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시 청사 이전하라”는 의견 원천 배제 의혹 ‘파문’
“시 청사 이전하라”는 의견 원천 배제 의혹 ‘파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6.09 09: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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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행복주택 도민 인식조사 결과 ‘비공개’ 입장 7시간만에 번복
공공청사부지 조성 계획 ‘모른다’ 66.1%, 행복주택 ‘필요’ 64.4%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공급 필요성에 대한 설문 결과.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청사 부지에 행복주택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7시간여만에 번복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관련 브리핑에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했던 제주도가 오후 4시50분께 “일부 언론 등에서 불필요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제주도가 밝힌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공급에 대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64.4%에 달했다.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26.4%, 보통 9.3%였다.

 

이번 2차 설문조사는 도외 전문 리서치기관인 칸타퍼블릭에 조사를 의뢰,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도민 1039명을 대상으로 한 유선조사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문지 내용을 보면 설문 자체가 행복주택 찬성 의견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조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청사부지 조성 계획 인지 여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 제주특별자치도

 

첫 질문을 보자.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청사 부지에 대해 전체 면적 44,000㎡ 중 약 30%에 행복주택 700여세대, 나머지 30%에는 공공시설, 40%에는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일반 시민이라면 ‘알고 있다’는 답변보다 ‘모른다’는 답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실제 조사 결과도 ‘자세히 알고 있다’ 9.4%, ‘어느 정도 알고 있다’ 24.5%,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른다’ 30.8%, ‘전혀 모른다’ 35.3%로 나왔다.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공급 필요성에 대한 설문 결과. ⓒ 제주특별자치도

 

두 번째 질문을 하기에 앞서 조사원은 행복주택에 대한 제주도의 정책을 간단히 설명한다. 행복주택이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대학생 등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최대 6년간 거주한 후 다시 새로운 입주자가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일반에 분양되지 않는다는 점 외에 입주 대상자는 청년층 80%, 저소득층 및 노인층 20%이며 국비와 기금이 70% 지원되는 제주특별자치도 소유라는 내용이 포함된 설명이다.

 

설명 후에 묻는 두 번째 질문이 “선생님께서는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질문 직전에 행복주택에 대한 도의 홍보 내용을 알려주고 질문하면 당연히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 구조였던 것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는 ‘매우 필요하다’ 27.2%, ‘대체로 필요하다’ 37.2%, ‘대체로 필요하지 않다’ 12.9%, ‘전혀 필요하지 않다’ 13.4%로 나왔다.

 

시민복지타운 내 희망 공공시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 제주특별자치도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은 “선생님께서는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시설로 어떤 시설을 희망하십니까”라는 질문이었다.

 

문화예술 공연시설, 복합체육관 등의 스포츠시설, 주민복지 기반형 복합 지방공기업합동청사, 어린이집, 도서관 등 지역 커뮤니티 시설, 주민센터‧노인복지회관 등 주민공공시설 등 5개 항목 중 한 가지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문항에 당초 계획대로 시 청사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항이 아예 배제됐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가 ‘시 청사부지 활용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였던 만큼 당연히 시 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문항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제 설문조사에 응했던 한 도남동 주민 A씨는 마지막 3번 질문에서 기타 의견으로 “당초 계획대로 시 청사가 와야 한다”고 답했지만 조사원이 “그런 항목은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면서 조사가 마무리돼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주민 B씨는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사전에 조사원들에게 시 청사 이전 의견을 배제하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3번 문항의 답변 항목 중 기타 항목에 대한 의견으로 반영했어야 함에도 조사원이 ‘그런 항목은 없습니다’라고 응대한 것을 보면 사전에 조사원들에게 시 청사 이전 의견을 배제하라는 주문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B씨는 “시 청사 부지 활용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를 하면서 정작 애초 조성 목적인 시민복지타운 활용 방안에 대한 질문은 아예 없었다”면서 이번 조사가 사실상 행복주택 사업 강행을 전제로 한 조사였다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도가 행복주택 사업 강행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정작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추진하겠다는 당초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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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조작설문인가? 2017-06-09 10:15:46
설문은 보편타당성이 확보돼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그 설문은 가치를
상실함으로 하나마나한 설문조사가 된더

도가 의도적으로 계획한건 아닌지 하는 의혹이 든다

참도민가짜도민 2017-06-09 13:16:36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찬성이 많이 나왔음에도 발표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도민을 핍박하는 희롱이와 원도정 홍위병으로 전락한 제주연구원을 제주에서 몰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