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진흥원은 동질성 없는 서로 다른 얼굴의 집합소”
“콘텐츠진흥원은 동질성 없는 서로 다른 얼굴의 집합소”
  • 김형훈
  • 승인 2017.12.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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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다 못한 영상] <3> 왜 콘텐츠진흥원은 문제가 되나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 “콘텐츠산업은 정책적 판타지” 비판
제주도,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으로 이름 갈아타기 준비중
“제주도내 문화인들이 안정적 작품 활동할 지원책 마련돼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영상위원회 존폐 기로가 목전이다. 오는 29일 해산 절차에 돌입한다. 영화인들이 반대를 하고 있으나 제주도청의 밀어붙이기는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제주영상위원회’라는 이름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은 한 푼도 책정이 되지 않았기에, 해산 절차를 강행한다고 이해하련다. 그러나 ‘합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절차가 무척 아쉽다.

문제는 왜 문화콘텐츠진흥원에 대해 영화인들은 반감을 보일까. 어렵게 답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8차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및 공정한 문화예술정책 수립을 위한 분야별 현장토론회’의 자료를 보면 답은 풀린다.

당시 기조발제를 한 최승훈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은 ‘콘텐트 산업’을 ‘정책적 판타지’라고 비판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산업을 몰려들게 함으로써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디어제주
콘텐츠진흥원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산업을 몰려들게 함으로써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디어제주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에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공연 등 각종 사업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12개 산업군에 43개 업종, 98개 업태가 몰려 있다. 서로 다른 얼굴이다. 동질성은 전혀 없는 업종의 집합소가 한국콘텐트진흥원이다.

콘텐츠 산업으로 묶는 발상은 문화의 순수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문화는 개개의 독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콘텐츠진흥원을 만든다는 건 ICT 기술의 부속물로 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영화인들은 보고 있다.

11월 토론회의 주된 요지 가운데 하나는 이런 문제가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해체하는 게 해결책이라는 의견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해체함으로써 장르별 독립적인 진흥기구로 문화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요지이다.

이와 달리 제주는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새로 만들어진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차원에서는 콘텐츠진흥원을 용도폐기 대상으로 바라보는데, 제주도는 제주영상위원회를 없애고 이를 새로 구성되는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에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도 말이 많다보니 제주도청이 새롭게 내건 카드가 있다. ‘콘텐츠’라는 말을 어떻게 해서든지 축소시켜 보려고 하고 있다.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는 이름 대신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갈아타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름을 바꾸는 건 정체성을 바꾸는 일이다. 사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으로 이름이 바뀌지는 않았다.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 및 지원 조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례를 바꾸어야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된다.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이 아니라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된다면 어떨까. 정체성이 바뀌는 일이기에 영화인들의 걱정은 덜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 자체가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추진을 하는 것이기에 과연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쨌든 12월 29일 제주영상위원회 임시총회를 통해 해산이라는 절차에 돌입한다. 이는 제주특별법에 있던 기구의 상실을 의미한다. 특별법에 기구 하나를 명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굳이 영상을 집어넣었던 이유는 제주도를 문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의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들이 걱정하는 건 콘텐츠라는 이름에 매몰되지 말하는 것이었다. 결국 서로 다른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라는 이름을 버릴지는 알 수 없겠지만, 조례 개정을 통해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으로 거듭난다면 그나마 한숨은 쉬어질 것 같다.

한마디를 더 붙인다면 문화를 산업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문화를 모두가 즐기는 도구로 봐줘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인들이 돈을 구애하는 활동보다는 마음껏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수이다. 프랑스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앵테르미탕’이라는 제도가 있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인 ‘앵테르미탕’의 섬이 되길 바라는 건 너무 빠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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