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는 무엇을 이겨야 하는가?
강자는 무엇을 이겨야 하는가?
  • 문영찬
  • 승인 2017.11.1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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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1> 글을 시작하며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해였던 것 같다. 내 나이 서른 초반이었다. 여느 때처럼 체육관에서 도복을 입고 땀을 흘리며 주먹과 발을 힘차게 내 뻗고 있었다.

"형님!, 간만에 대련한번 하시죠!"

후배가 내게 대련 요청을 해왔다. 흔쾌히 응했다.

"자식! 이젠 많이 컸구나!"

그러나 그 대련은 나의 무도의 길에 큰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열다섯 나이 중3인걸로 기억한다. 전봇대에서 붙어 있던 쿵후 회원모집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흑백으로 된 조잡한 전단지였지만 어느새 그 전단지는 나를 쿵후 체육관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열다섯 시절의 나는 매우 작았다. 몸도 허약했으며 키가 1m 50cm도 안 되는 조그만 남자아이였다. 꼴에 남자인지라 강해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쿵후로 시작된 무술에 대한 갈망은 이 도장, 저 도장 기웃거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매일 도복을 입고 도장에서 땀 흘리는 삶을 살아가는 첫 걸음이었다.

대련 얘기를 다시 이어간다. 대련이 끝나니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대련을 요청한 후배는 군대를 막 다녀온 친구였다. 그 후배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내가 지도를 해왔다. 그런 그가 대련 요청을 했을 때는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당시 나는 15년을 넘게 타격기 계통의 무술을 매일같이 수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른이 넘은 나는 23세의 건장한 청년과의 대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내 나이 마흔이 되면 그때면 무술 경력이 30년 가까이 다 되어갈텐데 10년도 훈련하지 않은 23세의 건장한 청년과 무술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러다 내 나이 50을 넘기면??

여느 선배들처럼 왕년에 내가 이랬어!! 라며 과거에 목 맬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큰 벽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 목마름은 나를 새로운 무술의 길로 안내하고 있었다.

'무도인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참 많은 단련을 해 왔다. 나는 정말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물었던 질문이었다.

강자에게 강하려면 그 강자보다 더 강해야 했고 그 결과는 그를 약자로 만들어버리는 모순이 생긴다. 강자에게 강하기 위한 모든 단련은 결국은 모든 사람을 다 약자로 만들기 위한 수단인가?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2년 뒤 지금의 선생님을 만났다. 현재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님이다. 그분을 통해 새로운 무술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분을 통해 새로운 무술을 배우고 있다.

답답함과 공허함 속에서 그 무술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고 타는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우물과도 같은 존재로 내게 다가왔다.

이제까지 입고 있던 도복과 검은 띠를 버리고 다시 흰 띠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시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더 정확한 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확실한 것은 무도는 또는 무술은 오롯이 강해지기 위해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지금도 더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매일 도장을 찾고 많은 성인들과 땀을 흘리며 수련을 하고 있고 선생을 찾아뵈며 배우고 있다.

이제 무술 수련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제대로 하지 못해 선생님께 혼도 많이 나지만 멈추지 않으려 한다. 아니 멈출 수 없을 듯하다. 아직도 목마름이 가시지 않았기에.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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