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0:33 (금)
“생활속 예술활동은 바로 우리처럼 하는 거랍니다”
“생활속 예술활동은 바로 우리처럼 하는 거랍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2.04 07:3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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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제주올레 ‘올레 창의 미술교육’ 수채화 교육 현장
프로그램 이후 수강생들 요구에 앤드류 장 선생 적극적 화답
​​​​​​​수강생들 “수채화는 마음 조절하는 것이랑 같다는 걸 알게 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지난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올레 창의 미술교육’이 진행됐다. 2주간 진행된 일정이었으니 길지는 않았다. 마침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앤드류 장 선생이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생활 속의 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만들어줬다.

올레 창의 미술교육은 지난해 제주도립미술관 주최로 진행된 ‘2017 사회예술 프로젝트’의 한 과정이었다. 제주 전역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레길을 걷던 올레꾼들도 이 프로그램에 오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전국적인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진행한 '올레 창의 미술교육' 결과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진행한 '올레 창의 미술교육' 결과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올레 창의 미술교육에 참여했던 이들이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올레 창의 미술교육에 참여했던 이들이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의 작품은 지난 1월 31일부터 ‘결과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2주의 짧은 예술 체험을 했던 이들이 앤드류 장 선생을 놔주질 않았다. 특히 앤드류 선생으로부터 수채화를 배웠던 이들이 수채화 과정을 연장해달라고 호소했다. 생활예술을 더 해달라는 적극적인 몸짓이었다. 앤드류 선생은 화답했다. 2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 4주 과정으로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다. 앤드류 선생은 서울에서, 혹은 뉴욕을 오가며 수강생들의 작품을 직접 손질해주기도 한다.

앤드류 선생은 이번 창의 미술교육을 진행하며 자신이 직접 만든 교재를 활용했다. 기술이나 기능을 익히는 한국식의 미술교육이 아닌, 즐거운 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선보였다. 수강생들이 환호를 할 수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었다. 수채화는 그 과정 중 일부였고, 3시간만 들어있었다.

“미국을 가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수채화를 더 해달라고 요구를 한 겁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10주코스인데, 4주 과정으로 하기로 했어요. 특히 수채화는 힐링 프로그램으로서 의미가 있어요. 올레를 걷는 건 육체적인 건강인데, 정신까지 건강하면 더 좋죠. 수채화는 물의 농도가 중요한데, 자신의 감정을 얹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수채화만큼 사람의 마음을 힐링시킬 수 있는 것 없어요. 제주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앤드류 장 선생이 수강생들과 물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앤드류 장 선생이 수강생들과 물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앤드류 장 선생은 미국 뉴욕의 맨하탄에 있는 '스쿨오브비쥬얼아트 예술대학(SVA)'에서 미술을 지도하고 있다. 28년을 가르쳐왔다.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수채화 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하나 둘 풀어놓았다.

유명열씨도 올레 창의 미술교육에 참가를 했다가 수채화에 빠져든 경우이다. 그는 이번 강좌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할 때마다 느는 겁니다. 수강생들이 수채화를 더 해달라고 요구를 했더니 앤드류 장 선생이 해주겠다고 했고, 그게 실현이 됐어요. 내게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퇴직하고서도 할 수 있는 영역을 찾게 됐어요.”

수강생 가운데는 미술을 배운 이들도 있다. 박민정씨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것도 외국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의 경쟁을 하며 배웠다. 그런데 자신은 수채화는 배운 적이 없단다.

“외국에서는 지지 않으려고 했고, 미술 점수도 좋았죠. 그런데 앤드류 선생에게서 수채화를 배워보니, 색을 조절하는 것은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랑 같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면 내 마음에 있는 상태가 그대로 나오거든요.”

앤드류 장 선생이 수강생들의 숙제를 하나하나 보면서 설명을 달아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앤드류 장 선생이 수강생들의 숙제를 하나하나 보면서 설명을 달아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에서 미술치료를 해오는 이들도 수채화 과정에서 만날 수 있었다. 미술교육센터를 운영하는 최숙자씨다. 미대를 나오기는 했으나 응용미술을 해온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특히 기능만을 가르치는 우리식의 미술과정이 아니라는 점에 매료됐다고 한다.

“여기엔 중년들이 많아요. 새로 뭔가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을 때입니다. 그러나 삶에 대한 도전이 매우 절실할 때죠. 수채화를 통해 정서적 만족감을 주게 만든 앤드류 선생의 수업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기능만을 강조하는 수채화가 아니라 사람의 삶 속에 수채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쉽게도 앤드류 장 선생이 주도하는 수채화 교실은 2월 10일 하루면 끝난다. 그가 주도한 미술과정은 기능적인 미술이 아니라, 생활속에 스며든 미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다시 해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는 말 대신 “시간을 고려해보겠다”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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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 2018-02-05 10:24:19
저희 수업까지 와보시고 진솔하게 꼼꼼히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명열 2018-02-05 10:03:11
교수님도 학생들도
열정이 대단하네요~
문화제주를 가꾸는 작은 디딤이겠지요?~~~

이영희 2018-02-05 09:39:55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