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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덕정 광장에 울려펴진 “통일독립 전취하자” 외침을 기억하라
관덕정 광장에 울려펴진 “통일독립 전취하자” 외침을 기억하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4.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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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역사맞이 거리굿, 옴팡밭에서 동백꽃으로 스러지고 피어나는 원혼들
4.3 역사맞이 거리굿 ‘순이삼촌-동백꽃 지다’가 4월 2일 관덕정 광장을 무대로 펼쳐졌다. ⓒ 미디어제주

 

제주 4.3 69주년 추념식 행사를 하루 앞둔 4월 2일, 관덕정 광장에서는 70년 전 같은 장소에서 4.3의 도화선이 됐던 3.1절 기념행사가 역사맞이 거리굿으로 재현됐다.

 

(사)제주민예총 4.3문화에술축전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거리굿에서는 본 행사에 앞서 힙합&발라드 크루 팀 ‘아웃토반’의 공연과 재일동포 3세인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 김기강씨의 노래 공연, 그리고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한라산회의 합창 공연이 프롤로그 무대로 꾸며졌다.

 

특히 4.3 유족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4.3 60주년 때부터 해마다 50여명씩 4.3 위령제에 참석하고 있는 한라산회의 무대는 이날 관덕정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모두 4개의 마당으로 구성된 역사맞이 거리굿 ‘순이삼촌-동백꽃 지다’는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과 화가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가 주된 내용과 이미지로 차용돼 꾸며졌다.

 

두 작품 모두 4.3의 위상을 알려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4.3 예술의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날 거리굿도 관덕정 마당을 주무대로 거리에서 소통하면서 마을과 공동체를 이룬 70년 전의 우리 모습들을 배우들의 몸과 영상으로 그려냈다.

 

첫째 마당 ‘해방과 귀향’에서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고향을 찾은 제주 사람들이 마을 자치를 이뤄내고 학교를 지으면서 새로운 꿈을 꾸는 모습이 그려진다.

 

‘순이삼촌’의 작가도 오랜만의 귀향길에서 천천히 고향을 만나지만 귀향길도, 완전 독립의 길도 아직 미완성이었다. 70년 전 관덕정 마당에서 “통일독립 전취하자”라는 구호가 나온 것도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나온 외침이었다.

 

결국 분단을 거부하고 완전한 통일 독립을 바라던 그 외침은 탄압에 대한 항쟁으로 입산으로 이어지고, 겨울이 지나 봄이 되자 오름마다 봉화가 타오르게 된다.

 

오름 자락마다 타오르던 봉화는 결국 해마다 옴팡밭에서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는 동백꽃으로 우리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마지막 네 번째 마당은 동백꽃과 함께 세월호의 노란 리본, 그리고 하얀 나비의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4.3 역사맞이 거리굿을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거리굿이 시작되기에 앞서 관객들 앞에서 꺼낸 인사말도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강 이사장은 “지난 겨울, 그 추위 속에 제대로운 나라를 만들자고 다시 한번 외쳤고, 범죄자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면서 역사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4.3 주간에 날씨가 좋았던 때가 거의 없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왔을 때 한 번 날씨가 좋았고 그 다음에 계속 날씨가 안좋았는데 올해는 참 날씨가 좋다”면서 “우리 4.3 영령들이 이제는 나라가 제대로 돼가는 그런 희망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이날 모처럼 따뜻한 봄 날씨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거리굿에서는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들이 ‘순이삼촌’의 소설 내용을 나레이션으로 이야기의 뼈대를 잡았고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풍물굿패 신나락, 볍씨학교 아이들, 제주 두루나눔, 이경식 마임이스트,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 제주청년합창단, 무용수 김한결 등이 출연했다.

 

4.3 유족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제주4.3 위령제에 일본에서 참석하고 있는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한라산회 회원들의 합창 공연 모습. ⓒ 미디어제주
4.3 역사맞이 거리굿 ‘순이삼촌-동백꽃 지다’가 4월 2일 관덕정 광장을 무대로 펼쳐졌다. ⓒ 미디어제주
4.3 역사맞이 거리굿 두번째 마당. 3.1 발포 사건 이후 총파업 투쟁을 재현한 모습. ⓒ 미디어제주
4.3 봉기 이후 군경의 탄압에 쫓기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 미디어제주
4.3 역사맞이 거리굿 ‘순이삼촌-동백꽃 지다’ 중 군경의 무차별적인 탄압에 희생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 미디어제주
오름 자락마다 타올랐던 봉화가 다시 동백꽃으로 스러지고 피어나면서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전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형상화한 거리굿의 마지막 모습.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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