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픈데 꾀병이래요
배가 아픈데 꾀병이래요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3.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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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의 통증클리닉]<11> 기능성 복통에 대해

김애령(가명, 74세) 할머니는 2년 전부터 지속된 복통으로 본원에 내원하셨다. 타과에서 이미 병력 청취와 검진을 통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였고, 모두 정상 소견이어서 협진을 통해 통증클리닉으로 내원하신 사례다.

처음 할머니를 뵈었을 때 우울했던 표정과 문진 시 미덥지 않아하셨던 말투가 기억에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 옮기면서 위염 약도 많이 먹고 진통제도 많이 먹었으나 그다지 차도가 없었다. 증상은 배 통증이 심하고, 통증이 옆구리에서 등 쪽까지 올 때도 있다고 했다. 통증은 간헐적이었고 뒤틀리는 느낌이라고 하셨다.

가끔 설사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으나 대부분의 대변은 정상이었다. 복부 수술을 한 경험도 없고 가족력도 없었다. 특별한 통증 유발점도, 혹 같은 것도 없었다. 피 검사 및 복부 CT, 위-대장내시경 등 시행한 검사 결과 역시 모두 정상이었다. 평소 먹는 음식도 확인하였으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소 불규칙적인 식사 패턴이었고 많이 드시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이상을 일으킬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첫 날은 일단 쥐어짜는 듯한 통증 양상이었으므로 근이완제를 처방해드렸다. 두 번째 내원에는 보호자로 아들이 동행했길래 혹시 2년 전에 환자에게 특별한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아버지, 즉 할머니의 남편이 2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어머니가 우울해하며 병원에 내원하는 일이 잦다고 하였다. 보호자분은 이어 이 질문을 하려고 같이 왔다면서, 특별히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 혹시 꾀병이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질문을 받고 보니 할머니가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한 것을 느꼈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에게도 만성 복통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약제 및 흉추 신경 주사와 성상 신경절 주사 치료를 했다. 이후 할머니와의 사이에서 ‘의사-환자’간 치료적 관계가 어느 정도 생겼다고 판단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시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해드렸다.

이후 할머니를 괴롭혀왔던 통증은 완화되었다. 가장 최근에 내원하셨을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꾀병이나 정신적인 문제라고만 안하고 가족들한테까지 잘 설명해줘서 고마워.”

만성 복통은 악화 요인과 완화 요인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음식, 활동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건 등이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다. 특히 내장 신경은 뇌와 양방향으로 교류하게 되는데 이때 내장 신경은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다. 조절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게 된다. 또한 장의 생리에도 영향을 미쳐 위장관 운동성의 변화와 내장 신경의 민감도 증가, 위장관계 분비물의 증가, 장투과성 증가, 위장관계 점막 재생 능력 및 점막 혈류량의 감소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반대로 중추 신경계에도 작용하여 통증에 대한 반응을 증가시키게 된다. 따라서 치료 계획 시에는 통증을 유발 혹은 악화 시킬 수 있는 여러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고려하여야한다.

■ 복통의 네 가지 분류

정밀 검사 및 해당 과에서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면 이것이 복벽의 이상에서 유발되는 체성통인지, 장기로부터 오는 통증인지, 혹은 배 쪽 수술 이후 나타나는 통증인지 파악해봐야 한다. 그도 아니면 통증 원인은 다른 곳인데 같은 척수 위치에 있어서 뇌가 혼돈을 일으켜 아픈 연관통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자세한 신체적 검진이 필요하다. 연관통은 통증이 대부분 배와 등쪽인 경우에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통증이 시작된 시기가 비슷하다면 흉추 쪽의 문제일 수도 있다. 복부 쪽 검사 상에서 아무것도 없다면 그 경우는 흉추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 만성복통의 치료

병원에 내원한 보호자 중 통증이 있는 곳에 이상이 없으면 꾀병이나 정신적인 문제라고 단정지어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섣부르게 정신과적 진료를 환자에게 권유하여, 환자로서는 본인은 정신적인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 문제로 몰아간다며 내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트레스는 분명 내장신경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환자 의사 보호자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통증 자체가 없는 것이거나, 통증을 지어낸 것이거나, 마음을 고쳐먹어야만 나아지는 질환이 절대 아니다.

환자가 만성 복통을 가지고 있고 기저 질환이 없거나 질환의 유무를 알 수 없다면 증상 자체를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생활 습관의 변화와 진통제, 주사요법 등의 치료를 우선하고, 필요한 경우라면 정신과적 진료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혜진의 통증 클리닉

서혜진 칼럼니스트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통증 고위자 과정 수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인턴 수련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레지던트 수련
미래아이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제주대학교 통증 전임의
現 한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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