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이중섭미술관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사람마다 자신의 이상향이 있다. 이상향은 유토피아와 같은 맥락이다. 동양에서는 그걸 ‘도원’이라고 부른다. 제주에서는 이어도가 된다.
오름을 그리는 작가 김성오에게 이상향은 오름이다. 어린시절 테우리였던 자신의 아버지와의 경험은 그를 오름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는 말한다. “아버지와 잠시나마 경험했던 수산리 마을공동목장에서의 테우리에 대한 경험은 그림을 그리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고.
김성오 작가가 오는 9일까지 이중섭미술관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탐라도원경’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는 고향보다는 공동목장에 더 친숙하다. 오름이 있고, 삼나무 숲이 있고, 울타리를 넘어서 펼쳐진 초원을 봐왔다. 김성오 작가의 어린시절 놀이터이면서 벗이 오름이었고, 숲이었고, 초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어도를 360도 사방으로 막힘없이 펼쳐진 목장과 그 가운데 볼록 솟은 알오름 같은 언덕꼭대기, 자연암반을 의지 삼아 지어진 테우리막, 그 위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라고 말한다. 그게 자신의 이어도였다고 당당하게 말하곤 한다.
작품은 목장을 둘러싼 오름과 테우리의 꿈이 담겨 있다. 유년의 기억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그렇다면 오름을 자신의 이어도라고 부르는 작가에서 있어 제주도라는 화산섬의 색은 뭘까.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를 통해 ‘붉은색’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캔버스의 바탕은 온통 붉은색이다.
김성오 작가는 “붉은색은 오름 생성의 근원이 되는 색이다. 그 위에 다시 색을 입히고 날카로운 칼로 긁어내기를 반복했다. 붉은색의 선들이 수없이 모여 꿈틀대고 흐르면서 제주 오름과 평원에 새 생명을 준다. 사람의 몸 안에 수많은 실핏줄이 흐르면서 생명을 유지하듯 오름 또한 그 안에 수많은 실핏줄이 흐르며 현재의 오름이 됐다고 본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이어도가 있다. 김성오 작가에겐 오름이 이어도이듯. 전시 마감은 11월 9일 오후 5시다. 시간이 난다면 한번 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