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흙먼지도 묻히고 마구 뒹굴며 놀고 싶어요”
“엄마, 흙먼지도 묻히고 마구 뒹굴며 놀고 싶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8.08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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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 3
[놀이공간이 우선이다] <1> 프롤로그

미디어제주·제주매일 3년째 ‘제주교육’ 공동기획

“제주 맞는 놀 공간 만들기 사회적 합의 요구돼”

부모 개입보다 상상력 펼치는 공간 찾기 시작점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 두 언론사가 ‘교육혁신’이라는 하나의 기치를 내걸고 공동기획을 꾸린지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는 명제를 단 기획은 첫해는 차츰 바뀌고 있고, 바꿔져야 할 교육현장에 중점을 뒀다면, 두 번째 해는 놀이를 끄집어냈다. 올해는 놀이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실제 우리 아이들이 뛰놀 공간을 찾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편집자주]

 

 

독일 슈만 초등학교 놀이터. ©미디어제주

# 놂은 상상력을 키우는 도구

 

어른들은 이성의 포로이다. 이성에 지배당했다는 말이다. 이성이 제 몸을 지배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이성이 온 몸을 지배하는 순간 상상력의 결핍을 가져오게 된다. 어른들이 어린이들에 비해 자유로운 상상력이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곧 이성의 포로가 되는 순간 자유로운 상상력은 머릿속에서 이탈을 하고 만다.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 어른에겐 없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것. 뭘까.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놂’이라고 쓸 수 있다. 그런데 ‘놂’이라는 건, 이것저것 따지는 순간 깨지게 된다. 놂은 이성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함으로써 활성화된다. 어쩌면 그건 어른이 아닌 어린이에게 주어진 특권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어른들이 놂을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만 이성의 틀에 갇히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놂에서 벗어난다.

 

우리 곁엔 ‘놀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도 많다. 어쩌면 노는 게 그렇게 즐거울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그런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어른들만 그런 의문에 빠진다. 다 놀아본 어른들이, 어릴 때 자신의 노는 모습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놂은 상상력을 키우는 하나의 도구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꼭 놀아야 상상력이 키워진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앉아서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우기도, 두발을 딛고 돌아다니며 사물을 관찰하면서 상상력을 몸에 배게도 한다. 문제는 놂의 영역이 어디까지일까에 있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는 것도, 사물을 관찰하는 것도 놀이의 영역이라고 우기기도 하겠지만 이 기획에서는 그런 건 놀이에서 빼고 이야기하겠다. 자발적이지 않은 스포츠나 게임, 조직화된 레크리에이션도 놀이에서 뺀다. 이 기획에서는 아이들 스스로가 몸을 마구 뒹구는 일을 놀이라고 부르겠다.

 

# 놀 공간이 없는 현실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는 3년째를 맞는 프로젝트다. 첫해는 교육현장을 둘러보며 혁신학교의 가능성을 봤고, 지금 제주도내 교육현장에서 그 싹이 커가고 있다. 지난해 놀이 역시 교육현장에 빠져서는 안 될 키워드임을 확인시켰다.

 

독일 루드비히유치원 놀이터. ©미디어제주

그럼에도 올해 다시 놀이를 꺼내는 이유는 있다. 마구 뒹굴고 싶은 아이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서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너무 정적인 활동에 매몰돼 있다. 마구 뒹굴면 안되나. 우리 사회는 그런 행동에 대한 불안감을 곳곳에서 내비친다. 왜 뒹굴면 안될까. 옷에 흙먼지를 묻히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솔직히 요즘은 흙먼지를 묻힐 공간도 없다. 흙먼지를 묻힐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바로 놀 공간이 없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놀 공간은 무엇인가. 시즌 3번째 주제는 ‘놀이공간이 우선이다’고 달았다. 우리 사회는 이걸 흡족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놀이공간을 만들어주기보다는 놀이를 제어하는데 우리 사회는 더 탁월하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를 예를 들어보자. 놀이공간에서 마구 노는 어린이를 제어하는 건 부모들이다. 우선 개입을 한다. 놀잇감 없이도 놀이를 찾아나서야 하는데 부모들은 너무 많은 놀잇감을 사다준다. 놀이하는 시간을 뺏는 부모도 있다. 놀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하는 부모 역시 태반이다.

