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2:01 (금)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12>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12>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 문영찬
  • 승인 2018.01.1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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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제주에 폭설이 내렸다.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제주에 많은 눈이 내리는데 이번 눈은 조금 이른 듯하다. 올 겨울이 유난히 빨리 온 탓도 있지만 갑자기 내린 폭설로 온 도로는 얼어붙고 빙판길 사고로 도로가 엉망이었다.

그 덕에 이틀 동안 도장도 강제 휴무를 했다. 계획되지 않았던 휴무라, 쉬지만 쉬는 것 같지 않은 휴무였다.

날이 추워지거나 또는 덥거나, 비가 오는 등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찾아오면 계획 했던 모든 것들이 틀어지곤 한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이나 결심했던 것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유야뮤야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 지금이면 연초에 결심했던 것 가운데 하나 둘 흐트러트리고 있을 것이다. 결심했던 나와의 약속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나 또한 결심했던 것들이 점점 시들해져 가고 있으니까.

무술 수련 또는 무술이라는 것을 배우다 보면 선생께서는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 싸워서 잃을 대상보다 가치가 있을 경우 싸우고, 그 외에는 싸우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 어떤 대상이라도 나보다 약하거나 또는 싸울 의지가 없는 대상이라면 이유를 막론하고 싸움을 하기보다는 피하라고 가르친다.

그럼 나보다 강한 상대와는 싸워도 되는 것일까?

어렸을 적 불의를 보면 “참지마” 라고 배웠으며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의리를 지켜야 된다고 배웠다. 점점 어른이 되면서 어떤 것이 불의이고 충성이며 효도인지 그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우를 보았다.

나의 가치관이 정립이 되지 못할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의리와 충성, 그리고 효도는 남들의 눈에 그저 객기와 속칭 마마보이로 치부 될 때가 많았다.

그럼 그 가치관을 어떤 식으로 정립을 해야 객기와 마마보이로 치부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무술은 상대와의 겨룸에서 승부를 논한다. 아이키도 또한 일반적인 겨룸은 없지만 무술이기에 지지 않기 위해 수련을 한다. 그 승부라는 것은 무술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독 무술에서 더 그러한 성향이 두드러진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아이키도 또한 상대와 수련을 하다보면 상대의 저항에 나도 모르게 상대를 이기려하는 힘을 쓴다. 그럴 때마다 선생 또는 선배들이 “상대는 나의 적이 아니기에 힘을 쓰지 말라”고 조언을 하며 가르침을 주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 하더라도 내 몸이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려 한다는 것을 수련이 끝난 후 깨닫게 된다.

힘을 쓰지 않고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뭐가 문제일까. 도대체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누구인가.

며칠 전 SNS에서 눈에 확 띄는 글을 보았다.

“나의 적은 우리였다.”

주변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라고 배웠고 나 또한 후배들에게 그렇게 얘기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적은 나 자신이 아닌 나를 포함한 우리라는 새로운 문구를 읽었다. 항상 유혹에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구였다.

내 결심이, 내 계획이 이제는 나 혼자만의 결심과 계획으로 끝나는 게 아닌 우리의 결심, 우리의 계획, 우리가 같이 했을 때 더 큰 힘과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비로소 선생과 선배들이 얘기했던 “너와 수련하는 상대는 너의 적이 아니다”라는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깨달았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이키도 수련을 하다보면 파트너의 끊임없는 저항에 너무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저항에 때론 맥이 풀리기도 하고 때론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그러나 상대는 적이 아닌 나를 도와주고 답을 알려주는 파트너라는 것을 선생과 선배들은 알기에 그분들은 그 자리까지 갔을 것이다.

나와 싸워야 될 상대가 아님에도 기꺼이 그들은 나와 싸워주는 상대역을 해 주고 있었고 내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누구인가.

아이키도는 겨룸이 없다. 그저 끊임없는 수련만 있을 뿐. 상대와 수련을 하다가 둘 가운데 아무라도 먼저 힘들다고 하면 훈련은 멈춘다.

아이키도 수련을 하다보면 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이 훈련을 누가 멈추게 하는지를. 멈추게 하는 사람이 내가 싸워야 할 적이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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