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을 호주머니에서 내놓고도 외면받는 도민들”
“15억원을 호주머니에서 내놓고도 외면받는 도민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8.31 06:22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기의 비엔날레] <1> 도민들은 모른다

올해 처음으로 제주비엔날레가 열린다. 9월 1일 개막식을 갖는다. 일반인들은 9월 2일부터 제주비엔날레를 만끽할 수 있다. 12월 3일까지 3개월간 이어지는 제주비엔날레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제주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행사이다. 그러나 졸속 시행에 따른 문제점이 쌓여 있다. 준비되지 않고 무조건 행사만 치르겠다는 의욕만 앞서 있다. 기획 이름에 ‘김준기’라는 제주도립미술관장의 이름을 내건 이유는 그래서다. 제주비엔날레는 어느 특정인의 것이 아니다. 특정인의 의도로 움직여서도 되지 않는다. 제주비엔날레가 도지사 원희룡의 것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제주비엔날레는 온전히 ‘도민’의 것이어야 한다. ‘도민의 비엔날레’여야 한다. [편집자주]

 

 

9월 1일 개막임에도 준비부족에다 홍보부족으로 돈 낭비

 

도민 대거 참여하는 탐라문화제보다 더 많은 예산 투입

 

 

비엔날레를 여는 이유는 뭘까. 결론만 말하면 사람을 도시로 끌어들이고 싶어서다. 다 성공하느냐. 아니다. 세계 예술문화의 중심 도시로 불리는 파리도 아픔이 있다. 1959년 의욕적으로 파리비엔날레를 시작했으나 1983년까지 연 뒤 20년간 문을 닫았다. 2004년 이후 다시 열릴 때까지 파리비엔날레는 숨죽이고 있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도 10여개가 된다. 사라진 것도 많다. 이제 시작되는 비엔날레도 있다. 시작을 알리는 비엔날레에 ‘제주’가 끼게 됐다. 자랑스러울 것 같지만 졸속 추진 때문에 갑갑하기만 하다.

 

50일 전에도 이 문제를 지적하긴 했다. 당시 제주도립미술관이 최종 참여작가를 발표한 시점이다. 최소 6개월 전에는 참여작가를 확정지어야 하지만 제주도립미술관은 그러질 못했다. 때문에 질타를 받아야 했다. 참여작가는 나중에 추가되기도 했고, 참여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작가도 생겼다.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획 때 쓰기로 한다.

 

제주비엔날레 홍보 포스터.

 

제주비엔날레를 아는 도민은 얼마나 될까. 예술계통에 있는 이들이 아니면 제주비엔날레가 있는지도 모른다. 제주라는 땅에서 비엔날레가 열리지만 정작 제주도민들에겐 와닿지 않는 행사로 돌변했다.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예술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는 매우 위험하다.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비엔날레를 여는 이유에 대해 경제 문제를 꺼내긴 했으나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현대미술의 양상을 드러내는 장소가 바로 비엔날레라는 도구가 된다.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와도 같다. 그걸 이해시키려면 도민들이 미술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는 선행작업이 있어야 하고, 비엔날레를 개최해도 되겠구나라는 공감대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건 완전 빠져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 안되는 이유는 있다. 바로 15억원이라는 예산 투입이다. 15억원은 제주에서 열리는 문화예술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수십년째 이어오는 탐라문화제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입된다. 탐라문화제는 그래도 도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고, 누구나 다 아는 행사이다. 제주비엔날레는 전혀 아니다. 도민들은 모르고, 도민들이 참여하는 것도 없다. 예술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이다. 15억원은 도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른다.

 

홍보부족은 더 심하다. 제주의 지역 언론도 제주비엔날레와는 먼거리에 있다. 엊그제 가수 보아가 제주비엔날레 홍보대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중앙 언론을 통해서다. 지역 언론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왜 그랬냐며 제주도립미술관에 물었더니 “공무원이 늦게 보도자료를 올렸다”며 공무원 탓만 한다. 게다가 행사를 1주일 앞두고 홍보대사를 임명했다면 늦어도 너무 늦은 홍보 아닌가.

 

제주도립미술관은 철저하게 중앙언론을 챙긴다. 9월 1일 개막 행사를 위해 중앙쪽 언론을 대거 초청, 팸투어 형식의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인 팸투어가 법에 걸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긴 하다. 문제는 9월 1일 개막 행사를 한다는 사실을 중앙언론은 알고 있고, 제주지역 기자들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지역 언론이 있는 이유는 도민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을 무시하는 건 도민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15억원의 예산은 제주도립미술관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도민의 것이다. 그럼에도 도민들이 그 행사를 몰라야 한다면 웃긴 일 아닌가.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주문화행사에 도민은 없다 2017-09-01 22:56:43
제주도민이 없는 문화행사. 한예로 금번 국제관악제. 우연히 탑동에 갔다가 해변공연장에서 관람하게 되었음. 조직위원장?이라며 무대에 오른 서귀포시장님. 멘트 중에 자리에 모여 있는 도민들과관광객들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더군요. 연주자들과 초청된 지휘자, 내빈들에 대한 감사. 얼떨결에 관객으로 앉아 있었지만 기분 나빴음. 관객이 없다면 그들만의 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었겠음? 서울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한다며홍보하기 바쁘고, 현장에 있는 관객인 도민들과 일부 관광객들에게 소식을 전하는게 아니라 내빈들에게 업무보고 하는듯.우리 세금...

ksy 2017-09-01 22:31:53
수긍이 가는 기사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도립미술관이 중앙언론의 팸투어를 시도한 것은 타지역인의 제주비엔날레 관람 유입을 위한 홍보차원이었겠지만 지역 언론사를 배제한 이유는 무엇인지 미술관측의 보도자료 하나쯤은 나와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지역 언론사도 미술관측의 자발적인 자료배포만 기다리는 안일한 보도 자세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한다.평소에 문화예술계에 대한 밀착취재나 관심,지원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었다면 비엔날레에 관한 정보취득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지않은가?! 하는 의문도 든다.

책임지는 보조금사용 2017-08-31 09:08:38
명칭을 중앙도립미술관이라 하지ㅠㅠ
개인이름을 쓰도록 그냥 놔둔건 도 당국인가?
보조금 사업 집행에 따른 결과가 미흡할 경우 책임지도록 해야한다.
쓰고 보자는 식의 보조금 사용을 없애야 모든 게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