 

# 놀이를 제어하는 부모들

 

놀 공간이 없다고 하는데 대해 반기를 드는 이들도 있다. 학교 운동장도 있고, 학교 놀이터도 있고, 아파트 단지 혹은 공원에도 놀이터가 있다고 우긴다. 물론 놀이터이긴 하다. 그런데 지금의 놀이터는 천편일률적이다. 아이들이 자각하며 깨우치는 그런 유형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놀이터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놀이터 풍경. ©미디어제주

어딜 가나 만나는 놀이터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다. 굳이 그런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을 듯한데, 판박이 형태의 놀이시설이 놀이터를 장악하고 있다. 바닥은 어떤가. 땅이 있는 곳은 눈을 비비고 찾아야 한다. 서울의 일부 지역 놀이터는 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모래바닥은 사라졌다. 모래를 대체한 건 푹신한 소재의 고무칩 포장이다. 부모들이 고무칩을 선호하는 이유는 ‘안전’에 있다. 솔직히 고무칩이 안전한지의 여부는 논란이다. 오히려 놂의 근원을 찾는다면 모래나 땅이어야 하는데, 부모들은 그러지 않다. 아이들의 놀이에 끼어들고, 감독한다.

 

오죽했으면 영국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놀이터에 ‘KFC’라는 별칭을 만들었을까. KFC는 수염난 할아버지 얼굴이 새겨진 치킨이 아니다. 놀이 세트(kit)와 울타리(fence), 바닥에 깔린 고무칩(양탄자, carpet)의 머리글자를 땄다. 그런데 놀이터엔 KFC만 있느냐.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 바로 부모(parents)다. 그래서 놀이터를 두고 ‘KFC+F’라는 웃지못할 단어가 생성된다.

 

# ‘안전’만 생각하면 제대로 안돼

 

지난해 전남 순천시는 ‘기적의 놀이터’의 문을 열었다. ‘엉뚱발뚱’이라는 이름을 단 이 놀이터는 제1호 기적의 놀이터로 관심을 끌었다.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땅과 접촉하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구성됐다. 어쩌면 놀이터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최적상태로 만드는 도구임을 기적의 놀이터는 보여주고 있다.

 

이런 놀이터는 외국에는 더 많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놀이시설이 있는 놀이터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놀이터가 널려 있다. 영국에도, 독일에도, 네덜란드에도, 일본에도 이런 놀이터는 손을 꼽지 못할 정도이다.

 

때문에 “우리는?”이라는 물음을 묻곤 한다. 외국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놀이터가 숱한데, 왜 우리는 없는가라는 물음이다. 여기엔 앞서 설명했듯이 놀이에 간섭하는 부모들이 있고, 놀이터에 대한 철학이 없는 사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더구나 ‘안전’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모두가 주눅이 든다. 그래서 “얼마나 상상력이 가득한 놀이터를 만들까”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못한다. 대신 ‘안전한 놀이터’에만 관심을 가진다.

 

때문에 놀이터는 뻔한 게 된다. 가장 안전한 형태의 놀이터가 구현되는 셈이다. 안전성을 인증 받은 놀이시설이 놀이터 공간을 장악하게 되고고, 안전한 바닥이 땅과 모래를 대신한다.

 

독일 프랑켄탈시의 동네 놀이터. ©미디어제주

영국 런던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린 퀸엘리자베스공원 일대에 놀이터를 심어놓았다. 2013년 국제 공모를 통해 건축회사 이렉트아키텍처가 참가한 놀이터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아찔하고, 위험할 것 같은 놀이터다. 우리 부모라면 그런 놀이터에서 놀게 만들까라는 의문이 든다. 불안한 놀이터라며 민원이 폭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등장했더라면 철거라는 운명을 맞았을 가능성도 있다.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안전을 빼고서 놀이터라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위험하다. 그렇다고 안전만 있으면 놀이터는 존재가치를 상실할 우려도 크다. 이 둘의 적절한 조합이 좋은 놀이터, 아이들이 창의적 활동을 할 공간으로 태어난다.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은 본 기획을 통해 어떤 놀이터를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할 계획이다. 외국의 놀이터를 직접 둘러본 뒤 지면에 싣고, 그걸로 그치지 않고 제주도내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놀이터를 구현해보려 한다. 만들어진 놀이터가 아니라, 단 하나뿐인 놀이터를 제주도에 심는 출발점이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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