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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나아가는 길
기고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나아가는 길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12.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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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지환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유지환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유지환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학교 밖 청소년’,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표현이지만 이제 나에게는 애틋한 말이다.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 약 2년 7개월 동안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학습 지도와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기자를 꿈꿔왔고,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대학 선배가 ‘봉사활동 해보지 않을래?’ 라며 소개해 준 ‘검정고시 학습 지도’ 활동을 알게 되었다.

당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고 심지어 ‘학교 밖 청소년’ (그 당시 나의 인식은 자퇴생이었다.)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잠깐 고민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밖에 없다는 생각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통 지역사회에서의 ‘학교 밖 청소년’은 오직 ‘자퇴생’, ‘문제아’ 또는 ‘비행 청소년’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고, 내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다보니 한없이 순수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야무진 친구들이었다.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들었으나 이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선생님은 대학 어떻게 갔어요?’, ‘선생님 저도 대학 가고 싶어요. 이 과에 가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해요?’ 라는 질문을 해주었다.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자주 대화를 하게 되었고, 내 마음은 점점 열렸다. 그러다보니 이 친구들을 정말 친한 동네 동생, 친동생처럼 대할 수 있었고, 기자였던 내 꿈을 청소년을 만나는 선생님으로 바꾸게 만들어주었다.

멘토 활동을 하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은 도움을 통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나는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다. 원래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이런 성격을 고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흐뭇함을 느끼면서 활동을 지속했다.

요즘 뉴스나 신문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된다. 나는 직접 만나며 인식이 바뀌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평소 등교해야 할 시간에 사복을 입고 버스를 타면 ‘너는 학교 안 감나?’ 라는 질문을 받아 본 적 있을 것이다. 함께 공부하는 청소년들도 그런 경험이 아주 많은데, ‘네, 저 학교 안 다녀요’라는 대답을 하면 어른들은 ‘학교 안 다니믄 어떵 살 거냐!’ 라고 호통도 친다고 한다.

물론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반드시 학교가 아니더라도 지역 청소년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 같다.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지원센터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큰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도내 교육기관, 행정기관들이 협력하여 인식 변화와 학교 밖 청소년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더불어 함께하는 제주, 함께 나아가는 사회’가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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