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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세계적 무용가 김설진, 책으로 독자와 만나다
저서 <사부작 사부작> 출간…낙서와 생각의 중요성 책에서 강조
데스크승인 2017.09.13  09:17:07 김형훈 기자 | coffa@naver.com  
   
무용가 김설진. ©레드우드

제주 출신 세계적 무용가 김설진이 춤이 아닌 책을 들고 왔다. <사부작 사부작 01>(도서출판 레드우드, 1만4000원)이라는 신간이다.

 

춤이 아닌, 책이라. 우리가 익히 아는 춤꾼이 글을 가지고 왔다니 낯설게 보이다. 하지만 김설진 그에겐 아니다. 익히 써온 글을 책에 옮겨놓았을 뿐이다.

 

책은 말마따나 가벼움이 있다. 얼마나 가벼울지 들여다봤다. 이른바 ‘낙서’다. 낙서는 누구나 한다. 어릴 때 벽을 칠하던 기억에서부터, 청년 때는 연예편지로, 사회에 관심을 가지면 좀 더 멋지게 글을 써보려고 애쓴다. 모두 낙서이다. 낙서는 간혹 글로 취급을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낙서라는 행위는 본 행위를 실행하기 전의 꿈틀거림이기도 하다.

 

김설진은 책을 통해 낙서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연필로 사부작대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연필을 쥐고 있는 당사자의 느낌이 낙서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김설진은 생각하고 느낀 걸 그대로 옮겼다. 어떤 이들은 낙서가 부끄러워 다듬고 다듬어 책으로 내놓지만, 김설진은 아무런 정제됨이 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게 한권의 책이 됐다. 낙서는 누군가에 보이려 쓴 행위가 아니기에 더 진솔하다. 김설진은 그런다. “생각이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생각이 찾아오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관찰해 볼 필요도 있다. 실수, 하면 어때? 정리, 안 되어 있으면 어때? 나만의 공간인데, 그게 난데.”

 

30대 김설진은 10대 이전부터 낙서를 즐겨왔다. 10대 전엔 일상을, 10대엔 비판을, 20대엔 사랑과 미래의 불안을, 현 시점인 30대엔 자신을 기록하고 있다.

 

책을 통해 그는 말한다. 춤꾼인 자신이 곧 삶이라고. 춤은 순간 사라진다. 삶도 사는 순간 사라진다. 그러나 춤과 삶은 사라진 시간이 쌓이고, 쌓인 중첩된 결과물이라는 걸.

 

<사부작 사부작 01>은 재미없는 이야기도 있다. 그냥 낙서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사부작 사부작 01>은 새겨둬야 할 좋은 글도 많다. 읽다 보면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새겨들어야 글 가운데 극히 일부만 소개한다. “예술은 삶이 될 순 있지만 삶이 예술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춤춰서 돈을 버는 것과 돈을 벌려고 춤을 추는 건 다르다. 예술은 삶을 위해 존재한다.”(책 124쪽)

 

그가 낙서를 하는 이유는 춤과 닮았다. 춤으로 칭찬을 받기에 춤을 즐기는 김설진이다. 낙서를 하는 이유는 종이는 어른과 달리 자신의 말을 100% 다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가족 사랑에 끌린다. 누구의 손자이기도 하고, 누구의 큰아들인 김설진. 그는 남편이기도 하고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사부작 사부작 01>은 낙서를 담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가족일기 혹은 육아일기를 보는 듯한 착각도 느끼게 만든다.

 

새벽녘 첫째를 출산하고 벨기에에 사는 관계로 산후조리를 못하는 아내를 위해 이른 새벽 소꼬리를 사다 미역국을 끓여 가져다주었다. 병원에서 시리얼과 빵, 요거트를 먹고 있는 아내를 보고 놀라며 “어떻게 병원에서 산모에게 이런 걸 줄 수가”. 아내 왈, “메뉴에 맥주랑 커피도 있어! 그래도 맥주는 안 마셔. 모유 수유해야 하니까.”(책 214쪽)

 

무용가 김설진은 수많은 낙서를 하면서 꿈이 실제로 이뤄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단다. 잠시 낙서를 멈춘 적은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낙서는 이어졌다고 한다. 앞으로도 낙서는 계속된다. <사부작 사부작 02>는 어떤 내용으로 독자에게 올까. 우리도 지금부터 낙서나 해볼까. 긴 글이나 두꺼운 책보다 짧은 글이 가슴에 더 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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