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극단 '서툰사람들'
서툰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극단 '서툰사람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7.0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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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도전하는 용기를 가진 극단 ‘서툰사람들’을 만나다
제7회 제주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작 '바다 한 가운데서' 출연
“무대 위,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어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이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예술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는 말. 이를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바쁜 일상 중에도, 몸이 아파 힘든 날도 처음 무대에 섰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

바로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의 극단 ‘서툰사람들’의 단원들이다.

이들에게 물었다. “서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에 임하는 용기, 어디서 얻나요?”

극단 '서툰사람들'은 2017년 열린 제6회 전국 장애인 연극제에서 창작뮤지컬 '딜레마'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2011년, 극단 ‘서툰사람들’은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를 통해 공식 출범했다. 이전에는 마음 맞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동아리 형태였는데, ‘서툰사람들’이란 극단 명을 가진 뒤로 무대에 설 기회가 많이 늘었단다.

“단원 대부분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에요. ‘장애인 극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죠.”

민경언 연출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명성황후, 맨오브라만차, 갓스펠 등 수십 개의 뮤지컬 및 연극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그는 제주에서 <DRAMA CENTER 코지>의 대표이자 공연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 열린 제6회 제주 전국장애인연극제에서 창작뮤지컬 '딜레마’라는 작품의 연출로 극단과 인연을 맺었던 것이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작품이네요.
이번에는 오는 9일 열리는 제7회 제주장애인연극제의 개막작 ‘바다 한 가운데서(스와보미르 므로제크作, 번역 최성은)’의 연출로 함께하게 됐습니다.”

제6회 전국 장애인 연극제, 창작뮤지컬 '딜레마' 공연 모습.

육지와 제주를 오가며 배우로, 때론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의 연출 제안에도 흔쾌히 승낙했다.

“무대에 선다는 것은 비장애인에게도 평생의 꿈 같은 일이 될 수 있어요. 극단 ‘서툰사람들’의 장애인 단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꿈꿔왔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 그들의 용기가 큰 몫을 한 거죠.”

그간 이루어진 이들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마추어 극단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프로 배우에 절대 뒤지지 않는 연기 실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 한 가운데서 독백하는 장면을 연기 중인 김성홍 단장.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제 꿈은 연극 무대에 한 번 서 보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장애인이 주를 이루어 연극 무대를 꾸민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할 때거든요.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들며 장애인들이 하나둘 무대에 서기 시작했을 때, ‘나도 무대에서 한 번 서보자!’ 결심하는 장애인이 늘어나는 현상에 참 행복했습니다.” / 김성홍 단장

극단에서 정신적 지주이자, 이번 공연에서 우스꽝스러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김상홍 단장은 연극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모습이 참 좋다고 말한다.
이에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미향 배우가 말을 이었다.

열연 중인 (좌)김성홍 단장과 (우)김미향 배우.

“극을 지루하지 않게, 재미난 대사로 이끄는 장면들이 있는데 제가 부족해서 단원분들께 미안한 감이 있어요. 많이 노력해야죠.
연극요? 우연히 ‘연극 배우를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극단 문을 두드렸는데요,
처음에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대사를 어떻게 말할까? 몸이 불편하다면 동선을 어떻게 짤까?’ 걱정을 했죠.
그런데요, 막상 해보니까 다 그냥 되더라고요.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연기도, 노래도, 심지어 춤도 말이죠.” / 김미향 배우

김미향 배우의 말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움직일 수 있을까? 극을 진행하는데, 어색하거나 부족한 점이 눈에 띄지 않을까? 기자의 부끄러운 질문에 이번 극에서 차분하지만 진정성 있는 강렬함을 보여줄 김성일 배우가 답했다.

“함께 도와가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덮어주면 되는 거예요. 다리가 불편한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면, 그렇지 않은 배우가 무대를 좀 더 넓게 쓰면 되고요.
말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배우라면, 그 배우가 대사를 말했을 때, 상대 배우가 한 번 더 곱씹어주는 대사를 치면 돼요.” / 김성일 배우

괴로워하는 모습을 연기 중인 김성일 배우.

2014년부터 극단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성일 배우는 작년 뮤지컬 무대에서도 배우로 참여했다.

“호흡법, 발성법 등 노래에 대한 전문 지식을 처음 배우는 거라서,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연극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안무와 노래가 곁들어진 뮤지컬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죠민경언 연출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단원들도 열심히 노력했고, 결국 완성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죠.
본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 인사를 할 때 말로 다 할 수 없는 만족감이 느껴지더군요.” / 김성일 배우

열연 중인 극단 '서툰사람들'의 단원들.

한편, 배우로서 무대 위에 서고 싶었지만 막상 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많이 망설였다는 이도 있다. 바로 이성복 씨다. 사실 그는 2006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한 경험이 있는 수필가다.

“2015년에 단원으로 들어왔는데요, 제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발음도 좋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막상 대사를 연습하고, 무대 위에 서보니 발음 교정도 되고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언론 매체를 통해 수필 기고도 했었는데, 지금은 연극과 함께 개인 작품 준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이성복 배우∙수필가

제주도에서 최초로 열린 에이블아트(Able Art), 장애인 미술 공모전에서 지난 5월 장려상을 받은 부정훈 씨도 극단의 단원이다. 그는 연극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했다.

열연 중인 (좌)김성홍 단장과 (우)부정훈 배우.

“연극을 하기 전에는 말하는 게 불편하고, 싫었어요. 제가 말하면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평소에는 제주의 자연 풍경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산이 어떻게 생겼나, 돌이 얼마나 다양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나 관찰하며 그림을 그려왔죠. 그런데 지금은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해요. 같이 말하고 싶어서, 무대에 서고 싶어서 시작한 연극인데, 이제는 말하는 게 좋아졌어요.” / 부정훈 배우

 

“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대단한 위인이나 성공한 사업가가 한 말이 아니다. ‘장애’를 장애물 삼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묵묵히 도전해온 극단 ‘서툰사람들’이 걸어온 시간을 증명하는 한 문장이다.

가난, 불행한 가족, 외모, 성격, 장애 등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과 맞대며 산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현실의 벽과 마주했을 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서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본다면, 내 안에 숨었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극단 ‘서툰사람들’이 연기할 ‘바다 한 가운데서’는 제7회 제주 전국장애인연극제의 개막식인 오는 9일, 제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오후 7시에 만날 수 있다.

개막식은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하며, 10일에는 극단 햇빛촌(진해) ‘뛰어라 뛰봉’, 11일 극단 도란토닥(서귀포시) ‘크리스마스에 삼십만원을 만날 확률’, 12일 극단 애인(서울) ‘한달이랑 방에서 나오기만해’ 공연이 매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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