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섭라는 제주도가 아니라 신라로 봐야 한다”
“섭라는 제주도가 아니라 신라로 봐야 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2.2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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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22일 ‘고대 동아시아와 탐라’ 학술대회
장창은 교수, 제주 토산품으로 보는 ‘가(珂)’에 대한 실체 문제제기
제주 연구자들 탐라로 인식…장 교수 “신라의 옥으로 보는 게 타당”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를 부르는 용어는 많다. 탐라, 탁라, 탐모라, 섭라, 주호, 담라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이를 모두 지금의 제주도로 인식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섭라는 탐라가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그동안 섭라는 탐라로 인식돼 왔고, 이를 그대로 제주도내 학자들이 수용해온 터였다.

이날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과 신라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고대 동아시아와 탐라’ 학술대회 자리에서 제주대 장창은 교수가 ‘고대 탐라국 연구의 쟁점과 이해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이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

장창은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섭라는 탐라가 아니라 신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현재 제주도내에서 고착화된 탐라의 대외 교류 역사도 바뀌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탐라의 대외 교역을 말할 때 거론되는 사료로 <위서>를 꺼낸다. <위서>의 열전에 ‘섭라’라는 나라이름이 거론된다. <위서>는 “고구려는 하늘과 같은 정성으로 여러 대에 걸쳐 충성하여 토산물 조공을 빠트리지 않았다. 다만 황금은 부여에서 나고, 가(珂)는 섭라(涉羅)에서 나오는데, 지금 부여는 물길에 쫓기고 섭라는 백제에 병합됐다”고 밝히고 있다.

<위서>에 나오는 고구려 때 이야기는 고구려 문자명왕(491~519)이 북위 선무제에게 사신을 보내 그동안 조공했던 조공품 가운데 황금과 가(珂)를 더 이상 바칠 수 없는 사정을 말하고 있다.

<위서>에 나온 ‘섭라’는 줄곧 탐라로 인식해왔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그렇다.

제주대 장창은 교수가 제주도내 연구자들이 탐라라고 주장하는 '섭라'는 탐라가 아닌, 신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디어제주
제주대 장창은 교수가 제주도내 연구자들이 탐라라고 주장하는 '섭라'는 탐라가 아닌, 신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디어제주

그러나 장창은 교수는 섭라를 지금의 제주도로 보는 경향보다는 신라라는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우선 가(珂)를 매개로 하려면 당시 고구려와 탐라가 조공관계여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라는 점이다.

장창은 교수는 “현 단계에서 고구려와 탐라의 관계를 입증해 줄 만한 문헌과 고교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탐라국이 필요로 했던 철제품과 소금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백제 및 가야와의 교역으로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었다. 탐라로서는 백제를 건너 뛰어 원거리에 위치한 고구려와 교류할만한 적극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이유를 밝혔다.

가(珂)의 실체는 무엇일까. 가(珂)는 제주해녀가 물질을 했다는 기록으로 가져다붙이기도 한다. 제주에서의 연구성과는 지금까지는 가(珂)를 해산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런가.

장창은 교수는 “가(珂)의 실체가 무엇인지가 문제이다. 섭라를 제주로 보는 연구자들은 가(珂)를 소라나 조개 종류로서 말 재갈을 장식하는데 쓴 것으로 파악했다. 가(珂)를 소라나 조개에서 채취한 것이라면 그 생산지로 제주가 유력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섭라를 제주도로 생각한 선입관이 가(珂)의 여러 용례 중에서 말 재갈에 주목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화사전>을 들여다보면 가(珂)는 옥의 이름이며, 소라 종류이기도, 조개로 만든 말 재갈 장식으로도 표현된다.

장창은 교수는 “고대로부터 중국에서 귀하게 여겨 온 옥은 금과 세트로 상관성있게 취급됐다. 신라의 금관에 곡옥을 매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며 “고구려가 북위에 황금과 바쳤던 가(珂)는 옥의 범주에 포함되는 판단이 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창은 교수는 “섭라는 제주도보다는 신라로 이해하는 것이 온당하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논란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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