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수사 감옥살이’ 사후 21년만 벗은 누명
‘위법한 수사 감옥살이’ 사후 21년만 벗은 누명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12.19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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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재심서 무죄 선고
“제주경찰국장 정보사범 검거보고서 앞 뒤 안 맞아”
“피고인 발언 자유민주 기본질서 위협 정도 아니”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인한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남성이 사후 20여년만에 가족들에 의해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 혐의로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고 유모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고 유모씨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1982년 12월 21일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1984년 3월 만기 출소하고 1996년 3월 사망했다.

고인에 대한 재심은 배우자(71)와 자녀들의 청구로 진행됐다.

제주지법에 따르면 고인은 1981년 11월 21일부터 이듬해 1월 5일까지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 등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당시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고인이 지인과 나눈 대화 중에서는 "광주 민중 항쟁 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우리 신문과 방송에서는 약 170명 가량이 죽고 부상자도 380명 정도라고 보도하였지만 실제는 사망자가 3000명 이상이고 부상자도 1만명 이상이다.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였다면 전두환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을 뿐더러 현 정부도 수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대가로 호남지역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세계 매스컴은 전 대통령이 총칼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한국군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미워하고 있다"라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환 부장판사는 그러나 경찰의 적법하지 않은 수사 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들이라 볼 수 있는 위법수집 증거로, 당연히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제주도경찰국장 작성의 1982년 9월 14일자 정보사범 발생 및 검거보고서에 '1982년 9월 13일 오전 8시께 북제주군 애월읍 소재 시외버스정류소 앞에서 피고인(고 유모씨)을 검거'한 것으로 기재됐지만 앞서 9월 11일 제주도경찰국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혐의에 관해 진술조서가 작성됐고 피고인은 다음날(9월 12일) 해당 진술조서와 거의 같은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1심 공판기일에 '경찰에서는 3일 동안 잠을 재워주지 않아 진실한 마음으로 진술했다고 마을 할 수 없으며 구타도 당했기 때문에 묻는 대로만 대답을 했다'라고 진술한 점, 경찰이 1982년 9월 11일과 12일 임의동행 또는 미체포 상태로 소환해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소서 및 자술서를 확보한 피고인을 돌려보냈다가 같은 달 13일 오전에 다시 노상에서 긴급구속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을 종합할 때 보고서의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경찰국 소속 경찰이 1982년 9월 11일 피고인을 그 의사에 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체포 및 연행하고도 48시간 이내에 법관의 사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이 경우 그 이후에 통상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하더라고 그 이전의 구금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신 부장판사는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도 "검찰에서까지 불법구금 상태가 이어진 상황이라고 봐야 하고 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자백 내용 역시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신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발언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으로 국가의 존립 및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에 따라 "북한과 달리 표현과 사상의 자유 등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이미 사상의 시장에서 다양한 주장과 사상 등을 수용‧비판‧여과해내는 사회체제의 건전성과 성숙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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