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학부모는 ‘눈치보기’ 어린이는 ‘노는 날’
<현장취재>학부모는 ‘눈치보기’ 어린이는 ‘노는 날’
  • 조형근 기자
  • 승인 2005.04.23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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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함과 혼란 여전...초등학교 등교학생 10.2%

지난달에 이어 23일 두 번째 토요휴업일을 맞았는데도, 어수선함과 혼란은 여전했다.

어린이를 데리고 야외로 나가 체험학습을 하는 학부모들도 많았지만, 어린이들만 그냥 집에 놔둔 채 일터로 나간 학부모들도 많았다.

어린이들은 토요휴업일제에 대해 제대로 알까, 모를까. 토요휴업일을 '노는 날'로 인식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4월 토요휴업일 어떻게 운영됐나

23일 실시된 토요휴업일과 관련해 초등학교에서는 10.2%, 중학교에서는 4.7%, 고등학교에서는 27.5%의 학생들이 등교해 교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전체 학생 5만1943명 중 89.8%인 4만6643명은 학부모와 함께 체험학습을 하겠다며 등교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10.2%인 5300명(제주시 3124명, 서귀포 1081명, 북제주 1095명)의 어린이들은 학교에 등교에 교내에서 마련한 교내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도내 초등학교 104개교 중에서는 교내 프로그램을 아예 운영하지 않은 학교도 13개교에 달했다.

제주시내 초등학교의 경우 등교희망 신청서를 낸 학생들을 학년별로 2개 반씩 묶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교내프로그램의 주요내용을 보면 제주시 관내 학교의 경우 학교 연역 만들기와 동시 쓰기, 그림 그리기, 독서활동, 나의 꿈 발표하기, 신문 만들기, 정화활동, 발명공작, 컴퓨터, 음악, 줄넘기, 종이접기, 노래와 율동 등이다.

서귀포관내 학교의 경우 학교풍경 그리기, 인터넷검색, 독서활동, 신문 만들기, 음악, 줄넘기, 암석관찰하기, 홈페이지 만들기, 환경꾸미기, 타자연습, 교실개방 등이다.

또 북제주 관내 학교에서는 독서활동과 봉사활동, 영화감상, 컴퓨터, 종이접기, 그리기, 무용, 연극, 한자쓰기 등이다.

이와는 반대로 등교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학부모에 보낸 안내문을 통해 박물관 관람, 식물관찰, 기상청 및 도서관 견학, 자연관찰, 오름 오르기, 향토문화체험학습, 박물관체험, 수영교실, 과제학습 등을 하도록 유도했다.

▲학부모들의 '눈치보기'

올해부터 매달 한차례 토요휴업일이 시행되면서 학부모들은 여전히 말 못할 고민에 휩싸여 있다.

말이 좋아 토요휴무제지, 맞벌이에 바쁜 학부모의 경우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무원인 부모씨(39.제주시 연동)의 속앓이는 토요휴업일을 대하는 학부모들의 현실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맞벌이한다는 핑계로 학교에 등교신청서를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 학부모들 분위기를 살펴보니 대부분 학교에 안 보내겠다는 거예요.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애만 학교에 보내면 기가 죽지 않겠어요? 그래서 안내기로 했어요. 체험학습 보내지 못하고, 애 엄마가 사무실 데려가서 일을 하나 봐요."

제주시 일도2동의 주부 박모씨(35)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학부모 몇 명과 모임을 하나 만들었거든요. 그 모임하는 엄마들과 함께 어린이들을 데리고 한라수목원에 다녀왔어요. 애 기죽이지 말아야지 하는 맘에서 학교에 안 보낸 것이지, 자영업하면서 오늘 오전 가게 문을 닫았어요."

자녀를 학교에 보냈다는 주부 고모씨(37.제주시 삼도2동)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데, 학교에 안보내고 집에 혼자 있으라 하면 교육상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억지로 등교신청을 했는데 애에게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토요일은 노는 날', 천진난만 어린이들

이날 오전 제주시 노형동의 조그만 놀이터에서 만난 유 어린이(00)는 토요휴업일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그냥 학교 안가고 노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 어린이는 “집에 있는 것이 심심해서 나왔다”며 "조금 있으면 친구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집에서 별다르게 체험학습을 가는 등의 활동은 이뤄지지 않는 듯 했다.

노형초등학교 근처에는 유난히 학생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등교 신청을 하지 않은 노형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학교를 나오지 않는 날인데 왜 학교에 와서 노느냐는 물음에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학교에서 노는 것이 제일 재밌어요”라고 답했다.

특히 박 어린이는 “학교가 아니면 어디서 놀아요?”라며 반문했다.

이와는 반대로 23일 오전 노형초등학교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을 만나봤다.

이날 노형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은 바둑강좌를 듣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중 박 어린이는 “집에 있으면 지루하고 심심하다”며 “학교에 나오는 것이 더 재밌다”고 했다.

김 어린이도 “집에 있으면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 재밌는 수업을 듣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집에 있으면 할 것이 없고, 부모들은 토요휴무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홍성보 노형교 교감은 "등교신청을 하는 학생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그것이 집에서 다양한 체험학습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 교감은 이어 "학교에 프로그램을 받는 아이들은 무척 재밌어한다"며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에게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알찬 하루를 보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제주도교육청은 주5일 수업제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 등교학생을 위한 학교별 다양한 토요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는 한편 미등교 학생에 대한 지도계획을 수립해 홍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교육청은 교육청 홈페이지에 체험학습 자료 및 교육인프라 현황 안내 자료를 게재해 많은 학부모들이 체험학습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은 토요휴업일이 사교육 증가요인이 되지 않도록 사전 지도해 나가고, 학생들의 일탈 및 불건전한 생활 예방활동을 해 나가기로 했다.

두 번째 시행된 토요휴업일제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다음달 토요휴업일제는 교내.외 프로그램의 정착화 속에서 각종 부작용이 최소화될지,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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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2005-04-23 12:50:50
오늘 정말 기분이 꽝.
할일은 많아 죽겠는데, 애 데리고 체험학습 갔다오랴, 잔치 먹으러 가랴, 회사 일 마무리하랴.
정말 죽을 맛이다.
학교에 애를 보내고 싶지만 학교에 보내는 '소수'에 우리 애가 끼는게 싫어서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죽겠다.
토요휴무제 하는 날이 싫다.

미디어제주 현장취재 학부모 입장 좀 더 많이 실어주면 금상첨화였을걸
아쉽긴 하지만 발빠른 취재 보기 좋다.
노형초등학교 대상으로 한 것같은데, 다음에는 신광 동광도 좀 취재해주길...
학생수 많다보니 교사들도 애들 관리 통제 거의 안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