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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남남녀(北男南女)' 제주 1호 탄생
'북남남녀(北男南女)' 제주 1호 탄생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1.19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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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6시 제주서 백년가약
평통 제주시협의회 "새터민들에게 용기백배 주고 싶어요"

제주에 첫 '북남남녀(北男南女)'가 탄생한다.

2002년 부모님과 탈북해 제주에 새 보금자리를 튼 강성진씨(가명.22)씨와 허은혜(가명.22)씨가 오는 28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부부는 8000 겁의 인연으로 맺어진다는 말을 생각하면 이들의 인연은 정말 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북남남녀(北男南女)'의 결합은 안타까운 분단 갈등 속에서 탄생한다는 점에서 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고향 이북을 떠나와 낯 설고 물 설은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새터민(탈북자)들에게는 이곳 제주에서도 마음의 문을 열면 이곳 사람들이 내 이웃이고 제주가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현재 제주에는 20여명의 새터민들이 살고 있지만 이들이 제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장애물을 부지기수다. 우선 사람들은 '탈북자'라는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로 인해 이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와 좌절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취업이 힘들다보니 일정한 소득이 없어 빈곤한 생활이 반복될 수 밖에 없고 더욱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스로가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와 단절하는 일들.

그동안 받은 상처때문 더 이상 다치고 싶지 않은 이들의 반사적인 '자기본능'일 것이다. 이런 외로움과 쓸쓸함은 은혜씨도 마찬가지였다. 은혜씨도 고향은 전라남도. 그래서 이들의 만남은 더욱 각별했고 또 반드시 만났어야 할 운명이었다. 

#2년전 도서관에서 첫 만남 '결실'...그러나, '결혼식 올리지 못한 미안함이...'

이들의 첫 만남은 2년전 도서관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성진씨가 제주도내 대학에 진학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2년전 대학 진학을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중 은혜씨를 만났다.

'대학진학'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해주면서 공감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어졌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친구이자 동반자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두 살된 예쁜 딸도 낳았다. 성진씨는 예쁜 아내와 딸, 대학진학이라는 목표까지 한꺼번에 세 가지를 얻었다. 은혜씨는 육아문제 등으로 대학진학을 미룰 수 밖에 없었지만 인생의 동반자와 더불어 단란한 가족을 얻었다.

그는 또 지금 임신 6개월. 오는 5월이면 둘째아기도 태어난다.  성진씨는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내에게 내내 미안했다. 지금은 학생인데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아버지의 벌이로 살아가는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 단촐하게도 혼례를 치루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이들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회장 김순택.이하 평통)가 나서서 결혼식을 주선하겠다는 것.

각 업체의 협조를 받아서 웨딩드레스 대여는 물론 아름다운 하모니로 이들을 축복해 줄 축가준비까지 완료됐다. 그래서 이들은 오는 28일 저녁 6시 제주KAL호텔에서 가족과 성진씨의 학교친구들, 새터민 등 하객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다.

주례는 김순택 평통 제주시협의회장이, 사회는 이숙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 사회복지분과장이 맡을 예정이다.

#"오손도손 잘 사는 모습 보여줬으면..."

이번 결혼식이 성사될 수 있기까지는 이번 결혼식 사회를 맡을 이숙향씨의 힘이 컸다.

이씨는 "평통 사회복지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새터민들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봐 오고 있다"면서 "새터민들이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살다가도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아쉬웠다"면서 "이들이 제주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은 경제적 지원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새터민, 이들에게 제주문화를 알리고 그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용기백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조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성진씨는 성격도 쾌활하고 아들같은 생각이 많이 들어서 내가 뭘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결혼식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측과 북측 출신 젊은 남녀의 결혼은 장려돼야 할 사항이지만 다른 체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랐다는 이질감으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들 제주의 첫 '북남남녀(北男南女)' 의 결합이 그 체제적 이질감을 극복해 나가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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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주 2007-01-19 18:15:10
맨날 평화의 섬 제주라고 외치지만 말구 이런 자그마한 일부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이들이 소외됨이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