무하다 정년 퇴임해야 하는 거 아니냐. 공무원들이 싫어하니까 따로 채용해놓고 5년 후에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장은 이에 대해 “두 제도를 다 시행해봤는데 도에서 일괄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고 서귀포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구분해 선발하게 된 것”이라고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서귀포에서 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아니냐. 임용 기준을 그렇게 해선 안된다. 제주시에만 응시자들이 몰리니까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불합리한 인사 채용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과장이 다른 시도에서도 이렇게 채용을 달리 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강 위원장은 “강원도, 경기도와 제주도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합격자들이 서귀포에 가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이렇게 시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