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학부·미술학과 실기고사 17일 실시…체육만 1주일 연기
학생들 “실기 시험 불이익 받을까봐 제대로 항의도 못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포항 지진으로 대한민국이 숨을 죽였다. 대한민국의 교육 열정을 대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멈칫했다. 2018학년도 수능은 11월 16일 목요일 치를 예정이었으나 1주일 순연됐다. 정부의 결정에 찬사가 쏟아졌다.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신의 한수’라는 결정도, 정부의 결정도 아랑곳하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제주도 유일의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다.
포항 지진이 일어난 시점은 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2시께. 정부는 이날 저녁 수능을 1주일 연기한다는 발표를 하고, 각 대학도 이에 맞춰 자연스레 2018학년도 시험 일정을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제주대 역시 포항 지진에 따라 신입생 전형일정 변경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제주대는 17일 보도자료에서 “24일 예정된 학생부종합전형 면접고사를 12월 1일로, 체육교육과 실기고사는 17일에서 24일로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체육교육과 실기만 1주일 연기됐을 뿐, 음악학부와 미술학과 실기고사는 그대로 치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학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기 강행에 대한 항의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항의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였다.
A교사는 “정부가 포항 지진 여파에 따라 수능 1주일 연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전국적으로 입시일정이 연기됐다. 그런 상황에서 국립대라고 하는 제주대학교가 수시 실기를 강행한 건 이해할 수 없다. 국립이라면 교육부의 정책을 먼저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교사는 “수시 실기는 당연히 미뤄야 했다. 수험생 모두가 당황한 상황이었고, 초조한 상황인데 어떻게 전형일정을 강행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제주대는 수시인 경우 정시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실기를 강행했다는 입장이다. 수능 성적이 수시와는 관계가 없다는 답변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수시 실기를 본 학생들 상당수가 정시를 겨냥, 수능을 봤기 때문이다. A교사는 실기를 본 학생 모두 수능시험을 치렀다고 했다.
17일 실기 시험을 치르고 수능을 봤다는 B학생과 통화할 수 있었다. B학생은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실기시험이 당연히 미뤄질 줄 알았다. 실기 때문에 수능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엄마와 아빠도 미루지 않고 실기를 보느냐며 화를 냈지만 제주대에 항의할 수 없었다. 불이익도 우려됐다”고 답했다.
정말 궁금하다. 왜 제주대는 수시 실기를 강행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