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칼럼] 김상근 제주주민자치연대 고문
공식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나고 있다.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그러나 특별자치도인데, 특별한 얘기는 없다. 이미 예견된 것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마치 새롭게 발견하고 깨닫기라도 한 듯, 한소리 하는 것에 불과하다. 소위 헛소리라고 해야 할 말들이다.
그 대표적인 헛소리가 행정시 폐지에 관한 것이다. 어느 유명한(?) 교수께서 “정책적 과오를 인정하고 행정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도의회 도정 업무보고에서도 행정시 무용론이 나왔다.
웃기는 것은 정작 이와 같은 말들을 하는 교수나 도의원이나 그것을 보도하는 언론까지도 점진안이니 혁신안이니 하면서 논란을 빗고 찬, 반으로 엇갈려 주민투표 운동을 한다든지 도민설명회를 하고 있을 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설명회 때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지 않았던가?
자치계층이 무엇이고, 행정계층이 무엇인지를 소상하게 설명해야 할, 소위 전문가들이 설명회 때 어떤 입장을 밝히고 설명회를 보이콧하지 않았던가?
더 웃기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서 내온 안이 혁신안이라고 명명된 지금의 행정구조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 뭐라고 주장하고 있는가?
“도는 과거의 정책적 과오를 인정하고 행정시를 폐지하라”니, 개인적으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벌써 과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단층제하는 것이 혁신안의 핵심이라면, 주민투표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름도 혁신안이 아니라 기초단체폐지안이라고 분명히 해야 한다고, 북군이 제주시로 통합되고 남군이 서귀포시로 통합되는 것으로, 당시 많은 도민들은 혁신안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도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와 같은 기형적 형태의 행정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제대로 된 행정구조안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는 관련 전문가들이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 소리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 행정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들을 한다니, 그 때는 그것을 몰랐다는 것인가?
몰랐다면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그것도 그 안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교수가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다보니(그렇게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을 때 전문가라는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기형적 계층구조를 탄생시켜 다고 말했다니, 그럼 그 때는 어떤 논리로 설명회를 보이콧했던가?
특별자치도기획단 업무보고에서 모의원이 특별법 제345조에 의거한 규제완화(도에서는 규제 혁신이라고 하는 모양이다)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의 모든 생활전반에 거쳐 적용될 것인데, 어떤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자. 특별법에 의거한 규제완화에 대해서 어떤 원칙과 기준이 필요한가?
어떤 원칙과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질 것이고, 앞으로 별도법안으로 입법화될 경우 결국은 그 내용에 따라서 모든 행정업무가 집행될 것 아닌가? 지금이야 말로 전문가적 식견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소위 용역교수라는 전문가이든, 태스크포스 위원으로 회의비만 축내는 전문가이든, 이에 대한 의견을 도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는가?
또다시 버스 지나 간 다음에 손 흔들 듯 뭐가 잘됐니, 안됐니 하지 말고, 전문가라는 말을 듣고자 한다면, 아니 전문가라면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사이비 전문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요새 특별자치도와 관련하여 모 언론기사를 보면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인용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그 전문가들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는 없을까?
어찌 제주도의 전문가들은 왜들 그렇게 익명이 많은 것인가? 자신들의 전문성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서일까? 특히 공무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는 누군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국어사전에 보면 전문가란, 어떤 한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한가지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럼 요새 등장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어떤 일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가? 적어도 사전적 의미로는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끼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제주에서는 관련 공무원은 있어도 전문가는 없는 것 아닌가?
여기서 잠깐 그때를 기억해보자. 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란이 한창일 때, 소위 전문가들은 특별자치도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민의 자치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금에 와서는 정작 도민의 자치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나 주장은 없어지고 웬 전문가 타령으로 행정시 폐지 등, 공염불을 떠는 말들을 하는 것인가?
이제는 도민의 자치역량이 필요가 없어졌나? 지금이야 말로 도민의 자치역량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기껏 전문가라면서 한다는 소리가 행정시를 폐지해야 한다느니, 초심을 지키라.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 웃길 수밖에, 아니 정작 가장 필요한 도민의 자치역량을 키우기 위한 제안들은 없는가? 전문가여, 당신들의 전문적인 식견을 듣고 싶다.
진정한 전문가는 상당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사회공익을 위해서 어떻게 적절하게 그 전문적 지식을 활용할 것이냐 하는 것에 진실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미 누군가 열심히 얘기했던 것들을 새삼스럽게 들쳐 내어 떠들어 대는 것은 전문가의 자세는 아니다. 누가 전문가인지 보고 싶다.
<김상근 제주주민자치연대 고문/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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